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시장과의 만찬은 부부 동반 모임이고 제안자도 홍 시장?
게다가 윤 대통령과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만찬 회동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초청한 것이 아니라 홍 시장의 제안으로 이뤄졌고, 부부 동반 모임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부 동반 모임의 성격상 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한 전 위원장과 홍 시장에 대해서 3가지 차이를 뒀다는 점에서, 한 전 위원장으로서는 오해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남은 3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다음 선거를 위해서는 ‘윤-한 갈등’은 봉합돼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여옥,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손을 잡고 ‘위기의 강’을 건너야”
전 전 의원은 21일 블로그에서 ‘밥도 같이 못 먹나요?’라는 글을 통해 “정치는 싫은 사람하고 밥 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 보수우파가 가장 걱정하는 것이 ‘윤·한 갈등’”이라며 “윤 대통령은 총선 끝나고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기 전에(한 전 위원장에게 오찬) 초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전 전 의원은 “이번 총선 패배했다. 패배의 원인은 단 한 가지가 아니다. 윤 대통령도, 한 전 위원장도 (모두) 잘못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지금이 위중한 시기라는 것이다. 네 탓 내 탓하며 성질부리고 꼬장부릴 때가 아니다. 지금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함께 손을 잡고 ‘위기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이 홍 시장을 만나기 전에 오찬 초청을 했다’는 주장은 오류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홍 시장과 만찬 회동을 가졌고, 한 전 위원장에게 오찬 회동을 제안한 것은 지난 19일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상현, “한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과 함께 당연히 (오찬에) 갔어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 직후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오찬을 거절한 것'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전 의외였다. 한동훈 전 위원장이 당연히 비대위원들하고 함께 가서 만나는 자리여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의아하게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초 한 전 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거절을 했다’는 메시지가 나오기 전,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만나 총선 이후 국정에 대해 모색을 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거절을 한다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전 위원장의 거절은 ‘다소 이례적’이긴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옹호론도 우세하다. 정치적 만남에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순서와 형식’이 내용 못지않게 더 중요한 함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다.
홍준표와의 만찬 회동과 한동훈과의 오찬 제안은 3가지 차이점 가져
이와 관련해 정혁진 변호사는 22일 채널A에 출연해 ‘홍 시장과의 만남과 한 전 위원장과의 만남에는 3가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첫째, 시기가 다르다. (윤 대통령이) 홍 시장을 제일 먼저 만났다”고 지적했다.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홍 시장을 만나기 전에 대통령께서 한 전 위원장을 먼저 만나서 수고했다고 격려했어야 맞다”라는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여권 내부에서도 “윤 대통령이 등 떠밀려서 마지못해 한 전 위원장에게 오찬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 바 있다. 더욱이 19일(금요일) 오후에 한 전 위원장에게 ‘21일(월요일) 오찬’을 제안한 사실 자체가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의 거절에 대해 ‘대통령의 초대가 진정성이 없는 거라는 불신이 깔린 거절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정 변호사는 두 번째로 “홍 시장은 단독으로 만났지만, (한 전 위원장은) 비대위 전체하고 같이 우르로 모여서 밥 먹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원오브뎀(one of them)’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은 “저한테 아주 큰 임무를 맡겨 주셨는데, 총선에 대패해서 굉장히 송구합니다. 모든 것이 저의 책임입니다”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 정 변호사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함께 출연한 김형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독대가 아니어서 한 전 위원장은 속깊은 얘기를 하기 어렵다. 대통령과 흉금을 터놓고 여러 가지 갈등과 오해를 푸는 자리를 원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대위 전체와의 오찬이라는 형식 때문에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의 초대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가 지적한 세 번째는 ‘만찬이 아니라 오찬’이라는 점이다. 오찬은 한 시간 아니면 길어야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홍 시장은 만찬에 독대, 한 전 위원장은 오찬에 비대위원과 함께’ 라는 점에서 뭔가 만남의 격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 시장은 대통령과 4시간 만찬을 가졌다. 그 이후 한 전 위원장을 저격한 메시지의 강도는 더 높아졌다. 홍 시장이 윤 대통령과 만찬을 한 시점은 16일 저녁이다. 그 이후 홍 시장은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태자가 그것도 모르고 자기 주군에게 대들다가 폐세자가 되었을 뿐이고 당내외 독자 세력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의 이같은 저격에 대해 여권에서는 ‘너무 심한 표현’이라는 비판과 함께, ‘혹시 윤 대통령이 홍 시장의 이런 입장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제기됐다. 홍 시장의 ‘폐세자’ 표현을 두고, 사실상 대통령의 윤허를 받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관점 1= 윤 대통령과의 만찬 회동, 홍 시장이 지속적으로 요청한 끝에 성사돼
하지만 오해와 갈등의 소지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관점들도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만찬에 대해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22일 유튜브 ‘어벤저스전략회의’를 통해 “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취재를 해보니 ‘윤 대통령이 홍 시장을 만나자’고 한 것처럼 알려져 있는데, 그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홍 시장이 선거 전부터 계속 대통령에게 만나자고 요청을 했는데, 대통령이 선거 후에 보자고 연기를 했다”면서 “홍 시장이 ‘제사 지내러 (서울) 가는데, 한번 만나자’고 요청해서 그날 만찬이 이뤄진 것”이라고 만찬이 성사된 배경을 설명했다.
관점 2= 부부동반 만찬에서 ‘한동훈 비난’ 소재로 삼기 어려워
이 위원에 따르면 ‘그날 만찬은 부부동반이었기 때문에,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비난이 나올 수가 없는 자리’였다고 한다. 그런데 “홍 시장이 마치 한동훈 위원장 비난하는 게 대통령의 뜻인 것처럼 그렇게 이용을 했다”는 것이 이 위원의 주장이다. 더욱이 ‘배신’ 이야기까지 나오다 보니,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는 마음이 많이 상한 것 같다”고 이 위원은 밝혔다.
함께 출연한 신지호 전 의원 역시 “저라도 엄청 열 받았을 것 같다”면서 “정치의 세계에서는 순서가 바뀌면 사람 관계가 꼬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전 의원은 “당연히 한 위원장을 먼저 만나고 홍 시장은 후에 만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다. 그게 안 돼서 오해를 낳은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전 의원은 “한동훈 위원장도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대통령과 척지고 살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고, 한 위원장도 아마 이제 다시 (초대에) 응하지 않을까 보여진다”고 전망했다.
국민들은 대통령과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간의 대화를 원해
이와 관련해 23일 MBN에 출연한 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는 한 전 위원장을 향해 “(대통령의 오찬 초대를) 거절하는 것은 검사식 사고방식”이라며 “정치인 한동훈은 그것도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 전 대표는 “현직 대통령은 누구를 대통령 만들 수는 없어도, 대통령 못하게 막을 수는 있다”며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의 불화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표는 “국민들은 대통령하고 여당 비대위원장, 총선을 지휘한 사람이 자주 보면서 얘기하는 모습을 편안하게 보실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오늘이라도 당장 대통령실에 전화해서 날짜를 잡으시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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