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칼럼

[연상모 칼럼]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이유

성북동 비둘기 2024. 7. 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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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 4월에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양국 간 국방·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미·일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등에서 대중국 견제를 위해 양국 동맹을 군사·안보적으로 '보호하는 동맹'에서 글로벌 차원의 '행동하는 동맹'으로 근본적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자국 내 문제만 걱정하던 일본이 역내, 동맹, 가치 시스템뿐만 아니라 유럽, 중동, 인도·태평양 등 어디에서든 완전한 글로벌 파트너로 중대하게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미·일 양국 간에 ‘불멸의 파트너십’이 구축되었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양국은 역사상 가장 가까운 관계로 밀착하게 됐다고 평가되고 있다. 

여기에는 2개의 특징이 있다. 첫째, 이번에 양국 동맹을 전방위적으로 강화했다. 양국 간 지휘·통제 구조를 현대화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군의 상호 운용성과 일체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는 동맹이 구축된 이래 가장 중요한 업그레이드이다. 둘째,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열도가 미국의 일본 방위의무 대상에 포함된다는 내용이 미일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포함됐다. 센카쿠 열도 분쟁에 중국이 강제력을 사용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공표한 셈이다.

이번 미·일 동맹의 전방위적 강화는 ‘중국 견제’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미국은 여러 형태의 소다자 협력체를 활용해 촘촘한 ‘격자형’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 구상을 갖고 실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협의체)를 창설하고,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와 한·미·일 협력을 격상하고, 미·일·필리핀 3국 협력을 구축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 주도 포위망의 핵심에 일본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양새이다. 그러면 일본이 미국과 협력하여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본과 중국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불신과 증오로 점철되어 있으며, 뿌리 깊은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동아시아에서 자국 중심의 위계적인 중화질서를 통해 이웃국가들의 순응을 요구하여 왔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중화질서의 밖에서 자신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유지하여 왔으며, 중국에 대해 적어도 동등함을 요구했다. 

한편, 최근 중국이 부상하면서 양국 국력의 상대적 변화가 현저하게 나타나면서, 양국의 역사적 경쟁의식이 ‘부상하는 중국, 이것이 달갑지 않은 일본’의 구도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 내에서는 시진핑 정부가 특히 공세적이며 중국이 자신의 패권적인 중화제국의 지위를 회복하려 한다는 인식이 증대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세력을 팽창하려 하는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동아시아에서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어서, 일본은 동아시아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최근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센카쿠 근해에 대한 침범을 일상화하면서 센카쿠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 실효 지배를 깨고 있다. 

 

중국은 센카쿠 주변수역에 정부 선박과 군함을 수시로 진입시킴으로써, 일본의 실효적 지배를 무력화시키는 효과를 이미 얻어냈다. 당초 중·일간 전략적 경쟁의 상징적인 이슈였던 센카쿠문제에서 중국은 추구했던 목표를 이미 성취하여 이 전쟁에서 사실상 승리한 것이다. 이는 시진핑이 주장하는 중국영토와 주권의 보존에 부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중국을 견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신냉전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미국·일본 대 중국의 대결구도가 명확히 되었고 이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우리는 미·일 대 중국 간 벌어지는 거대한 전략적 경쟁의 역사적 의미를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향후 우리의 선택지가 명확해진다. 우리는 일본이 미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부상하는 중국이 평화적인 강대국(이웃국가에 강압적 자세를 보이는 패도적 강대국이 아니라, 대화와 합의를 중시하는 왕도적 강대국)이 되기를 원하며, 중국이 이러한 강대국이 되도록 건설적으로 중국에 개입하려는 일본 및 미국과 이익을 같이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동아시아의 패권국은 중국이고 21세기 중에 일본이 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은 없다. 한국의 안보 이해관계는 구조적으로 중국과는 대립하고 일본과는 일치한다.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한반도에서 ‘어설픈 중립’은 한국을 구할 수 없다.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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