성도의 세상읽기/정치 경제

같은날 나란히 경매에 나온 이병철 회장과 신영복의 글씨, 가격은?

성북동 비둘기 2024. 4. 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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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창업주 이병철의 ‘人材第一(인재제일)’ K옥션 4월경매 출품

 

삼성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과 통일혁명당 간첩사건으로 20년간 투옥됐던 신영복 전 성공회대학교 교수의 서예, 붓글씨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 나란히 경매에 출품돼 관심을 끈다.

 

경매회사인 K옥션은 오는 24일 열리는 미술품 4월 정기경매에 서예 작품으로 이병철 회장의 ‘인재제일’과 신영복 전 교수의 ‘샘터찬물’이라는 작품이 나온다고 15일 밝혔다.

 

이번에 경매에 나오는 이병철 회장의 글씨, ‘인재제일’은 1981년 여름에 쓴 글씨로 ‘기업보국(企業報國), ’합리추구(合理追求)‘와 함께 삼성을 대표하는 3대 경영이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인재제일은 이병철 회장이 자서전, 호암자전에서도 거론한 핵심 경영철학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또한 최근 극심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재제일‘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병철 회장은 1970년대 국내 기업 최초로 연수원을 만들고,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반드시 간담회를 열 정도로 인재경영에 집착을 보였다. 삼성그룹 공채 면접장에는 반드시 참석하고, 그의 옆에 관상가(觀相家)가 배석하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K옥션은 이번에 출품되는 ’인재제일‘ 추정가를 1,700만원~4,000만원으로 매겼다. 시중에서 매매된 이병철 회장 서예작품 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경매가격은 이같은 추정가를 훨씬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은 이병철 회장의 3대 경영철학 서예작품 중 하나인 ’기업보국‘을 경기도 안양에 있는 자사 골프장 안양CC 클럽하우스에 걸어두고 있는데, 이번에 나오는 ’인재제일‘까지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종 경매 및 KBS ’진품명품‘에 나온 현대사 인물의 서예작품 중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이 가장 비싼 가격에 낙찰되고 있고, 다음이 이병철 회장, 백범 김구, 이승만 전 대통령 순이다.

 

이병철 회장의 글씨는 꾸밈이 없으며 강직한 느낌을 주는, 고졸(古拙)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24일 K옥션 경매에는 신영복 전 교수의 ’샘터찬물‘이라는 글씨도 함께 출품된다. 이병철 회장과 신영복 전 교수의 서예는 글자 수도 같은 넉자에 작품 크기도 거의 비슷하다. K옥션은 신 전 교수의 작품 추정가를 500만원~1,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신 전 교수의 서예를 두고 좌파들은 “추사체 이후 최고의 글씨”라며 찬사를 보냈는데, 그의 호(號)를 딴 글씨체, ’쇠귀체‘는 현재 시중에 유행하는 한글 글자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신 전 교수는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글씨를 써주고 1억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신 전 교수의 글씨가격이 이병철 회장의 1/4밖에 되지 않는 것은 한국 현대사에서 차지하는 이 회장의 압도적인 위치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 무려 19억5천만원에 낙찰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와함께 시중에서 매매되는 이 회장의 서예작품은 드물지만, 신 전 교수는 주변에 많은 글씨를 써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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