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사 시대 말기의 이스라엘은 강력한 블레셋의 침략을 자주 받아 왔고, 또 모든 사람이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함으로써 도덕적인 혼란과 방종이 난무하였다. 바로 그러한 때에 기도의 선지자 사무엘이 이스라엘을 다스리게 되었고, 비로소 이스라엘에 평안과 공의가 확립되었다. 그러나 사무엘이 나이 들어 그의 부족한 아들들이 사사로 세워지자, 이스라엘 민족은 사무엘의 통치를 거부하고 그들이 보기에 가장 이상적인 제도, 곧 이방 민족과 같이 왕을 세워 줄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아니었다.
사무엘은 백성들의 요구에 따라 이스라엘 최초의 왕을 물색했다. 선택된 인물은 사울이었다. ‘사울’은 베냐민 지파 기스의 아들로, 그의 이름은 히브리 말로, ‘희망’, ‘여호와께 구한다’라는 뜻이다. 사울은 풍채가 좋고 용모가 준수하며 성품이 고결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촉망을 받게 되었고, 40세에 통일 이스라엘 왕국의 첫 번째 왕으로 등극하여, 무려 40년간이나 이스라엘을 다스렸다.
그런데, 성도들이 기억하기로 사울은 하나님께 버림받은 불행한 왕이다. 어떻게 해서 이스라엘의 초대왕은 이같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일까?
● 사울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잃은 암나귀를 열심히 찾던 도중 사무엘을 만나게 된다. 사울은 부모의 말씀에 따라 산지 사방을 돌아다닐 만큼 순종적이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그는 이스라엘 자손 중에 그보다 더 준수한 자가 없을 만큼 준수한 용모를 갖춘 자였다. 그리고 사울은 겸손한 사람으로, 선지자 사무엘에게서 자기가 이스라엘을 다스릴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자기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작은 부족인 베냐민 지파에 속하고, 그 베냐민 중에서 가장 천한 가문 출신인데 그게 무슨 당치 않는 소리냐고 말하기도 했다.
사무엘에게 기름부음을 받은 후, 사울은 여호와의 신에 크게 감동되어 선지자의 무리 가운데서 예언을 하는 등, 새 마음을 가진 새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왕으로 등극할 것이라는 엄청난 일을, 공적인 절차에 의해 밝혀질 때까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을 만큼 겸손하고 사려깊은 자였다.
사무엘이 백성들을 미스바로 불러모아 제비뽑기로 왕을 정할 때, 사울이 뽑히게 되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공공연히 그를 무시하며,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겠느냐.” 하고 멸시하고, 왕께 드릴 예물도 보내지 않았으나, 그는 잠자코 있었다. 그는 이렇게 참을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사울이 왕으로 인정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암몬 사람들이 쳐들어 왔을 때 겁에 질려 있는온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사울은 겨릿소 한쌍을 끌어다 각을 떠서 각각 보냈다. “누구든지 사무엘과 사울을 따라 적과 싸우지 않고 꽁무니를 빼는 자는 저 소처럼 될 테니 알아서 하시오!” 사울은 결국 암몬 군을 크게 무찔렀다. 살아남은 자들도 뿔뿔이 흩어져 줄행랑을 쳤다. 이때 백성들이 사무엘에게 몰려와 요구했다. “사울이 왕으로 뽑혔을 때 빈정거리며 거부했던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끌어내어 죽이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왕을 무시하는 자들을 살려두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울이 저들을 가로막았다. “안됩니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에 승리를 안겨 주신 날에 동족의 피를 흘리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사울은 큰 포용력을 가지고 자신의 정적들을 감싸안았다. 그는 이만큼 관대하고 너그러운 인물이었다.
선지자 사무엘도 얼마나 기뻤던지, 이날 백성들에게 선포한다. “오라 우리가 길갈로 가서 나라를 새롭게 하자.” 이렇게 해서 모든 백성이 길갈로 가서 여호와 앞에서 사울로 왕을 삼고 거기서 여호와 앞에 화목제를 드리고 사울과 이스라엘 모든 백성이 크게 기뻐하였다. 정식으로 화려하게 왕으로 즉위식을 한 것이다. 그리고 사무엘은 이스라엘의 사사직에서 물러나 종교지도자의 역할만 할 것을 선포한다. 이때부터 사울은 본격적으로 왕으로서 이스라엘 백성을 다스렸고, 백성들은 사울을 하나님께서 보낸 주신 왕으로 섬겼다. 이때가 사울의 전성기였다. 그는 겸손한 사람이었다.
● 사울은 40세에 왕으로 등극하여 80세에 길보아 산 전투에서 죽을 때까지 40년간을 이스라엘의 초대왕으로서 다스린다. 그런데 사울은 왕위에 오른지 불과 2년만에 내리막길을 달리게 된다.
그의 타락의 첫걸음은 불신앙에서였다. 사울이 왕이 된지 2년만에 블레셋의 침략으로 전쟁이 일어났다. 그런데 블레셋 군의 병력이 워낙 막강하여 이스라엘 군은 사기가 몹시 떨어져 있었다. 그는 블레셋 군의 침공을 눈앞에 두고 하나님의 사람 사무엘이 와서 번제를 올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정한 기한대로 이레를 기다려도 사무엘이 나타나지 않자, 백성들이 겁을 먹고 하나둘씩 도망쳤다. 이에 사울은 기다리다 못해 번제물과 화목제물을 가져오라 해서 자신이 제사를 드렸다. 그때 바로 사무엘이 나타났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이오?” 사울이 사무엘에게 변명했다. “백성은 나에게서 흩어지고, 당신은 정한 날 안에 오지 아니하고, 블레셋 사람은 믹마스에 모였음을 내가 보았으므로, 부득이 번제를 드렸습니다.”
인간적으로 사울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블레셋 군이 쳐들어와 바로 코앞에 진치고 있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사울은 사무엘의 지시대로 7일동안을 기다렸다. 7일동안 백성들이 그냥 있었겠는가? 하루 이틀은 참았을지 모르지만, 불안해진 이스라엘 군사들이 얼마나 왕을 몰아 세웠겠는가? “사울왕이시여 이렇게 해야 합니다. 저렇게 해야 합니다.”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백성들조차 자신에게서 흩어져 도망치자 사울왕은 얼마나 불안했겠는가? 사울왕이 번제와 화목제물을 가져오라고 할 때, 백성 중에 아무도 가로막은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전장에 있었던 저들 모두 제 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고비가 바로 하나님의 백성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경계이다. 거센 파도처럼 덮쳐오는 불안과 두려움 앞에서 끝까지 믿음을 간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내놓고 보면 그 차이는 사실 간발의 차이다. 사울이 번제와 화목제를 준비해, 번제를 드린 직후 사무엘이 나타났다. 아직 화목제는 드리지도 못한 상태였다. 불과 30분 내지 1시간도 되지 않는 짧은 차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1시간만 더 참았어도! 그런데 바로 그 1시간, 그 간발의 차이가 신앙과 불신앙의 차이다. 왜 그러면 사울이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1) 그는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 그의 중심을 하나님께로 향하지 못하고 백성들을 바라보았다. 세상의 힘을 가진 블레셋 군사들을 보았다. 13:11을 보라! 높은 곳에 줄을 매고 건너는 사람들은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는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무리 경험많고 용감한 사람이라도 어지럽고 떨리게 마련이다. 신앙의 승리자들은 어려울 때에 아래를 내려다본 사람들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온갖 세상 힘에 마음빼앗긴 사람들이 아니다. 오직 도움의 근원되신 여호와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간 사람들이다. 사울이 불안해 하는 백성들과 블레셋 군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믿음을 잃어버리자, 그렇게 참을성있고 신중했던 사람이 성급하고 경솔한 사람으로 변하고 말았다. 그 1시간을 참지 못한 것이다.
2) 그리고 사울이 손수 번제를 올린 행위는 분수를 알지 못하는 교만한 행위였다. 제사는 하나님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제사장의 몫이었다. 하나님께서 세워놓으신 질서를 무시하고 자기 마음대로 수행하는 것은 두려운 반역행위이다. 민수기 16장에 보면, 고라와 다단은 제사장의 직분을 노리고 모세와 아론에게 대항하다가 저주를 받아 온 가족 전체가 땅에 삼키워 멸망당했다. 역대하 26장에 보면, 웃시야왕은 나라가 강성해지자 교만해져서 여호와의 전에 들어가서 향단에 분향하다가 문둥병이 들어 죽는날까지 별궁에 갇혀 지내게 된다. 하나님께 그렇게 순종 잘하고 충성스러웠던 사울이었지만 믿음을 잃어버리자 교만하고 방자한 사람으로 변하고 말았다.
● 믿음을 잃고 교만해진 사울은 이후 하나님의 눈밖에 나는 일을 계속해서 저지르게 된다. 평소 여호와를 위하여 단을 제대로 쌓지 않았던 사울은 아말렉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자기의 공로를 내세우고자 갈멜에 기념비를 세운다. 그리고 전리품을 남기지 말고 남녀노소와 가축들 모두를 진멸시키라는 선지자 사무엘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양과 소 중에서 기름지고 탐스러운 것들을 없애기 아까워 살려두고 쓸모없고 하찮은 것들만 없애버렸다. 사무엘이 그 까닭을 사울에게 물었더니,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사하려 하여 양과 소의 가장 좋은 것을 남겼다”고 사울은 변명했다. 그때 사무엘이 뭐라고 말했는가? “왕이 스스로 작게 여길 그 때에 이스라엘 지파의 머리가 되지 아니하셨나이까. 어찌하여 왕이 교만하여 여호와의 목소리를 청종치 아니하고 여호와께서 악하게 여기시는 것을 행하였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이는 거역하는 것은 사술의 죄와 같고 완고한 것은 사신 우상에게 절하는 죄와 같음이라 왕이 여호와의 말씀을 버렸으므로 여호와께서도 왕을 버려 왕이 되지 못하게 하셨나이다.”
어느새 사울은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기보다는, 자기의 마음대로 행동하는 불신앙과 불순종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의 행동은 경거망동했고, 패역했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과는 반대로 달려가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인생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오직 당신에게 순종하는 것이다. 하나님에 대한 순종은 인간에게 최대의 의무이다. 사울이 여기서라도 자기의 잘못을 깊이 뉘우쳤더라면 하나님께서 용서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울은 끝까지 교만하여, “내가 범죄하였을지라도 청하옵나니 내 백성의 장로들의 앞과 이스라엘의 앞에서 나를 높이사 나와 함께 돌아가서 나로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경배하게 하소서”하고 말했다.
사울은 인간들 앞에서 존귀하게 높임받기를 소망하고 있었으나, 진정으로 하나님을 섬기지는 않았다. 이것이 인간세상의 명예에 눈어두운 사람들의 특징인지도 모른다. 세상과 하나님을 동시에 주인으로 섬길 수는 없다.
● 이미 하나님께 버림을 받은 사울은 멸망을 길을 재촉하게 된다. 그 사이에 하나님은 다윗을 후계자로 내정하셨다. 그리하여 하나님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사울의 운명은 날로 기울어져가고 택함을 받은 다윗의 명성은 아침 햇살처럼 온 누리에 퍼져 나아갔다.
이것을 본 사울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사위 다윗을 질투하고 격분하고, 그 후에는 적이 되어 다윗을 죽이려고 했다. 드디어 악령이 그에게 임하여 그의 마음은 하나님으로부터 완전히 떠나 마술사에게 의지할 정도로 타락했다. 이런 배교자의 말로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사울은 이스라엘 역사에서 전쟁의 영웅이었고 큰 승리를 얻은 용사였다. 통일 이스라엘의 최초의 왕이었다. 그러나 그는 신앙적으로 실패한 인물이었다.
그의 최후는 더욱 비참했다. 블레셋 군과의 전쟁 중에 중상을 입고, 길보아 산에서 그의 세 아들과 함께 스스로 목숨은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시신은 목베임을 당하고 갑옷이 벗기워진채 성벽 높이 매달아 욕보임을 당한다. 얼마나 비참한 말로인가!
● 사울왕의 일생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확인히 구분된다. 그는 신수가 좋고 키는 사람들의 ‘어깨 위는 더하더라’는 기록대로 남들에게 위압감과 존경심을 동시에 주는 재능과 풍모를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택함을 입고 기름 부음을 받아 영예로운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 되었다.
사울이 하나님을 의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성령이 그와 함께 하셨다. 사울이 겸손하고 신앙 가운데 살았을 때는, 성실하고 경건하며 신중한 사람이었다. 사환의 충고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고, 자신을 반대한 사람들에게도 관대함과 용서를 베풀며 하나님만을 바라보았던 자였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하나님을 무시하고 자신의 욕망과 명예를 가까이 했을 때는 시기와 질투와 경솔함으로 실수와 죄악을 일삼게 되었던 것이다. 그가 자만하여 하나님보다 자기를 앞세웠을 때에는 성령이 그를 떠나 돌보지 않으셨다. 사울왕은 그 영예의 절정에서 신앙을 잃어버리고 교만 가운데 멸망의 심연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 사울왕의 실패는 오늘 나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오늘 나는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 어떤 사람인가?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고 따라가며, 어떤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믿음 잃지 아니하고 주님만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상황과 환경을 내세워 내 욕심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제 맘대로 해석하고 무시하고 부인하고 있지는 않은가? 진정 제사보다 순종이 낫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는 하나님의 백성들이 되시기 바란다. 그리하여 하나님께 더욱 귀하게 쓰임받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다 되시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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