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정치 경제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누구? 황우여 체제가 의미하는 것

성북동 비둘기 2024. 4. 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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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하고 혼란한 시기에는 아무것도 하지않는 무용지용(無用之用)이 최선”

 

 

29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황우여(77) 당 상임고문은 2012년 19대 총선에 당선돼 5선 의원을 한 뒤 정계를 떠난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때인 2014년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을 지낸 것이 그의 마지막 공직경력이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대법관이 유력시되던, 엘리트 판사 출신이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때만 해도 대법관이 유력시됐지만, 그를 아끼던 이회창 대법관이 감사원장으로 정치의 길로 나섰을 때 자신도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법원을 떠났다.

 

이후 그는 대선주자 이회창의 최측근으로 사실상 집사나 다름없는 역할을 했다. 16대 대선을 1년 앞둔 1996년 15대 총선때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와 한묶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늘 웃음을 잃지않고 상대방에 친절한 모습이지만,  내면을 들여보면 상당히 고집도 센 편이고 보수주의자로서 신념도 굳은 편이다. 

 

총선에 참패한 국민의힘이 황우여라는 노정객(老政客)을 소환한 것은 오는 6월 열릴 전당대회까지 철저한 ‘관리체제’로 당을 수습하겠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진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에서 황 고문을 비대위원장에 지명하는 인선안을 발표했다. 당선인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총선후 그동안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앞으로 당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놓고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의견,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영남당’으로 전락했다는 자조(自嘲)속에서 선수(選手)에 구애되지 않고 수도권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 이정현 전의원 같은 호남출신이 당의 얼굴이 돼야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제왕적 대표체제가 아닌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거나, “미국처럼 원내대표만 있으면 되지 굳아 당 대표가 필요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뽑기전에 당의 혁신을 선행해서 누가 당 대표가 되든, 그 노선에 따라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혁신선행론’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과 당의 주류, 용산 대통령실은 이 모든 것을 6월 전당대회까지 미루고 새 대표 체제에 맡기는 선택을 한 것이다.

 

새누리당 당 대표까지 지낸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아무런 색채가 없는, 무색무취(無色無臭)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혼란한 시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않음으로써 실패를 방지하는 ‘무용지용(無用之用)’에 최적의 인물인 것이다.

 

윤 권한대행은 황 비대위원장 지명에 대해 "5선 의원, 당 대표를 지낸 분이고 덕망과 인품을 갖춘 분"이라며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수 있는 분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관리할 사람, 당과 정치를 잘 아는 사람, 당 대표로서 덕망과 신망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등 세 가지 기준으로 후보를 물색했다"고 설명했다.

 

윤 권한대행은 또 대통령실과도 황우여 비대위원장의 지명과정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는 황 비대위원장에 대해 무난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무난한 인선이라고 생각한다"이라고 평가했고, 나경원 당선인도 "정치 경험이 많으신 분이니 (당을) 잘 이끌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기호 의원도 "원만한 성격에 당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잘 관리할 것"이라며 "독단적으로 하지 않고, 많은 분을 의견을 수렴하는 분이니 중론을 많이 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황 상임고문의 지명이 혁신의 타이밍을 늦추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윤상현 의원은 "합리적인 분"이라면서도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를 받들고 혁신과 쇄신의 그림을 그려나갈지는 잘 모르겠다. 관리형 비대위라는 것이 관리형 지도부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이야말로 혁신형으로 쇄신할 때"라며 "총선 민의에 담긴 혁신과 쇄신을 그려나갈 수 있을지, 선뜻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 대표를 뽑기위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행정적 절차를 감안하면 빨라야 6월말쯤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22대 국회의 개원일은 5월30일이고, 최근 민주당은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그동안 추진했던 각종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향후 두달동안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21대 국회 마무리 및 22대 국회 개원시기에 민주당의 움직임에 맞서 최종적으로 당론을 정하는 등 당 대표로서 상당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채상병 및 김건희특검 같은 ‘쌍특검’ 문제는 민주당과의 대립 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수용 여부를 놓고 갈등이 예상된다.

 

친윤과 비윤간 갈등, 용산 대통령실과의 관계설정 등 황우여 위원장으로서는 두달짜리 관리자를 넘어서서 상당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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