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간증

죽으면 죽으리라 2부/ 안이숙 사모

성북동 비둘기 2023. 11. 7.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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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죽으리라 2부         고후4:7~10                   1부

안이숙 사모

▲안이숙의 어머니는 훌륭한 선생님이었습니다.

성경을 잘 알아서, 이숙이 물어보면 거의 다 풀어서 답해 주었으며

언제나 믿음의 힘으로 앞서서 끌어당겨 주었고, 또 뒤로는 사랑으로 밀어 주었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딸이 그 지상 지옥인 감옥으로 끌려갈 것임을 알고도

한 번도 염려하는 빛을 나타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떤 때에는 이숙이 고문 받아 아파하는 목사님들의 흉내를 내면서

자신이라는 참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하면, 어머니는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

"얘야, 옛날에는 이빨이 아프면 치과의사가 없어서 장도리 같은 집게로 뺐는데

어느 이빨이 아픈지 알지 못해서, 엉뚱하게 생이빨을 빼는 일도 많았단다.

얼마나 아팠던지 죽은 사람도 있었단다.

또 어떤 사람은 배 속에 고름이 들었는데, 옛날에는 마취 약도 없을 때라

생체를 식도를 가지고 배를 째고 고름을 짜내는 수도 있었고,

전신불수가 되면 귀신이 들었다고 몽둥이로 때려서 맞아 죽은 사람들도 허다했단다.

글쎄 병이 나서도 그러한 곤욕을 당하는 수가 있었는데

하물며 우리가 믿는 이 생명이,

믿음으로 인해서 주님을 사랑하고 순종하기 위해 매를 맞고, 헐벗고, 고난받았다고 하면

그 얼마나 천추 만대의 자랑이 되는 복이 되겠니?

나는 살 만큼 다 살아서, 이제는 늙은 몸이 되었어도

한 번 주님을 위해서 이 몸을 바쳐 깨지고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랑스럽게 나가 볼 마음인데,

너 같은 청춘의 아름다운 시절을, 세상 허영에 바치지 않고

주를 위해, 주님 이름 때문에 고난을 당한다면, 그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겠니?

예수님은 하나님인 동시에 완전한 사람으로 태어나셨기 때문에

인간의 사정을 낱낱이 아시고 계시단다.

그러니 너의 젊은 생명을, 그 무지막지한 원수들의 손에 맡겨

개죽음 같이 천하게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분도 모든 고난을 당해 보셨고, 제일 아픈 고통도 당해 보셨으니,

인간의 몸이 얼마나 약한지를 다 아시지 않겠니?

주님을 사랑하고 그 말씀에 순종하는 자를, 얼마나 잘 보호해 주시며 지켜줄 것인가를 굳게 믿어,

강한 힘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인간의 왕들의 말은 믿을 수 없어도, 예수님 말씀만은 믿을 수 있단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이 질 수 없는 무거운 고난은 안 지우신다고 하지 않았니?

'또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나, 너희가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하셨지?

세상에는 믿을 사람이 없어 걱정이고, 믿을 만한 말이 없지 않느냐?

그러나 예수님 말씀만은 믿어야 하는 것이고, 그 말씀은 믿을 수 밖에 없는 말씀이다.

그의 말씀은 다 진실이고 참이시니, 아무런 때라도 예수님 말씀에만 따르면 되는 것이다!"

어머니는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성경 말씀에 충성한 사람들을

안이숙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어머니와 마주 앉아 어머니 말씀을 듣고 있으면

자연이 여러 가지로 지식도 얻게 될 뿐더러, 한층 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성경학교를 4년 밖에 안 다녔지만, 충실하게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그가 설명해 주는 성경 말씀은 심각하면서도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또 말씀하시기를 "나는 시험 보는 것이 제일 기뻤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시험쳐 보아야 자기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알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시험 보는 것을 언제나 좋아했지.

배운 학과를 시험쳐서 내 실력을 알게 되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알 수 있었어.

하물며 우리 믿음은 어떻겠니? 우리가 가진 이 믿음도 꼭 시험을 치러야 한단다.

시험을 쳐 보아야, 우리의 믿음이 참 믿음인지, 거짓 믿음인지 알 수 있지!

따라서 시험을 치르지 못한 믿음은, 모든 것이 흐리멍텅 하고 똑똑지 못하고

자신이 서지 못하는 것이다.

자, 자기가 마음과 뜻을 다해서 믿어 온 믿음을, 한 번 시험쳐 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대하고 또 귀한 일일까?

각 사람의 믿음의 양과 질이 어떠한지,

예수님의 말씀이 그 얼마나 진실하며 중대한 지를, 증명해 볼 때가 온 것 같다.

사람들이 금광을 발견해서 금을 파 내는 것 같이, 우리도 믿음을 발견 했으니

이제는 그 금맥을 파 내는 것과 같이, 소유하고 자랑할 때 때가 된 거야"

어떤 때는, 어머님이 전해 했던 말을 되풀이해서 말해 주었지만,

이숙은 조금도 지루하지 않고, 싫증이 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하나님은 언제나 바르게 심판 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하나님은 그의 말씀에 충실하신 분이고,

약속하신 대로 그 아들을 십자가에 못 박기 까지 하신 하나님이시고

믿는 자를 위해서 그 어떠한 환난도 좋은 것으로 만드시고, 도와주시는 하나님이시고

자기를 의지하는 자를 결코 버리지 않으신다"

그래서 안이숙은 결심했습니다.

'예수님이 순종 하신 것 같이, 나도 죽기까지 순종하자!

예수님이 사랑하신 것 같이 나도 죽기까지 사랑하자!'

예수님의 순종을 생각하니, 죽음이 무섭지 않았고

그분의 사랑을 생각하니, 주님을 향한 사랑이 뜨거워졌고

감옥에 갇히는 것도 두렵지 않아졌습니다.

'내가 얼마나 순종할 수 있는가 보자,

내가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보자'

안이숙의 마음은 비로소 시험을 쳐 볼 마음까지 일어났습니다.

집을 자주 찾아오는 숨어다니는 사람들은

모두가 씩씩했고, 살아서 움직이는 믿음을 가졌고,

기도할 때 힘이 있었고, 성령의 감동하심이 컸습니다.

그들은 모두 죽음을 각오한 만큼, 세상 일에 대해서 아무런 걱정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들은 성경을 줄줄이 외웠고, 모든 말은 성경 말씀을 인용해서 했습니다.

모두가 수만 적군을 향해 진군하는 장군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은 오래 앉아 있지 않고, 급히 지어주는 밥을 맛있게 먹으면

예배보고, 기도해 주고, 떠나갔습니다.

행동이 몹이 민첩했습니다. 더러는 무식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러나 성경만은 모두 통달해 있었습니다.

▲이 집으로 온 지 어언 넉 달이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이숙이 받은 은혜는 너무도 컸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외우는 일에 너무 열중한 결과 오후에는 두통이 나서

성경을 읽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은 딸 이숙의 두통이 차차 심해지는 것을 보고 

"두통은 하나님께 고쳐 달라고 할 수 있으니 기도하자!"

모녀는 마음을 합해서 두통 때문에 기도했습니다.

삼일간 오직 두통 때문에 기도할 때, 이숙은 두통을 고쳐주셔야

성경을 외울 수 있다고 기도했습니다.

삼일인지 사일인지 되던 날 새벽, 역시 두통이 고쳐지기를 기도하다가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꿈에 보니 어떤 흰 옷을 입은 권사 한 분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이숙의 머리를 똑똑 두드려 주었습니다.

머리를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깨어나니 꿈이었습니다.

다시 기도를 드린 후 성경을 펴 보니, 그렇게 아프던 두통은 거짓말 같이 사라지고

머리는 시원하기만 했습니다.

그 후로 두통은 아주 없어졌을 뿐 더러,

아무리 오랜 시간 성경을 읽어도 머리 아픈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안이숙은 주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렇게 주님의 은혜로 충만했던 이 집에서 생활도

마침내 더 계속할 수 없는 때가 오고야 말았습니다.

하루는 언니가 집에 들어서면서 하는 말이

"집으로 형사들이 찾아 왔었어. 동생을 내놓으라고 하면서,

숨은 곳이 어디냐고 대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이 집 주인 할머니를 간신히 수소 문에서 찾아가

(몇달 쓴) 집값을 치르고, 결국 이 집에서 떠날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습니다.

이사를 준비하는 동안에도 형사가 또 언니 집으로 찾아와서

동생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면

이 집이 알려지게 될 것이라는 위험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어디로 든지 다른 곳에 숨도록 해야만 했습니다.

이숙은 이 일을 위해, 밤새도록 기도했습니다. 

"주님 어디로 가야 되나이까? 갈 길을 인도해 주옵소서!"

다음날 아주 먼 산골로 피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머니는 우선 그대로 이 집에 남아 계시도록 하고

안이숙만 혼자 깊은 산골에 있는 조그만 고을인 구성으로 가서

구성 근방의 온천으로 가든지

언니 아들이 의사 개업을 하고 있는 집으로 가서 숨든지

하여간 이 집 만은 당장 떠나기로 했습니다.

짐보따리를 꾸렸는데 보기 좋은 가방같은 것은 가져갈 생각도 못하고

너절한 보따리에 성경과 갈아입을 헌옷들을 싸서 들고

몇 달 동안 정들고 은혜 받은 이 집을 떠나, 피난 길에 올랐습니다.

정주 읍에서 차를 타기엔 너무도 불안해서

정주 읍에서 약 20리 가량 되는 다음 버스 정거장 까지

보따리를 들고 언니와 함께 걸었습니다.

언덕을 넘고 첩첩이 쌓인 높은 산들은

마치 그녀의 앞 길에 가로 놓인 산악 같은 고난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촌길이 되어서 왕래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지만, 길이 좋지 못했습니다.

버스 시간이 바빠서 도중에 전도도 못 하고 빨리 걷기만 했습니다.

'앞으로 나의 피난 길이 어떻게 될까?

홀로 뒤에 떨어져 남은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실까?'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습니다.

여섯 달 남짓 살아온 정든 그 초가집은, 그렇게도 그립기만 했습니다.

'찾아 오던 그 여러 성도들도, 그 집에서 발이 끊어지겠지..' 생각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그 성도들의 일이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조그만 마을 버스 정거장에 다달았을 때, 마침 구성 행 버스가 도착해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었습니다.

오는 손님, 마중 나온 사람, 가는 사람을 보내기 위해 배웅나온 사람들..

모두가 순진한 시골 사람들로, 그들의 옷을 보니 너무도 소박해서 한편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차 안에 빈자리가 없으리만큼 승객들로 분볐습니다.

안이숙은 버스에 올라 타기 전에, 차 유리창을 통해

혹시 형사 같은 자가 있지 않나 하고 살핀 후, 언니 뒤를 따라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가 다음 정거장에 도착했을 때, 안이숙은 또 경계하는 마음으로

차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버스 정거장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까지도 신경을 썼습니다.

그런데 양복을 입고 눈초리가 날카롭게 보이는 사람이 버스에 올라왔습니다.

이숙의 마음은 별 것 아닌 일에도 철렁하고 불안 속에 빠져 버렸습니다.

▲아무런 소식도 없이 늦은 저녁쯤에 갑자기 조카 집에 들어가니 *언니의 아들

때 마침 저녁을 먹고 있다가 깜짝 놀라면서, 큰 소리로 야단법썩이었습니다.

더구나 생각지도 못했던 이숙이 들어서는데, 모두가 꿈이 아니냐고 하며 반가워 했습니다.

조카는 외과 의사인데, 그 근방에 큰 광산이 있는 관계로

개인병원으로서는 교수와 간호원, 약제사 등 종업원도 상당수 있었고

병원 수입도 많은 제법 큰 병원이었습니다.

모두가 반가워 했습니다. 들어서자 곧 저녁을 차려 주어 맛있게 먹게 되니

마음이 다소 안정되는 것 같았습니다.

조카와 그 아내는 "어떻게 이렇게 아무런 소식도 없이 오셨어요?"

하고 이상한 듯 궁금해 했습니다.

언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편지할 사이도 없었지만

전화 마저 걸지 않고, 갑자기 와야만 모두들 기뻐할 것 같아, 그저 둘이 떠나왔단다.'

안이숙도 그런 척하고 아무 말 없이 웃고만 있었습니다.

조용한 방 하나를 내 주었는데, 밤이 되니 환자들의 신음 소리가 신경을 어찌나 자극 하던지..

잠을 쉽게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이숙은 밤새도록 기도했습니다.

그 이튿날 새벽부터, 병원은 장터같이 환자와 그 가족들로 붐비기 시작했습니다.

언니는 이숙을 이 집에 데려다 주고는, 다음 날 돌아갔습니다.

언니가 떠난 후 방에 혼자 있으니, 조카와 그 친구들, 병원 종업원들이

제각기 인사한다고 찾아와서 노크를 하는데, 곤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병원 일로 그렇게 바쁘면서도, 조카는 시간마다 틈만 있으면 방으로 들어와

'오래 쉬고 가시라'고 모든 친절을 다 했습니다.

부식도 이 시골에서는 구할 수 없었다고 하면서

신의주까지 사람을 보내서 사다가 특별히 요리를 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특별 대우를 받느니.. 차라리 혼자 지내게 해주시기를 바랬습니다.

그들은 이숙의 마음은 아랑곳 없이

언니도 이숙을 조용히 지내도록 해주라고 부탁 했는데도

조카와 그 가족은 귀한 손님이라고, 친구를 초대하고 특별한 음식을 만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초조해지고 편안치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숙은 체면상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 집에도 형사가 가까이 다니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의사인 조카와 친한 사이가 되어 찾아오는 것이지만

그래도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숙은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너무 오래 묶었으니 어머님이 염려하실 듯해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말하고

길을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조카 부부는, 그녀의 마음 속은 알지 못하고

여름이나 지나서 돌아가라고 만류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이 집에 있는 일주일 동안은, 주위 사방이 어찌나 소란하고 불안했던지

도무지 기도와 성경 보는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버스 정거장까지 전송 나온 조카 부부와

그 며칠 동안 알게된 몇 사람의 병원 종업원들과 정거장에서 작별 하고

이숙은 그 근방에 있는 온천으로 가는 차를 잡아 탔습니다.

온천을 왕래하는 버스이기 때문에, 제법 많은 손님들이 내리고 타고 했습니다.

'이 사람들 중에 경찰의 스파이나, 형사가 있지 않나?' 하고 경계하는 마음으로 긴장 했습니다.

차에서 내린 이숙은 보따리를 안은 채, 여관 안내자들이 줄지어 서 있는 무리 앞을 걸어서

온천 거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어린아이 하나가 뒤따라 오더니 '자기가 조용한 여관을 안내해 드린다'고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이 아이를 따라 여관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여관은 제법 깨끗 했지만, 어느 방이나 모든 남녀들이 쌍쌍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숙은 점심을 먹으러 나온 김에, 이 곳보다 더 한적한 곳이 없을까 하고 찾아 다녔습니다.

앞에 보이는 산은 무한히 높았고, 수목은 무성해서 길도 찾기 힘들 정도였는데

그래도 이리저리 헤매며 올라간즉 큰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가 편평해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이숙은 그 바위 위에 엎드려서 한참 기도하고 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할 바를 모르고 앉아 있으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습니다.

여관으로 되돌아 내려와서 저녁을 먹고 자려고 하니

각 방에서 남녀들이 노는 난잡한 소리 때문에, 잘 수도 없고 기도할 수도 없었습니다.

더구나 피해 다니는 몸으로, 이런 여관에서 잔다는 것은, 위험한 것 같았습니다.

날이 밝자 곧 사환을 불러 여관비를 계산해 주고 나와 버렸습니다.

한 시도 빨리 이 온천장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여관에 나오는 길로 첫 버스를 타고, 다시 구성으로 되돌아와서

곧 구성에서 다른 버스를 갈아타고 한 정거장을 더 가서

한적한 촌락 정거장에서 내려 버렸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갈 곳도 없고, 또 어디를 가야 할지 막연했습니다.

우선 음식점을 물었더니, 여기는 시골이라 그런 영업집은 없다고 하면서

촌락아이들이 이숙을 보고는 낯선 여자라고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계속 뒤를 따라오면서 거동을 살펴보는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이숙은 우선 아이들한테

'이 곳에 예배당이 있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그녀를 그곳의 조그마한 예배당으로 안내해 주었습니다.

예배당으로 들어서자 그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벽촌에 보잘 것 없는 초라하고 조금한 예배당까지도

강대상 위에 일본인 귀신의 우상인 가미다나 가 걸려 있었습니다. *소형 신사, 선반

안이숙은 이것을 보자 기분이 이상해서

이 예배당에 잠시나마 머무를 수가 없었습니다.

예배당을 나오자 곧장 산을 찾아 올라갔습니다.

산으로 올라가서 쉴 곳을 찾으니, 큰 나무 밑에 바위가 있어서

거기에 앉아 곧 보따리에서 성경을 꺼내, 사도바울의 서신 중 고린도후서를 읽어 나갔습니다.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심히 큰 능력은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박해를 받아도 버린 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우리가 항상 예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이 또한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 고후4:7~10

성경 말씀을 본 후, 또 마음 속으로 부터 흘러나오는 찬송을 힘껏 불렀습니다.

그리고 푸른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쳐다보았습니다.

'저 구름이, 옛날에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인도 하실 때 구름기둥 이었고

저 구름을 따라 이스라엘 진에 머무르게 했고, 또 길을 떠나기도 했다고 하니

저 구름은 옛날 일을 다 알지 않을까?'

문득 앞으로 차라리 남장을 하고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낮시간도 다 가고, 어느새 저녁 때가 되었습니다.

'오늘 밤 숙소를 찾아야 되지 않겠나?'하고 생각하면서 산을 내려왔습니다.

아침도 점심도 다 굶었는 데도, 배는 안 고팠으나,

해는 졌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숙은 

'천지를 지으신 주님이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에 나는 새도 깃들 곳이 있지만

인자는 머리 둘 곳이 없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산 밑에서 불빛이 보여서, 그 불빛을 찾아가 보았더니

모깃불을 뜰 안에서 피우고 있는 가난한 농가 였습니다.

이숙은 염치도 없이 들어갔습니다. 방안은 불이 없어서 컴컴한데

한 젊은 여자가 아이들과 함께 누워 있었습니다.

남자 주인은 나무 하러 산에 가서, 아직 안 내려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숙은 '하룻밤 자고 가게 해줄 수 있겠느냐?' 고 사정했습니다.

주인 여자는 윗방에서 늙은 할아버지가 계시고, 다른 빈 방은 없으니

자려면 그 방에서 자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안이숙은 두 말 없이 고맙다고 하고, 이상한 냄새가 풍기는 방으로 들어가자

어찌나 피곤했던지, 윗목에 눕자마자 깊이 잠들어 버렸습니다.

새벽까지 자고 일어나는 그녀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 가족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이숙은 아침밥을 얻어 먹었습니다.

밥은 강냉이에 조가 섞였고, 반찬이라고는 채소를 소금에 절인 김치 뿐이었는데

어찌나 맛있게 먹었는지 마치 꿀을 먹는 것 같았습니다.

집주인에게 약간의 돈을 주니, 주인은 어리둥절해서 사양하는 것을,

아이들 과자라도 사주라고 하면서 돈을 놓고 나오니

그들은 더욱 의아해 하는 눈치 였습니다.

그 집을 나서기는 했지만, 이숙은 어디로 방향을 정하고 가야할지 막막 하였습니다.

높이 솟은 산을 바라 보았습니다.

자신은 앞 길에 대해 위협을 느꼈지만, 하늘을 쳐다보는 그 순간

그녀의 속에서는 찬송이 우렁 차게 흘러 나왔습니다.

찬송은 이숙에게 충성과 결심을 가르치고, 언제나 힘을 주었습니다.

이숙은 농가가 좀 많은 부락을 찾아가서 떡 파는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떡 집에서 떡을 사 먹으면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 날은 또 다른 부락으로 찾아갔습니다.

어제와 같이 떡 파는 집을 찾아가서 떡을 사 먹으면서

하룻밤 재워주기를 사정하니, 쾌히 승낙받고 빈 방으로 데리고 가서 푹쉬라고 했습니다.

이숙은 보따리를 풀어 성경을 끄집어 낸 후, 보따리를 방구석에 놓고 엎드려 기도하다가

그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언제나 누워자지 않고 엎드려 기도하다가 이내 잠드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 때문에,

또 계속되는 유랑길에 피곤하기도 했기에, 그대로 잠들어 버렸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누가 그녀의 발을 툭 하고 치는 것 같아서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고 떡집 큰 방에도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영감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지체 말고 빨리 달음질 하라"

그녀는 순간 벌떡 일어나서 성경을 보따리에 싸기가 바쁘게

그 떡 집을 나와 울렁 거리는 가슴을 움켜 하는 채, 그 부락을 빠져나와 버렸습니다.

다른 부락으로 찾아 들어가, 이 부락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주인으로 부터 들으니

도망치듯 빠져나온 그 떡 집에서, 얼마 전에도 숨어다니던 신자가 떡을 사 먹고

그 방에서 쉬고 있다가, 경찰관에게 붙들려 간 일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떡집 주인이 바로 경찰의 앞잡이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이숙은, 이후부터 부락에 들어가서 떡집을 찾더라도

떡만을 사가지고 산으로, 또는 큰 나무 그늘로 찾아갔고,

그 집에서 자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루는 제법 큰 동네에 들어섰습니다. 동네가 크니 사람도 많았고

또 길을 한참 걷다보니, 제법 큰 소학교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교사(건물)는 전부 한 편에 지어 있고, 운동장이 크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이숙은 이런 운동장에 찾게 된 것을 매우 기뻐 했습니다.

날이 어두워서 컴컴해 지자 그 운동장으로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운동장 중앙에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다니는 보따리에 얼굴을 대고 엎드리자마자

"아버지" 하고 부르니,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녀는 부끄러움도 없이 그대로 엉엉 소리 내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 나왔고, 설움은 한층 더 높아져 갔습니다.

"아버지 나는 너무 젊어서 2~3년 내에 죽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병도 안 걸리고 나는 이렇게 긴장한 피신 생활을 계속해야 하니

앞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일본이 그렇게 쉽게 빨리 망하겠습니까?

나는 죽더라도 이 믿음의 정절을 지켜야지, 절대로 개같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의 도망 길이 갈수록 이렇게 험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그래도 나는 주님께서 싫다 하시는 일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죽어도 주님께 순종하겠습니다. 저에게 강한 힘을 주시옵소서!"

간절하게 기도로 호소하던 중, 그녀도 모르게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비몽사몽 간에 음성이 들렸습니다. "평양 성으로 가라!"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깨니, 하늘에는 별들이 그녀의 길을 인도하듯이

총총이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동네에서 닭이 울었습니다.

그녀는 엎드린 채 주님의 그 사랑에 감격해서, 다시 힘을 얻어 일어났습니다.

주님의 지시는 내렸습니다.

평양 성으로 가라고 명령 하시니, 이숙은 평양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동네사람들에게 신의주로 가는 자동차는 어디서 타는가 물었더니

큰 길에 서 있으면, 신의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길거리에 서서 오랫동안 기다려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에 탄 손님은 많았지만, 이숙이 알 만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신의주에 무사히 도착한 그녀는, 곧장 기차 정거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평양까지 가는 완행 화물차를 알아 보았더니, 저녁 때 떠나는 차가 있다고 했습니다.

저녁 시간까지 신의주 정거장 앞 광장 한 쪽 편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기다렸습니다.

물론 급행차나 완행기차는 더 빠른 시간에 떠나는 것이 있었지만

국경역인 신의주와 정주 사이에는, 열차 안에도 경찰이 승차해서

승객을 일일히 조사하기 때문에, 이숙은 도저히 탈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늦게 출발하고, 또 느리고 지루하게 가는

완행 화물 열차를 일부러 탈 생각이었습니다.

기차에 오른 이숙은 버스에 시달렸고 먹지 못했고

또 저녁까지 길가에 서 있다시피 오랜 시간에 기다린 탓으로

기차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보따리에 얼굴을 파묻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 동안에 자는지.. 요란한 기차의 기적 소리에 눈을 뜨니

차 안의 손님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잠들어 있고

차창 밖을 내다 보니 보름달이 환히 떠 있어, 별들은 유난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 우주의 모든 것은 저렇게 아름답고 변함이 없는데

어찌해서 우리 인간은, 자기의 조물주이신 하나님을 대적해서 계속 반응하는 것일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악한 인간들은,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못 박고 또 못 박고 하는구나.

몰라서도 그러고, 알고서도 그러니.. 세상은 언제나 같은 모양이다.

나도 그런 인간 중에 하나인 것을 생각할 때 부끄럽고 원통하고 가슴이 터져 온다.

나만큼은 주님을 배역하는 자가 되지 않기로 결심 했지만

주여 이 육신이 나를 이와 같이 방해 하오니

이 육신을 처리할 도리를 내게 가르쳐 주소서!'

▲밤새 힘겹게 움직이던 기차가 드디어 평양 역에 도착한 때는 늦은 아침이었습니다.

평양 역에 내린 안이숙은 역 구내에서의 소란에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면 마침 북행 급행 열차가 정차해 있었는데

그 차 안에서는 각 칸마다 일본 군인들이 가득히 실려 있었고

이 군인들을 환송 하는 평양 시민들의 숫자도, 수천을 헤아릴 만큼 많았고

또 시민과 학생들이 웅성거렸는데, 손에는 종이로된 일본국기를 들고

반자이 반자이(만세, 만세) 하는 소란스러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숙은 전쟁터로 끌려 나가는 일본의 젊은 군인들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그 일본 군인들이, 전부가 죽어 있는 송장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숙은 눈을 비비고 똑바로 뜬 채, 다시 그들에게 가까이 가 보니

그들은 확실히 살아있는 사람들이었는데, 어째서 자기 눈에 한 순간이나마

송장으로 보였을까?

이숙은 또 다시 그들의 얼굴을 살펴보았습니다.

모두가 죽은 심령 들이었습니다.

이 인생의 꽃봉우리인 젊은이들이, 하루에도 몇 번의 전선으로 실려 나가 죽어

영원한 지옥 속으로 던져 지는가? 이것은 일본인의 죄값일 것이었습니다.

뚜렷이 알려진 복음을 배역하고, 우상을 강제로 신으로 삼아 섬기는 이들의 자손이니,

의례 심은 대로 거두는 것이 당연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죄는 그들의 조상과 부모에게 있지, 이 젊은이들에게 책임이 없었습니다.

자신도 어머니가 믿음의 길로 인도하고 기도해 주지 않았던들

저 젊은이 중의 한 사람이나 다를 바 없었을 것이었습니다.

주님은 만백성을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히셨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으심을 받은 인간을 위해서였습니다.

비참하게만 보이는 이 젊은 영혼들,

아무 말 없이 죽음의 구렁텅이로 던져져 가는 이들,

할 수만 있다면 이들을 줄로 매어서라도, 그 죄의 구렁텅이에서 끌어올려 구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오 주여, 이들을 구원 하여 주옵소서!' 하고

안이숙은 민족의 원수인 일본인의 자손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주님 앞에 간절히 부르짖었습니다.

기차는 "반자이 반자이 (만세, 만세)" 하는 고함소리 가운데

북쪽을 향해 떠나가 버렸습니다.

'주님이시여, 저 많은 영혼들이 매일매일 지옥으로 떨어져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일본인 지도자들에게 알려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누가 그 강력한 일본 군부와 정부 지도자들에게 가서

이 중대한 사실을 경고하고 올바르게 인도해 줄 수 있겠습니까?'

이숙은 뜨거운 가슴으로 부르짖었습니다.

'네가 하라!'

안이숙은 깜짝 놀랐습니다.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마음 속에 비장한 결심이 생기는 것을 느꼈습니다.

'내 몸을 폭탄 같이 던져서, 내 유창한 일본 말로 일본인 지도자들에게 경고하고

주 예수의 이름으로 죽어 보자!'

「영광 일세 영광 일세, 내가 누릴 영광 일세

은혜로 주 낯을 뵈옵는 것, 참 아름다운 영광이로다」

하는 찬송이 저절로 속에서 흘러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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