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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한 대통령실, ‘오물풍선’과 '대북전단'의 차이점 각인시키는 여론전 펴야

성북동 비둘기 2024. 6. 1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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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풍선’을 표현의 자유라고 우기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역겨움’을 응징하기 위한 여론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일부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것은 언론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취한 데 대해, 북한이 엽기적이고도 혐오스러운 수단을 동원해 보복하면서 “우리도 언론자유”라고 우겨대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9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이날 중 대북 확성기를 설치하고 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004년 6월 서부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가 철거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북측 논리에 편승한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대북전단을 살포한 탈북자 단체나 이를 막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듯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실이 9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 재개를 결정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북한이 최근 남한에 보내는 ‘오물풍선’의 역겨움을 대대적으로 폭로하는 내용도 담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김여정이 ‘언론자유’라고 우기는 ‘오물풍선’, ‘대북전단’과는 2가지 근본적 차이점 가져

대통령실이 이날 북한의 3차 대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최전방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함에 따라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북한의 ‘오물풍선’ 공격은 어떤 형태로든지 격화될 전망이다. 예고한 대로 정부의 접경지 훈련 재개가 이뤄질 경우 이에 반발한 북한의 추가 도발 등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북으로 보내는 ‘대북전단 풍선’과 남으로 오는 ‘오물풍선’은 두 가지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첫째, 대북전단 풍선을 보내는 주체는 민간단체이다. 탈북민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이다. 반면에 오물풍선의 살포 주체는 북한 당국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에 자율적으로 오물풍선을 보낼 만한 민간단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둘째, 대북전단에는 김정은 독재체제를 비판하거나 그 허구성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물건들이 담겨져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일 북한을 향해 날려보낸 애드벌룬 10개에는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일 뿐”이라는 김정은의 망언을 규탄하는 전단 20만장 그리고 케이팝(K-팝)·나훈아·임영웅 노래, 드라마 '겨울연가' 동영상 등을 저장한 이동식저장장치(USB) 5천개, 1달러짜리 지폐 2천장도 함께 담았다. 북한 주민들이 원하면 그 물건들을 사용하거나 즐길 수 있다. 자유의지에 의해 받아들이거나 거부할 수 있는 내용물들인 것이다.

 

이에 비해 오물풍선은 문자 그대로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차 있다. 사람이 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들여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역질이 나고 혐오스럽다. 화학물질이 담겨있을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어서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겨레신문, ‘북한 오물을 받아보는 게 한국 국민의 알권리’라는 김여정의 억지를 비판없이 보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를 표방하는 일부 언론매체들은 북측 논리를 그대로 받아쓰기 하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신문은 지난달 29일 <김여정, 오물 풍선에 “이것도 표현의 자유…몇 십배 대응할 것”> 제하의 기사에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북쪽에서 보낸 오물·휴지 등이 담긴 대형풍선이 28일 밤부터 남쪽 각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는 사실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 보장’을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어린 ‘성의의 선물’이라고 주장했다”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는 대한민국에 대한 삐라(전단) 살포가 우리 인민의 표현의 자유에 해당되며 한국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으로써 이를 당장 제지시키는 데는 한계점이 있다. 대한민국정부에 정중히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이는 윤석열 정부가, 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전단 살포 처벌 조항(24조1항3호, 25조1항)이 표현의 자유를 과잉금지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평결을 근거로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방치’하는 태도를 비꼰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쓰레기와 오물을 받아보는 것이 한국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김여정의 억지에 사실상 동조하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셈이다. 또 남북관계발전법의 대북전단 살포 처벌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과잉금지해서 위헌이라는 헌재의 평결은 ‘명백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헌재 평결을 근거로 대북전단 살포를 사실상 방치하는 태도”라고 폄훼하는 표현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지난해 9월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위헌’ 판단...정부는 대북전단 살포 제약 못해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남북관계발전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한 시점은 지난해 9월이다. 남풍이 불어 대북전단 살포 효과가 큰 여름철이 되면서 탈북자 단체들은 대북전단 살포활동을 재개했다. 정부로서는 헌재 판결에 맞서서 대북전단 살포활동을 제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이같은 대북전단 배포를 빌미삼아 지난달 28∼29일과 이달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남 오물풍선을 날렸다. 약 1천개가 남측에서 식별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 ‘역겨운 전략’ 단언...맹점 지적한 AFP,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은 아냐”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북한의 오물풍선 보복에 대해서 깜짝 놀랐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혐오스러운 전략이라면서 맹렬하게 비판했다.

북한이 살포한 오물 풍선. [사진=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 국무부 매슈 밀러 대변인은 지난 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 ‘역겨운 전략(Disgusting tactic)’이라고 단언했다. 밀러 대변인은 ‘무책임’(irresponsible), ‘유치하다’(childish) 등의 표현을 동원하면서 규탄하는 한편 “북한은 이를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정찰 위성 발사 실험 등이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일상에 가깝다면 오물풍선 살포는 최근에는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전략이다. 풍선에는 담배꽁초, 폐지, 비닐, 건전지, 배설물, 플라스틱, 신발 조각 등 오물과 쓰레기가 가득하다고 하니 그야말로 역겨운 것도 사실이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지난 4일 보고서에서 “북한은 남한에 대한 관심과 경멸을 표출하기 위해 풍선을 통해 쓰레기와 거름을 보내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했다”면서 “북한 지도자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오물이 가득 담긴 풍선을 “자유민주주의의 귀신들에게 보내는 진정 어린 선물’로 간주해야 한다는 뻔뻔한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의 최근 행위는 평소보다 훨씬 더 사납고 경멸스럽다”고 지적했다.

 

AFP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달리 ‘쓰레기 캠페인’은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다”면서 국제사회가 오물풍선 살포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지적했다.

 

강경 대응 나선 정부, 2일 ‘감내 힘든 조치’ 경고하고 4일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조치

이에 정부는 강경대응에 나섰다. 장호진 안보실장은 지난 2일 NSC 상임위 직후 언론 브리핑을 갖고 "북한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오물풍선 살포와 GPS 교란 등의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는 북한 정권이 가장 꺼려한다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포함된다는 게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북한은 이날 오물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의 조치를 시사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필요한 후속조치를 계속했다.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남북9·19 군사합의 전체의 효력을 정지함으로써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접경지 인근 우리 군의 제약을 모두 해제했다.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결정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물론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 훈련이 가능해진 가운데 7일 경기도 파주 접경 지역에 기존 대북 방송 확성기가 있었던 군사 시설물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당 시설물 안에 확성기가 설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그 와중에 지난 6∼7일 탈북민 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또 띄웠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일 대북전단 20만장을 살포한 데 이어 겨레얼통일연대는 지난 7일 밤 대북 전단 20만 장을 강화도에서 살포했다. 김정은 비판 전단과 초단파 라디오 100개,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미국 상·하원 의원들의 대북 방송 메시지 등이 수록된 USB 600개도 담았다.

 

박정오 사단법인 큰샘 대표도 “7일 오전 11시 30분쯤 인천 강화군 일대에서 페트병에 담긴 쌀 500㎏(1㎏들이 500세트)에 1달러 지폐 등을 함께 띄워 보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에 맞서 8∼9일 대남 오물풍선을 3차로 살포했다. 경기북부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8일 밤부터 9일 오전 11시 30분까지 대남 풍선 관련 신고 36건이 119 등에 접수됐다.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의 근본적 차이점 각인시키는 여론전 절실해

대통령실이 9일 긴급 NSC회의를 개최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북한의 오물풍선 보복이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에 의한 생화학무기 공격 가능성에 대한 공포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남한이 대북전단을 먼저 살포해 북한을 자극했다는 왜곡된 논리가 확산될 위험이 높아진다.

 

대한민국의 헌재가 언론의 자유로 인정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미국무부 대변인이 ‘역겨운 전략’이라고 비난할 정도로 혐오스러운 북한 당국의 ‘오물풍선’은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여론전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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