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이 전 부지사가 법정 진술에서 ‘술자리 회유’를 언급했을 때만 해도, 그는 정확한 시점을 특정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경 검찰에서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하기 전,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 바로 앞 방에서 같이 기소된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과 함께 "사실상 세미나를 했다"는 점만 밝혔다. 시점은 애매하게 표현했고, 장소는 1313호 검사실 바로 앞 창고(1315호)라고 특정했다.
자기모순에 빠진 이화영= 6월 30일에는 구치감에서 식사한 사실 확인돼
하지만 17일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채널A와의 통화에서 “술자리가 벌어진 시기는 지난해 6월 말에서 7월 초순경”이라며 “6월 30일 19회차 조서를 쓴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소는 1313호 검사실 안에 있는 ‘진술녹화실’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일엔 검사실 복도 맞은편 1315호 창고라고 했는데 말이 바뀐 것이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술자리에는 김성태, 방용철, 수사 검사와 수사관, 쌍방울 관계자 등이 있었다"며 "쌍방울 관계자가 오후 5시경 연어를 가져왔고 김성태 전 회장이 얼굴이 시뻘게질 때까지 술을 마셔 검찰이 술 깨게 만들어 보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의 주장에 검찰은 “명백한 허위”라며 17일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수원지검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 전 부지사와 정치권이 제기한 ‘이화영이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관계자들이 가져온 음식과 함께 술을 마시며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은 허위임이 분명하고, 회유나 진술조작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부지사 측이 이날 언론을 통해 ‘2023년 6월 30일 검사실(1313호 검사실 오른편 진술녹화실)에서 음주를 했다’고 새롭게 밝혔는데, 조사 결과 당일 이 전 부지사는 검사실이 아닌 별도 건물인 구치감에서 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검찰이 술자리 시점을 6월 30일로 특정한 이유는,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이 ‘6월 30일 19회차 조서를 쓴 직후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한 점 때문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6월 30일을 기준으로, 당일에는 쌍방울 직원에 검찰청사에 출입한 사실도 없다는 점을 밝혔다.

말바꾼 이화영= 술자리 시점은 7월 3일이라는 새로운 주장 제기
그런데 이 전 부지사 측은 18일 ‘술자리 시점’과 관련해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6월 30일 조서를 쓴 직후’에서, “7월 3일로 추정된다”고 하루만에 말을 바꾼 것이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는 18일 A4용지 10장 분량에 달하는 ‘수원지검 반박에 대한 이화영 변호인의 입장’을 통해 “이화영 피고인은 2023년 6월 30일 마지막 피고인 신문조서 작성 직후 음주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며 “6월 30일이 아니라 그 이후”라고 했다.
김광민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기억의 불완전함으로 직전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면서도 “피고인 출정기록을 살펴봤을 때, 7월 3일 음주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추정했다.
또 다시 자기모순에 빠진 이화영= 이재명 관여 사실 진술은 6월 30일 이전에 완료됐는데, 7월 3일에 ‘술자리 회유’ 벌어져?
이로써 이 전 부지사는 술자리가 벌어진 시점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말을 바꾼 셈이 됐다. 지난 4일에는 정확한 시점을 말하지 못하다가, 지난해 6월 30일이라고 했다가, 최종적으로는 ‘7월 3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김광민 변호사는 18일 입장문에서 ‘7월 3일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정확한 날짜를 얘기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18일 채널A에 출연한 김광삼 변호사는 “가능성이 있다는 건 또 바꿀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김광삼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 측이 6월 30일이라고 얘기했다가, 다시 7월 3일 가능성을 얘기했는데, 출정기록 등을 보면 다 나오니까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원지검은 이 전 부지사가 6월 30일에 검사실이 아닌 구치감에서 식사했다는 점을 반박한 바 있다.
게다가 이 전 부지사 측 김광민 변호사가 주장한 7월 초순에는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이 함께 식사를 한 사실조차 없음이 출정일지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7월 3일 술자리가 벌어졌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볼 수 있다. 17일 수원지검이 밝힌 입장문에 따르면, 6월 30일 이전에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관여 사실에 대한 진술을 이 전 부지사가 모두 마친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그 이후에 술자리를 벌여서 진술을 조작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은 허위일 수밖에 없다.
이화영이 ‘진술녹화실’로 말을 바꾼 이유는?
이 전 부지사는 지난 4일 법정진술에서 술자리가 벌어진 장소에 대해 ‘1315 창고’라고 특정했다. 그런데 17일 변호인을 통해 ‘진술녹화실’이라고 말을 바꿨다.

이 점 또한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가 창고라고 특정한 장소는 창고라기보다는 ‘피의자 대기실’에 가깝다고 한다. 따라서 이 전 부지사가 특정한 날짜에 다른 피의자가 조사를 받기 위해 와서 대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그 창고에서 술판이 벌어졌다는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나게 된다. 바로 그 점을 염려해 장소를 바꾸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또한 1315호 창고에서 대기할 때는 계호 교도관이 반드시 밀착 계호를 하게 된다. 따라서 교도관이 있는 자리에서 술판을 벌였다는 주장은 애초부터 억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진술녹화실에는 교도관이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대기해야 한다. 바로 그 점에서 이 전 부지사가 교도관이 없는 상태에서 술을 마셨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 진술녹화실에서 술판이 벌어졌다고 말을 바꾼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부지사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18일 채널A에 출연한 김유정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술을 마셨다는 날짜는 기억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장소를 헷갈릴 수가 있나?”고 비판했다. “검찰청사에서 술을 마시는 거는 일생에 한번 혹은 상상하지 못할 특별한 기억이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전 의원은 “이 전 부지사가 장소가 바뀐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 더 있어야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의 주장에 덥석 올라탄 이유는?

17일 수원지검의 반박 입장문을 토대로, 술자리가 벌어진 장소와 시기에 대해 이 전 부지사가 여러 번 말을 바꾼 점을 살펴보면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민주당이 이 전 부지사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지 않고, 무작정 이 전 부지사의 주장만으로 ‘검찰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광삼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의 술자리 회유 의혹에 대해 “청담동 술자리처럼 웃기는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런데도 계속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걸 보면, 민주당에 불리하지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차원에서는 이 전 부지사의 유무죄 이전에 ‘검찰 수사에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트집잡기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설령 유죄가 나온다고 하더라고 ‘검찰이 술판을 벌여서 이상하게 끌고 간 것이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 적극 공세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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