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가지 이유= 적반하장식 요구, 패배주의에서 비롯된 자기비하, 선거전략 실패를 영남 책임론에 전가
이는 영남 민심에 기름을 붓고 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영남 책임론’은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적반하장식 요구’라는 것이다. 4·10 총선에서 얻은 각당 의석 수를 보면 야권은 탄핵선인 국회 3분의2 의석(200석)에 육박하고 있다. 비례정당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으로 총 192석이다. 국민의힘은 108석에 그쳤다. 간신히 탄핵 저지선인 100석을 넘긴 것이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마지노선을 지킬 수 있었던 데는 영남 민심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둘째, 영남 책임론은 패배주의에서 비롯된 ‘자기비하’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역 기반이 영남인 것은 민주당이 호남이라는 강력한 지역기반에 근거한 정당이라는 점과 유사하다. 수도권에 민주당 강세지역이 많은 것조차도 해당 지역에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다수 분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과거 선거에서 패배해도 그 이유를 호남정당에서 찾으면서 자기비하를 한 적은 없다. 역대 대선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은 호남당의 이점을 극대화하면서 영남이나 충청권 표심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더욱이 이번 총선에서도 호남의 민주당 몰표 현상이 영남의 국민의힘 몰표 현상보다 더 극심하게 나타났다. 호남의 민주당 후보 득표율은 90%를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영남에서 이같은 득표율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남에서 90%의 몰표를 얻은 민주당은 ‘호남당’이라는 표현을 입에 올리지 않는 데 비해, 국민의힘 일부 수도권 인사들은 ‘영남당’ 운운하면서 자기비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선거전략의 실패를 영남 책임론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남 책임론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중 누구도 총선 기간 중에 민심을 설득할 만한 전국적 정책 이슈를 제기하지 못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총선 공약으로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발표했을 때, 국민의힘은 포퓰리즘이라는 비난만 퍼부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조심판론’에 몰입할 때도 지켜만 봤다. 경기불황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는 대안적 정책을 고민하지 않았다.
수도권 표심을 유인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 제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선거 패배가 무조건 영남당 이미지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책임 전가에 불과한 셈이다.
펜앤드마이크 분석= 윤 대통령 TK 지역 지지율, 총선 이후 24% 포인트 폭락

이같은 역풍은 대구·경북(TK)지역에서 특히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TK 지역의 긍정평가(지지율)는 전주 35% 대비 10%포인트 내린 25%로 나타났다. 서울의 지지율은 8%포인트 내린 19%다.
윤 대통령의 전체 지지율은 지난 주 23%보다 1%포인트 오른 24%였다. 대전·세종·충청 지지율은 지난 주 대비 6%포인트 오른 33%, 부산·울산·경남(PK) 지지율은 3%포인트 오른 31%로 나타났다. 인천·경기는 2%포인트 오른 22%다. 서울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는 와중에 TK에서만 급락을 겪고 있는 셈이다.
TK 지역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적이라는 점도 심각한 대목이다. 한국갤럽 3월 넷째 주(26~28일) 조사에 의하면 TK 지역 윤 대통령 지지율은 49%였다. 따라서 총선이 끝나고 난 뒤 TK지역 윤 대통령 지지율은 24%포인트나 폭락한 것이다.
“영남 책임이라는 것은 영남 유권자들을 화나게 하는 말”
이처럼 TK민심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은 총선 이후 국민의힘 내에서 불고 있는 영남 책임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대구 달서갑)은 25일 YTN 라디오 '뉴스킹'에서 “영남의 책임이냐 이런 것은 영남 지역의 유권자들 국민들에게 굉장히 화를 내게 하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권영진 대구 달서병 당선인도 26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진짜 원인을, 폐부를 찔러야 될 건 안 찌르고 그냥 쉽게 만만하게 그래서 지고 나면 영남 탓하는 거예요”라며 “그나마 명멸하던 당이 영남 때문에 그나마 유지가 되고 있는 건데”라고 비판했다.
영남 책임론= “당이 영남 중심이다 보니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 지는 데 익숙한 정당이 영남 자민련”

영남 책임론은 국민의힘 험지인 인천에서 생환한 윤상현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윤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당이 영남 중심이다 보니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나 대통령에게 바른 소리를 전달 못 하는 것”이라면서 “영남 출신과 수도권 출신 의원들 간 현실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험지 낙선인에게 듣는다-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도 영남당 한계론을 제기했다. 발제를 맡은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지지층을 창피하게 만든 것, 지는 데 익숙한 정당이 영남 자민련, 수포당(수도권 포기 정당) 결과를 초래했다”며 “인적 혁신과 세대교체를 통한 보수 가치의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낙선 후보들= 3040세대를 겨냥한 개혁 정책 필요성 제기
이날 세미나에서는 수도권에서 낙선한 후보들이 주목할 만한 어젠다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천 서구갑에서 낙선한 박상수 후보는 “우리에게는 민주당에서 내건 (민생회복지원금) 25만 원 현금성 복지와 같은 강력한 무기가 없었다”면서 “현금성 복지를 넘어 3040을 유인할 비전,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도 비전이 없다”고 주장했다. 평범한 3040세대의 주요 이슈인 부동산 및 육아 문제를 해결해줄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서울 중랑을에서 낙선한 이승환 후보도 “이번 선거에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등에 매몰돼 다음 세상을 논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영남 표심’은 강력한 개혁 동력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전국 정당론’이 힘을 얻어
따라서 국민의힘 내 ‘영남 책임론’은 타깃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의 개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영남 유권자가 아니라 현실에 안주하는 영남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남 표심은 보수정권의 개혁정책이 실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강력한 동력이다.

단,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안이한 현실인식에 빠지기 쉬운 영남 지역 의원들이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가질 경우 개혁이 어려워진다는 관점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28일 자신의 SNS에 "총선 참패의 원인을 제공한 당정의 핵심관계자들은 성찰-혁신-재건의 시간을 위한 2선 후퇴를 해줄 것을 호소한다"면서 "중도층-수도권-청년층으로 확장력을 가진 전국정당으로 혁신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전국정당론이 국민의힘 내 개혁노선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영남 책임론으로 인한 불필요한 오해와 잡음 제거가 선결 과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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