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간증

안이숙 사모의 간증 3부 죽으면 죽으리라 -

성북동 비둘기 2023. 11. 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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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죽으리라 3부         에4:16            1부          2부

안이숙 사모 ▣ 안이숙 여사 관련글 모음

평양 역에서 시내로 나오니 참으로 기뻤습니다.

정처없이 산과 들을 헤매고 유리 방황 하던 어제까지 일을 생각하면

큰 도시로 무사히 나와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섞여 있는 것이

마음을 안심시키고 또 자유스럽게 했습니다.

역에서 나온 안이숙은 우선 공부하고 있는 조카를 찾아갔습니다.

그는 이숙을 보더니 놀라면서, 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어머니와 언니는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이숙을 보고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언니는 벌써 어머니를 이 곳으로 모셔다가, 숨겨 두었던 것입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를 연발 했습니다.

오래간만에 어머니와 언니와 자리를 같이 한 이숙은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지나간 일들을 세세히 설명해 드리고, 또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숙은 이 집에서 함께 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언니의 외딸 숙명이를 학우들이 찾아오기도 하고

선생들의 심방도 있고 해서.. 함께 있는 것이 소문 날까 두려운 까닭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이숙은 따로 조그만 셋방을 하나 얻어 살기로 했습니다.

비록 좁은 셋방이었지만 사랑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살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모녀의 신앙과 기도의 생활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하루에 세 번씩 예배드리고, 새벽과 오후와 밤에 특별 기도를 드리고

오전에는 성경 공부, 오후에는 집안 일을 돌보는 일과는

예전 대로 다시 계속되었습니다.

이 일과 외에 또 새로 만든 일과가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저녁을 먹은 후, 가까이 있는 장터로 나가서, 개인 전도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새벽 3시에 일단 기상해서, 옷을 단정히 갈아입고 꿇어 엎드려

어머니는 마루에 나가서, 이숙은 방 안에서 기도 드렸습니다.

기도와 성경 읽기를 끝내면, 다시 잠 자리로 들어가 잠시 자고

6시경 기상하여, 그날의 일과를 진행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젠 장마당으로 나가서 전도하는 일에도 차츰 익숙해져 갔습니다.

장사 밑천이 적어, 사과나 과자를 조금씩 좌판에 펴놓고

종일 굶다시피 앉아 있는 가난한 장사꾼들을 상대로 전도하는 일이었습니다.

저녁 때가 지나고 나면, 그들의 얼굴에는 말할 수 없는 초조와 슬픔이 가득 차 있어,

어떻게 해서라도 그 물건들을 다 팔아 없애고 돌아갈까 해서 아우성들이었습니다.

"싸구려, 싸구려!" 하는 소리는 비명으로 들릴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런 소리에 응하는 손님이란 별로 없었습니다.

더구나 상한 사과, 문드러진 배, 물이 내린 생선, 말라서 굳어 버리다시피 된 떡 조각을

저녁 시간이 다 지난 이 시간에, 아무도 사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안이숙은 이런 팔리지 않는 물건들을 앞에 놓고

초조와 설움과 체념과 먼지에 뒤덮힌 주름진 얼굴의 노파들에게 먼저 찾아가서

그 물건들을 자기네가 부르는 값대로 깎지 않고 샀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옷도 깨끗이 입은 젊은 여자가

감히 자기네들이 팔다 남은, 버리기 알맞은 그런 물건의 사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더구나 사준다고 해도, 값을 깎아서 살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

값을 깎지도 않을 뿐더러, 거스름돈 같은 것은 받지 않는 이숙을 보고는

참으로 신기하게 생각해서, 저마다 자기 손님으로 끌려고 모든 사정을 다 하기도 했습니다.

이숙은 웃는 얼굴로 그 늙은 노파, 또는 어린애를 등에 없고

피로한 그대로 주저앉아 있는 여자들 앞으로 가서

그 팔지 못해 애타 하는 물건을 전부 팔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설 때는, 물건을 판 여자는 물론, 옆에 사람들까지도 고마워 했습니다.

너무도 고마워서 수없이 절만 하고 있는 할머니에게

"할머니!" 하고 부르니,

"이런 귀한 선생님께서, 저 같이 천대만 받는 사람을 할머니 라고 불러 주시네요."

하면서 긴장하는 태도를 가졌습니다.

그때 안이숙은 "저도 예수님을 믿는 사람인데, 할머니도 예수님 믿고 영생을 얻으셔서,

세상에서도 복을 받으시고, 천국에 가서도 영원히 사세요!" 하면

모두 다 "네, 고맙습니다. 저도 예수님을 믿어야겠네요" 했습니다.

어떤 노파는 눈물이 글썽해져서 결신을 표시하는 이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전도를 하기 시작하니, 그 효과는 놀랄 만큼 컸고

결신자가 매일 같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숙의 기쁨은 말할 것도 없고

집에서 전도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는 어머님도

그날 저녁의 딸의 전도 성과를 보고, 주의 은혜에 더욱 더 감사했습니다.

안이숙은 시골 고향(평북 박천)에서 국민학교를 마친 후, 평양으로 나와서 여학교를 졸업했고

평양에서 제일 큰 예배당에 찬양대원으로 찬송을 불렀는데

그녀를 알 만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평양 성으로 가라" 하신 주님의 명령을 받고 온 이곳의 생활에

점차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밤 자정을 넘긴 깊은 밤에, 언니가 조용히 대문을 열어 달라고 하여

문을 열어 주었는데, 그 뒤에는 웬 알지 못하는 청년 한 사람이 따라 들어왔습니다.

방에 들어와 앉아 언니가 소개도 하기 전에, 우선 모녀에게 공손히 인사부터 하고

곧 기도를 올리는 그 모습이 어찌나 경건한지, 함께 머리 숙여 같이 기도를 했습니다.

언니 말에 의하면, 그 청년은 유명한 부흥사 김인희 전도사 였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금강산에 숨어서 기도와 수도 생활을 하면서

때때로 평양까지 나와서 성도들을 찾아다니며 전도하는 믿음이 강한 분이었습니다.

그는 이숙에게 "그렇게 공부도 많이 하신 분이

부자인 아버지 집도 모두 버리고 주님을 따르기 위해

이런 거룩한 생활을 하시다니요... 하나님의 축복을 받으실 것을 믿습니다.

저는 이번 금강산에서 기도 중, 주님의 음성을 듣고 평양으로 나왔다가

언니 되시는 안집사님을 뵙고, 선생님이 이 곳에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기에

이렇게 밤 늦게 조용히 찾아 뵌 것입니다." 라고 겸손히 말했습니다.

그도 신사참배가 큰 죄라고 열렬히 설교 하다가

자기를 잡으러 온 경찰의 손을 빠져나와, 금강 산으로 피신해

3년간 기도 생활을 하던 중, 참으로 많은 은혜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김인희 전도사 통해서, 평양에는 숨어있는 성도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각기 가진 것을 서로 통용하고, 도와주고, 힘이 되어 주고, 격려해 주는데

성도들의 이와 같은 생활 태도는, 사랑이 넘치던 초대교회의 모습이 재현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밤 12시만 지나면, 이숙의 집을 남몰래 찾아 드는 성도들이

한 사람 두 사람씩 불어나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찾아올 때는, 반드시 여러가지 소식과 선물을 가지고 와서 전해 주었습니다.

이숙은 이 분들을 통해서, 확고하고 굳센 믿음으로 주님을 위해 싸우고 있는 성도들이

적지 않게 많은 것을 알게 되어, 더욱 더 큰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안이숙 선생의 집을 비밀리에 찾아와서

예배 보고, 서로 믿음을 굳게 다짐하고, 위로와 격려를 주고 받은 많은 성도들 중엔

그 유명한 최권능 목사, 이인제 전도사, 김윤선 전도사, 박신근 집사, 김인희 부흥사,

이기청 전도사, 돈 많은 이병희 권사, 약장수인 이광록 집사, 소학교 교원인 김지성 선생,

그리고 안정숙 집사 등은 한 가족 보다도 더 가까워 졌습니다.

이 모든 유명한 열성적인 성도들은,

제일 어리고 경험도 없는 이숙을 가장 아끼며 사랑해 주었습니다.

모두가 유무상통을 해서, 꼭 이숙에게 무슨 선물을 준비해 가지고 밤 중에 찾아와서는

그녀의 믿음을 높이 칭찬해 주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숙의 간증을, 큰 관심을 듣고 기뻐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 소학교 교원으로 있으면서, 신사 참배를 결사 반대하기 때문에

선생 노릇도 못하고, 다섯 식구나 되는 가족을 거느리고 조그만 집을 한 채 얻어서

지내고 있는 김지성 선생 집을 알게 되어, 그 집으로 가기도 했습니다.

김지성 선생 집에도 열렬한 성도가, 밤이면 20여 명씩 모여

주님의 이름으로 죽음을 각오하고, 신앙의 정조를 지키겠다는

신앙고백을 하는 예배를 드릴 때, 성령이 방 안에 가득해져서

마치 초대교회에 핍박 받던 성도들의 모습을 방불케 했습니다.

이 모임이야 말로 소위 지하교회 였습니다.

누구나 서로 있는 것을 나누어 주고 도와 주었지만

돈 많은 이 권사와 언니 안 집사는

자기네 힘 닿는 데까지 모든 물질로써 이 성도들을 원조했습니다.

안이숙 선생 또한, 자신 앞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반만 쓰고

반을 반드시 이들 성도들을 위해 썼습니다.

지하교회의 금요예배는 특별히 큰 힘을 주는 예배이기도 했습니다.

밖에서 길 가던 사람이 혹시 듣지는 않을까 해서

찬송도 크게 못 부르고, 기도도 큰 소리로 못했으나

성도들의 넘치는 사랑과 믿음으로 엉킨 이 예배는

충만한 은혜로 모두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성도들은 각기 앞으로 다가올 핍박과 수난에 대비한 훈련을 거듭 했습니다.

집 안에서 잘 때는, 되도록 이불을 덮지 않는 습관을 길렀고,

먹는 음식도 아주 적게, 그리고 험한 것을 일부러 택해서 먹기까지도 단련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안이숙의 집에서, 또는 김지성 선생 집에 모여서

모두 삼 일 동안 금식 기도를 하고 나면

모든 성도들의 얼굴에는 환희와 은혜가 넘쳐 흘렀습니다.

이들의 금식 기도의 제목은

첫째, 일본인들의 핍박에 넘어가지 말 것

둘째, 신사참배하는 목사와 크리스천의 회개를 위한 것

셋째, 감옥에 구속되어 고생하는 모든 성도를, 주님이 특별히 도와 주십사 하는 것

넷째, 산과 들을 헤매며 주님 말씀을 순종하기 위해 고난을 받고 있는 모든 성도들과

그 가족에게 주님이 은혜주시기를 기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일본 경찰은, 무슨 계획인지 알 수 없었으나

구속했던 주기철 목사와 젊은 목사들을 잠깐 풀어 놓아 주었습니다.

모든 신도들은 홍수같이 밀려서, 풀려 나온 주목사 댁을 찾아가서 위로해 드리고

선물을 선사 하며, 옥중 고난 담을 들었습니다.

안이숙은 밤이 몹시 깊어진 때에, 허드레 옷을 입고 얼굴을 싸매고

고문을 제일 많이 심하게 당했다는 이유택 목사 댁을 언니와 함께 찾아갔습니다.

깊은 밤 중에도 신도들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자기들도 구속될 각오를 했던 사람들이라

여러 가지 고문당하던 일과, 감옥 생활에 대해 질문을 했습니다.

이숙과 언니는, 여러 사람들 뒤에 숨어서

그 질문에 대한 청년 목사의 대답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얼굴이 창백한 이유택 목사는, 어찌나 지독한 고문을 당했던지

풀려 나온 것을 별로 승리한 것으로 느끼지 않는 듯

앞으로의 일에 대한 불안만 감도는 것 같았습니다.

여러 가지 질문 중에서도, 모든 신자들이 그 대답을 긴장과 고요속에서

듣고자 하는 질문은 드디어 나왔습니다.

"심한 고문을 당할 때 하나님의 이적이 나타나던가요?"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이 목사도 이 질문에 대해서는, 한참을 머리 숙여 깊이 생각하다가

"아무런 이적도 내게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믿기를, 내가 그 무서운 고문을 당할 때

내 기도에 응답해서 주께서 큰 권능을 나타내어

고문을 아프지 않게 이겨 내도록 해주실 줄 믿었으나,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아프고 견디기 어려웠던지, 죽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저주스러웠어요.

나는 속히 내 영혼을 거둬 올려 주시어,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십사 하고 기도드렸어요.

죽지 못하고 살아있는 것이, 얼마나 겁이 나는지 알 수 없었어요. 참으로 힘들었어요."

하면서 지난 일들이 회상 되는 듯 몸서리를 쳤습니다.

이숙은 그 말을 듣고, 어찌나 앞이 캄캄해지는지

마치 누가 자기 눈을 보자기로 씌워서 가려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언니를 재촉해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듣고 본 모든 일을 전하면서 낙심해하니

어머님은 참으로 의외라고 표정으로 단정히 고쳐앉아서, 조용히 이숙을 타이르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이 사람이 되어 오신 것은, 사람의 모든 경험을 하신 후에야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사람으로 십자가를 지셨으니, 그 얼마나 아프고 어려웠을까?

우리도 다시 부활 하기 전에는 신이 될 수 없으니

사람으로서의 고난은 그대로 다 겪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픈 것을 견디는 것이 희생이다."

안이숙은 그래도 불안해지는 마음은 어찌 할 수 없어

또 다시 금식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금식을 하니 몸은 쇠약해지고, 신경부터 예민해져서 잠도 안 왔습니다.

일본인들의 힘은 나날이 강해지고

중국 침략전쟁에서는 매일 승리만 거두는 것 같았고

한국을 지배하는 일본인은 나날이 포악해져 가는데

이 대적과 과연 어떻게 맞서서 싸울 수 있을까? .. 고민이 깊어져 갔습니다.

이렇게 고민하면서도, 주님께서 특별히 주신

'평양 성으로 가라' 하신 말씀을 잊지 않고

언제나 무슨 일이 내 앞에 나타날 것인가를 기다리고 살폈습니다.

▲어느 날 아침 식사 중인데, 한복 차림에 지팡이를 짚은 어떤 젊잖은 대머리 노인이

불쑥 안이숙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인사고 뭐고 다짜고짜로 "여기 안선생이라는 이가 있지요?" 했습니다.

어머니와 이숙은 놀라기도 했지만 '저 노인이 대체 누구일까?' 하고 그 노인을 쳐다보았습니다.

그는 얼굴에 기쁨이 가득 찼고, 반갑다는 듯이 웃음을 활짝 띄우고

"오 주님 감사합니다. 찾았습니다!" 라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박관준 장로요. 주님께서 선생을 찾아가라고 해서 찾아왔는데

이렇게 주님께서 데려다 주신 것입니다." 박관주 장로님 1875~1945

이숙과 어머니는 어리벙벙한 채로 서로를 쳐다보다가

박관준 장로에게 우선 방으로 들어오시라고 해서, 방으로 모셨습니다.

아침 식사 중이었으므로, 마침 넉넉히 지어 두었던 아침식사를 대접 했습니다.

그는 평남 개천읍에서 십자의원을 개업하고 있는 의사요, 장로였습니다.

그는 신사참배를 적극 반대했기 때문에 경찰에 잡혀가서 많은 고생도 했으나

노인이라고 해서 특별히 풀어놓아 주면서

입을 꼭 다물고 신사참배를 하라고 하는 것을

어느 날 기도하는 중에 음성이 들려 오기를

"이제부터 그리스도의 정병을 뽑는다.

평양 성으로 가서 안 선생을 만나라" 하는 주님의 계시를 받고, 평양으로 나오니

성령께서 자기를 인도해서 이 집을 찾아 데려다 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의 말을 믿지 못하는 어머니와 안이숙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악마가 이같이 크게 요동을 칠 때는, 하나님은 더 큰 열심으로 일을 하십니다.

핍박이 이같이 일어나야만 성령이 분명히 나타나 역사하시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성도들이 승리를 해 왔고, 앞으로도 승리할 것입니다." 하면서

얼굴에 자신이 만만해 보였습니다.

또 계속해서 "나는 오십 여 년을 예수를 믿어 왔지만

이번처럼 주님의 음성을 똑똑히 들은 적은 없었지요.

만일 이같이 원수 놈들의 핍박이 심할 때

하나님이 평안한 때와 같이 가만히 계시면

어떻게 믿는 자들이 이 무서운 핍박을 견디어 나갈 수 있겠습니까?

오 주님, 주는 나의 피난처요, 강한 방패요, 높은 산성이시니이다"

하며 감격해 했습니다.

이 놀라운 그의 믿음의 말을 들은 모녀는

이 노인의 담대한 태도에 마음을 고쳤습니다.

박관준 장로는 '일본이 회개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유황불을 비와 같이 쏟아내려서 멸망시키겠다'고 하신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요나가 니느웨에 간 것 같이, 자기는 일본으로 가서

일본 정부와 고관들에게 경고하고 싶으나

일본 말을 한 마디도 못하니 어찌 하오리이까?' 하고 열심히 기도 하던 중

계시를 받고 바로 그 다음 날 떠나 무작정 평양으로 왔는데

주님이 인도해 주셔서, 이렇게 순적하게 찾아 오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있던 안이숙은,

과거에 들었던 "평양 성으로 가라" 하신 말씀과

"네가 하라" 하신 말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를 만나서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주님께서 장로님을 제게 보내시는 것일까요?"

"주님이 우리를 일본에 경고하도록 보내시는데

안 선생은 믿음이 약하니, 내가 같이 가서

주님을 위해서 어떻게 죽는가를 보여주라는 것이지요."

"믿음이 약하니 어떻게 죽는 것인가를 보여 주라고요?"

이숙은 그의 말을 따라 말하면서, 자신의 믿음이 약한 것을 부끄러워 했습니다.

박장로는 서슴지 않고, 담대하고 시원스럽게 말했습니다.

"내 평생의 소원이, 약을 먹고 주사를 맞다가 병사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는 것이 었고,

주님을 위해서 주님 이름으로 칼에 맞아 죽든지, 스데판같이 돌에 맞아 죽든지,

기름가마에 던짐을 당하든지 해서, 단 번에 죽도록 해 달라고 기도해 왔소.

그런데 아마도 나의 죽을 때가 다 된 모양인지

주님이 나를 단번에 죽게 하려고 하는가 보지요.

죽으면 개도 뜯어 먹지 않을 치아까지 썩어질 몸을 바쳐

주님 위해서 단번에 죽는다면

아 그 영광스러운 순교의 기쁨을 어찌 다 감당할지 알 수 없습니다!"

말하는 그의 얼굴은 감각과 소망이 넘쳐 보였습니다.

"죽으면서 '할렐루야 내 주여 내 영혼을 받으소서!' 하면서 숨이 끊어져야만

사람으로 태워났던 보람이 있는 것이지,

매맞는 것 정도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오."

물론 이런 생각에는 안이숙도 동감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잡아가두고, 심한 고문과 학대와 어르고 주리게 하고

죽음보다 더 참기 어려운 육체적 고통을 주어

성도들이 굴복해서 신사 앞에 절 하도록 만드는 것이므로

이것이 성도들에게 제일 큰 위협이 되는 것이고

안이숙 선생도 언제나 이것을 두려워하는 것이었습니다.

▲밤이 깊은 후에, 안이숙 모녀는 박 장로를 모시고

성도들이 비밀히 모여 기도하는 즉 지하교회의 장소로 가서 박장로를 소개했습니다.

거기서, 그의 비상한 믿음의 체험담을 밤새도록 들었습니다.

이성으로서 다 믿어지지 않는 일이 있었어도

그래도 모두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힘을 얻어서 '일본에 경고하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안이숙 선생은 이 노인을 만난 이후로

마음속에 더 무거운 새로운 짐이 무시로 압박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낮에는 이 무거운 압박을 손쉽게 거부할 수도 있었습니다.

'나는 여자다. 이름도 경험도 없는 약한 믿음을 가진 평신도다.

이 땅에는 그 얼마나 경력이 많고, 훌륭한 부흥사와 확신 많은 유명한 목사가 많은가?

설마 하나님이 나같이 나약한 여자를 '가라'고 보내실까?

상대방인 일본은 소위 대강국이고

그 잔인함과 포학성으로 그 경찰력을 세계에 자랑하지 않는가?

아 나는 이름 없는 일개 소녀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님이 진정으로 일본을 경고하시려면, 합당한 자를 일으키실 것이다.'

안이숙은 이렇게 스스로 변명하면서, 자신을 무거운 압박해서 건져냈습니다.

▲그러나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면서 안이숙은 "네가 하라!"에 사로 잡혀

그 사명이 점점 강해지고 확실해 졌습니다.

그러나 밤이 다 지나고 아침이 되어 환해지면

속히 모든 조건을 붙여서 다시 자신을 건져 냈습니다.

'성경에 여자는, 집에서 배우고 잠잠하라고 했다.

그저 여자답게 조용하고, 집에서 내 할 일이나 착실히 하고 충성하면 되는 것이다.'

하고 자신을 붙들고 위로하며 옹호했습니다.

그렇지만 밤이 되면, 아침이 될 때까지.. 다시 부르짖으며

'주여, 제가 순종하겠습니다. 나는 비록 요나 같지 못해도

또 가시와 찔레가 내 몸을 상하게 해도

그래도 주님이 보내시니 가겠습니다.

니느웨와 같은 원수의 나라에, 주님이 가라고 하시니

제가 가서 그 나라가 회개치 않으면 유황불이 떨어진다고 경고 하겠습니다.

순종하겠사오니, 제게 힘을 주소서' 하고 주님 뜻에 항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박 장로가 '회개하기를 기다린다'고 한 말이

그녀의 양심을 무시로 괴롭혔습니다.

그가 내던지 듯 한 말에 이숙은 분도 났으니

결국은 그 말이 몹이 충격을 주어,

이숙의 심경을 요란하게 흔들어 대는 것이 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박 장로의 너무도 강한 주장에, 이숙은 반박을 하고 항거하고 말도 해 보았지만

그러나 그의 말은, 나날이 안이숙의 마음 속에 깊이 파고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결심을 못한 채 매일 방황하고 기도하면서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아침,

이숙은 우연히 칠십이 넘은 늙은 주의 종 최봉석 목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루 저녁은 예배당에서 밤새 철야기도를 하고

피곤한 줄도 모르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난데 없이 우렁찬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습니다.

그것이 웬 소린가 해서, 그 목소리를 찾아가 보니

평양 성내에 장작을 파는 장작터 였는데

키가 조그만 백발의 한 늙은이가

"예수 천당 예수 천당!" 하고 외치고 있었습니다.

때가 때인지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진실히 믿는 모든 사람은 잡혀가고

그렇지 않은 성도들은 산으로, 들로 도망다니고

숨도 크게 못 쉬는 이런 험악한 시대에

'이 사람은 대체 어떤 분이기에, 저렇게 담대하게 예수님의 이름을 외치는 것일까?'

하는 호기심으로 그에게 가까이 가서, 그 늙은 노인을 쳐다보고 섰는데

또 다시 우렁찬 목소리로 "예수 천당!" 이라고 고함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위엄이 있었고, 눈은 확신으로 번뜩이고 흰 두루마기를 입은 그는

한 손에 성경책을 들고, 한 손에 지팡이를 잡았습니다.

안이숙은 그에게 가까이 가서 "저도 예수님을 믿는 사람입니다" 했더니

그 말을 듣자 그는 성남 표정을 하고 큰 소리로

"예수를 믿으면서 왜 입을 꼭 다물고 있는거요?

지금 모든 사람이 지옥으로 떨어져 가는데

입으로는 밥만 먹고 아무 말도 안 한단 말이요?"

안이숙은 다시 놀랐습니다.

'이 노인이 어디서 이러한 담대하고 강한 힘이 생겨서

이렇게 겁도 없이 당당히 예수를 전할 수 있을까?'

한참 그 노인을 바라보고 섰다가

"목사님, 우리 집에 잠깐 저와 같이 가실 수 있을까요?" 하니,

뜻밖에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가 도움이 될 것이면 가지요!" 하면서

겸손한 태도로 지팡이를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숙을 따라오면서 때때로 "예수 천당"을 외치며, 뒤를 따라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머니께 손님을 한 분 모셔 왔다고 말하고

부엌으로 나가서 아침 식사를 잘 차려서 상을 드리니

그는 기도를 하고 아침 식사를 맛있게 드셨습니다.

밥상을 치운 후, 이숙은 그 늙은 목사에게 간증을 했습니다.

최봉석 목사님은 크게 감동이 되어 듣더니

"자, 그런데 왜 전도를 안 해요?" 했습니다.

이숙은 지금까지 이렇게 과격한 명령을 들어본 일이 없어 기분은 나빴지만

반박도 못하고, 자신이 매일 전도지를 가지고 장터에 나가서 전도한다는 말을 하니까

"그것만으로 되는 줄 아시오?

지금 매일 매 시간 사람들이 죄 가운데서 죽어 지옥에 떨어지는데

아니 그만한 은혜를 받았으면, 받은 만큼 해야지

그만하고 그래서 평안할 것 같소? 화가 미쳐요. 화가!" 하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안이숙은 그의 성난 고함에, 마치 자다가 깬 듯이

잡아 매었던 영혼의 결박이 탕 하고 터지는 것 같은 것을 느끼며

"옳습니다. 해야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높고 강한 소리로 고함을 맞받아 질렀습니다.

이숙은 자신에게 은근히 일러주었습니다.

'그렇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바로 전도였구나!

전도다. 일본에 전도해야 한다.

일본에 경고하라는 것은 곧 전도하라는 것이다.

그래, 전도를 의미하는 것이었어!'

순식간에 마음은 변했습니다. 이때부터 이숙은 집 안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막 거리로 뛰어 나갔습니다.

남자나 여자를 막론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모조리 붙들고 전도했습니다.

눈에 보이는 이 모든 사람은, 모두 송장 같아 보였습니다.

그녀는 한 사람 한 사람씩 따라다니며, 애걸하며 울면서

'예수 믿고 구원 넣으라'고 권면 했습니다.

붙들고 울며 권하는 그 말에 감동을 받는 이도 많았습니다.

어떤 이는 계속 절하면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어떤 이는, 이미 믿는 이지만, 앞으로 더 잘 믿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정신 이상자인가 해서,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도망을 치는 이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기도하고, 성경 읽고, 외우며.. 숨어 있던 신앙 생활을 하는 중에

두 노인, 박관준 장로 와 최권능 목사로 인해서

이숙은 안팎으로 큰 변동을 일으키고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이제 안의 선생은 아침 예배를 본 후에 식사가 끝나면

속에서 불이 붙어서, 거리에 뛰어 나가 전도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게 되었습니다.

종일 전도 하다 피곤하고, 시장에서 저녁에 돌아와 저녁밥을 먹으면

밤이 되어 '일본에 가서 전도 해야 한다'는 뜨거운 불이 밤새도록 붙어서

속히 떠나기를 거듭 결심하는 것이, 매일 일과 같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몹시 분주하고 고단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한편 지하교회는 점점 더 커졌습니다.

평안남도 와 만주와 평안북도 각도에서도

피신 다닌다는 성도들이, 하나씩 둘씩 알고 모여들었습니다.

차츰 수가 증가 됨에 따라, 이젠 집이 터져 나갈 듯 앉을 자리도 없게 되었습니다.

성도들은 유무상통하고, 서로 사랑하며, 서로 도우면서 굳게 뭉쳤습니다.

따라서 금요일 모임에 모이는 모든 믿음의 형제들은

모두 '이숙과 박장로의 일본 정부에 대한 경고 방문'을 중요 제목으로 정하고

그 일에 대해서 언제나 강조했습니다.

특별 기도가 매일 밤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아침에는 어머니가

"얘 이숙아, 내가 너를 사립 기독교 학교에 보내려고 그렇게도 애쓰고 기도했는데도

주님은 너를 기어이 일본인이 가르치는 공립학교 만으로

소학교와 여학교, 그리고 전문학교에 보내고야 마셨다.

너에게 일본어를 그렇게 유창하게 하도록 한 것도

이 때를 위해서 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주님의 사명이면, 속히 순종하고 죽는 것이 문제지,

오래 끌고 기다릴 필요가 무엇이냐?

너는 일본 말을 어려서부터 그렇게 잘한다고

아버지 비서인 시오 상이 늘 말했을 때,

나는 하나님이 무엇 때문에 네게 그런 재주를 주셨는가 했는데

주님은 다 경륜이 계셨고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인 것을

이제야 알게 되는구나..

그런데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는데, 우물 쭈물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아닌 게 아니라, 일본 말을 일본인 같이 한다는 것은

벌써 주님이 준비해 놓으신 일이었습니다.

이숙이 일본어를 하면, 일본인들은 그녀가 한국인인 것을 전혀 몰랐습니다.

이숙은 어머니가 신앙에 대해서 말하면 꼼짝을 못했습니다.

그녀는 우물쭈물 하고 있는 것이 합당치 않은 것을 알았습니다.

더욱이 박관준 장로는, 안이숙이 어서 결정 짓고 나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성도들의 호소는 날로 비상했습니다.

이죽은 마침내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어떻게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전혀 알 수가 없어서 아득해졌습니다.

그래서 지하교회 성도들에게 의견을 물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형제들의 의견을 들어보았으나, 누구도 구체적으로 실행 방안을 설명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박 장로인 주장인

"떠나라. 떠나기만 하면 주님께서 길을 열어 주실 것이고, 불을 밝혀 주실 것이다"

하는 의견에, 이구동성으로 찬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이숙은 일본으로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이 중대한 사명을 가지고 떠나가는 이숙을 위해

지하교회 성도들 모두가 삼일간 금식 기도를 하고 

(*에4:16, 에스더도 왕 앞에 나아가기 전에 사흘 금식기도를 부탁했음)

산과 굴 속에 숨어 있는 모든 성도들에게 연락해서

이 일을 위해서 기도하도록 했습니다.

▲성도들이 이들의 '경고 방문 사명'을 위해 기도해 주는 일은

큰 힘을 얻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이 일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알 수 없었습니다.

우선 또 일본에 가기도 전에, 도중에서 경찰한테 잡혀서

사명은 하나도 실행 못하고, 감옥에 갇히고, 심한 고문만 당하게 되면

과연 그 고난을 견뎌낼 수 있으며, 만일 그들의 악행이 이숙을 넘어뜨리는 일이 되면

어떻게 될까? ..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천근 같이 무거워지기만 했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건강히 좋지 못한 이숙은

그만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고,

쉴새 없이 기침이 나오고, 폐를 울리는 기침에는 피까지 섞여 나오는

심상치 않은 병세가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금식하고 이 병을 위해 기도했으나

아직 염려하고, 주저하며, 망설이고 있는 이상

병은 낫지 않고 더 악화되어 가기만 했습니다.

한편 속히 이 병이 더 악화 되어서 죽으면, 지옥에 떨어질 것도 같았습니다.

고약한 기침과, 열도 식지 않았고, 식욕을 전혀 잃어버려서, 물도 마시기 힘들었습니다.

'설마 폐병을 주실까?' 했지만

그것은 확실히 폐병의 첫 단계에서도 좀 더 깊어진 상태인 것 같았습니다.

기운은 다 빠지고, 숨이 가빠서 말도 힘껏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기침 소리는 그치지 않았고, 휴지를 아무리 많이 사 들여도

며칠이 못 가서 목에서 나오는 가래를 받는데 다 써 버리게 되어

휴지 사들이는 일만 해도 큰 일의 하나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기침하는 고통도 말할 수 없이 컸지만

또한 가래를 쉴새 없이 받아내야 하는 추한 상태에

이숙은 몸서리가 나도록 정나미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성도들은 이숙과 항상 같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성도들 중에는, 조금도 폐병쟁이라고 기피하는 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얼마 동안은 병간호를 하면서 병세를 주시하던 이숙의 어머니는

밤새 기도를 드리고 아침에 자리에 누워 힘없이 멍해진 눈을 뜬 채로 있는 딸에게

"차라리 병으로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는 것보다,

주님께 순종해서 매 맞아 죽기로 하고, 일본으로 가서 경고를 하는 것이 어떠냐?"

"어머니, 주님 말씀에 순종 하겠어요.

일본으로 가다가 차 안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떠나도록 할게요."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켜, 가지고 있던 옷 중에서

제일 아름답고 멋진 옷을 골라서 갈아입고 대문 밖을 나섰습니다.

몸은 비틀거리고 머리는 어지럽고, 기침은 쉴 새 없이 나왔습니다.

이숙은 기드온이 미디안을 치러 나갈 때

하나님께 기도하고 이적이 나타나기를 간구한 것을 기억해서

자신에게도 하나님의 어떠한 기적이 나타나야만

과연 하나님이 자신을 일본으로 보내신다고 것을 믿을 수 있게 되기를 원해서

거리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이숙은 간신히 전차를 탄 후, 가장 번화한 거리에서 내렸습니다.

쓰러지려는 몸에, 죽을 힘을 다해서

이 번화가에서도 가장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가서, 길가에 우뚝 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기도하기를 '주여, 주께서 진정으로 나를 일본에 경고하는 사명을 띄고

보내시는 것이면, 이 거리에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이 마치 천사를 보는 것과 같이

나를 쳐다보고 놀라도록, 내 얼굴에 빛이 나타나게 하소서.

그러면 나는 하나님께서 저를 일본으로 보내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기도하고는

이숙은 그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 곁에 서서

행인들이 자신을 보고 놀라기를 기다리고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치지만

아무도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주의하는 기척도 없이

모두 무관심한 채로 지나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숙은 낙심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추워서 몸이 떨렸습니다.

전차를 타고 겨우 집에 와서 그만 쓰러져 버렸습니다.

어머니는 그녀의 심상치 않은 태도에, 위로하듯이 물었습니다.

이숙은 모든 사실을 허덕이면서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모든 사실을 듣고 나서, 어이가 없어 조용히 웃었습니다.

"너는 성경을 그렇게 많이 공부하고, 외우고, 잘 알면서도,

때로는 성경에 없는 일을 제법 행하는구나.

성경 어느 구절에, 니느웨로 가기 전에, 요나가 자기 얼굴에 광채가 나서

사람들이 자기를 우러러 쳐다보아서 자신감을 얻고 떠나갔다는 말이 있으며,

에스더가 아하수에로 왕을 만나러 들어가기 전에

그의 얼굴에 광채가 나서 사람들이 놀라서 에스더를 바라 보았다는 구절이 있더냐?

성경을 잘 안다는 것은, 성경 외에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니?

성경에 없는 일을 하려 거든, 성경을 알 필요도 없지 않겠니?

모든 일을 제 멋대로 해버리면 돼지!"

안이숙은 자신이 일본인의 손에 죽게 될 운명 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순종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참으로 어머니가 옳았습니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다시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새 힘을 얻기 위해서, 삼일간 금식하기로 결심하고 시작했습니다.

극도로 쇠약하고, 극도로 영양이 부족한 폐병 환자가

삼일간 금식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힘이 결단코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온 몸은 뼛속까지 저리고, 쑤시고, 가슴은 당장 숨이 넘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은 최후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심경이었습니다.

▲무서운 죽음의 격투 같았던 삼 일 간은 드디어 지나갔습니다.

새벽이 밝기 전이었습니다. 잠을 전혀 잘 수 없는 그녀에게

삼일째 새벽은 거친 바다의 풍랑을 겪고 항구에 도달한 배와도 같았습니다.

간 밤이 너무 길어서, 가늘게 켜놓은 등불 밑에 보이는 성경에 눈을 보냈습니다.

눈이 성경을 쳐다보자 갑자기 황홀해 졌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경 글자는 홀연히 밝아지며, 큰 글자로 변하면서

눈 앞으로 막 떠올라 왔습니다.

잘 볼 수 있도록 큰 활자로 커지면서, 동시에 밝고 밝은 빛을 띄며 눈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이숙은 황홀하고 놀란 채 그 글을 모두 읽었습니다.

그 성경은 에스겔 2장 전체 였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선명히 눈에 보이는 성경 글자를 볼 때

그것은 마치 누가 촉수 높은 전구를 성경 책에다 비치며

그 활자를 확대시켜서 눈에 갖다 대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이렇게 2장을 다 읽어 내려가도록, 활자는 크게 선명한 채 들려 떠 있었습니다.

홀연히 강한 힘을 얻어서 벌떡 일어나면서

"듣든지 아니 듣든지 너는 내 말로 고할지어다" 하고 소리를 크게 질렀습니다.

'그들은 심히 패역한 자라 그들이 듣든지 아니 듣든지 너는 내 말로 고할지어다' 겔2:7

이숙은 이 힘이 어디서 나는지를 넉넉히 알았습니다.

명령은 분명히 내렸습니다. 그리고 사명을 분명히 받았습니다.

그녀는 순종하라고 주어지는 이 힘에 감사 하였습니다.

'순종이다. 순종이다!' 또 고함을 질렀습니다.

속마음은 강해지고 음성도 놀랄만큼 크고 똑똑 했습니다.

마루에서 기도 하던 어머니는 딸의 고함에 멈칫 했다가

다시 용기있게 계속 기도했습니다.

몹시 놀라서 방으로 들어온 어머니께

지금 일어난 사실을 설명해 드리면서

에스겔 2장을 가리켰더니

어머니도 다시 2장을 전부 읽어 내려갔는데

그때는 보통 그대로의 활자 였습니다.

이숙은 에스겔 2장 마지막 절에

'애가와 애곡과 재앙의 말이 기록되었더라'고 한 말씀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피곤해져서 자리에 다시 누웠습니다. 비몽사몽 간에 꿈을 꾸었습니다.

온 천하에 유황 불이 터져서, 모든 고층 건물은 불꽃과 연기를 피우면서

사람들은 아우성을 치며, 면할 길을 모르고 불에 타서 죽는데

그래도 유황 불은 계속해서 공중에서 터졌습니다.

이숙은 힘 있는 천사 같이, 그 불을 무서워도 아니하고, 늠름히 보고 날았습니다.

'네 원수를 찾아 보아도 만나지 못할 것이요' 하는 이사야서 말씀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숙은 마치 꿈 중에 살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대문을 연거푸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박관준 장로가 들어서자마자 "자 이제는 떠날 준비가 다 되었지요?" 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숙은 몸 전체에 힘이 나는 것을 느껴

일어나서 모두 아침 식사를 하고 난 후, 꿈에서 본 일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는 만족하고 기쁨에 넘치는 얼굴로 "됐소! 그러면 떠나야 하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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