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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저 통일"...광주 소재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통일지상주의' 주입 교육 논란

성북동 비둘기 2024. 5. 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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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모 초등학교 학생들, '통일은 이롭다' '지난 모든 일들은 과거' 등 통일 배지 만들어

전시회서 北 기관지 노동신문, 판문점회담 사진 전시하기도

지난해 5월 11일 광주 소재 모 초등학교에서 열린 '평화통일 사진전'의 모습. 북한의 기관지 노동신문 전면이 전시돼 있다. [사진=광주 모 초등학교 홈페이지]
 

 

광주광역시 소재 모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북한과의 통일이 무조건 바람직한 것처럼 꾸준히 교육해오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평화·통일교육'이란 기치 아래 통일지상주의적 시각을 학생들에게 주입한다고도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광산구에 위치한 이 초등학교 홈페이지엔 '연구학교' 카테고리 하에 학교 이름을 딴 '평화통일관' 메뉴가 따로 있다. 이 곳에 들어가면 연구학교 운영사진들이 올려져 있는데 이 모두가 이른바 북한과의 '평화·통일'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활동에 관한 것들이다.

 

연구학교 운영사진란엔 지난해 5월 중순부터 최근인 올해 5월 중순까지의 활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게시물은 총 40건, 사진은 100장이 훌쩍 넘는다. 구체적으로는 학생들에게 실시한 평화통일교육, 평화통일골든벨, 찾아오는 통일교육, 통일교육 보드게임, 통일배지 만들기, 광주통일관 방문(평화통일부 현장체험활동), 평화통일 사진전 및 북한물품 전시 등 지난 1년간 이 학교에서 실시됐던 다양한 활동들이 찍혔다.

 

이중엔 학생들이 북한의 문제점이나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 책임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통일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혹은 무조건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로 여기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 담겨 있어 문제가 된단 평가다.

 

일례로 지난해 9월 7일 실시된 평화통일캠페인 사진의 경우 대여섯명의 학생들이 학교 교문 앞에서 '이별이 너무 길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평화통일캠페인 행사에서 학생들이 '이별이 너무 길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광주 모 초등학교 홈페이지]
 

 

또 같은해 5월 26일 실시된 한 학급의 통일주간교육활동의 경우 통일배지 만들기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배지에 '통일은 이롭다' '통일 해봐요' '지난 모든 일들은 과거, 이제는....통일!' 등 통일이 무조건 이로운 것처럼 묘사했다.

통일 배지 만들기 행사에서 학생들이 만든 배지. [사진=광주 모 초등학교 홈페이지]
 

 

이뿐 아니라 하루 전인 5월 25일 실시된 통일주간교육활동에서는 한 학생이 '그저 통일'이란 배지를 만들었으며, 한달 후인 6월 27일 통일배지만들기 활동에서도 '우리가 힘을 합치면 강대국이 될 수 있어요' '우리의 꿈 남북 평화 협정' 등 통일지상주의적 시각이 엿보이는 듯한 글귀들이 등장한다.

'그저 통일' 이란 배지. [사진=광주 모 초등학교 홈페이지]
 

 

이 학교에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던 정상회담 사진전이 열리기도 했다. 지난해 5월 11일 개최된 것으로 확인되는 '평화통일 사진전 및 북한물품 전시'다.

 

학교 측은 이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및 민간교류 모습을 사진으로 감상하고, 쉽게 볼 수 없었던 북한 물품을 가까이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였다"고 소개했지만, 북한의 노동신문을 전시하고, 사실상 무소득으로 판명났을 뿐만 아니라 'USB 의혹'을 야기하기도 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회담 사진을 내거는 등 친북적이란 지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회담 사진이 전시돼 있다. [사진=광주 모 초등학교]
 

 

그 외에도 학교의 일반적인 사진을 게시하는 '학교 이모저모'엔 지난 2017년부터 통일교육이 이뤄졌음이 확인되는 사진들이 올라가 있다. 전임 문재인 정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22일부터 통일교육주간 계기교육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은 평화·통일교육을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연구학교 운영계획서'에서 "6.25전쟁 이후 우리 민족은 평화통일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행해왔다"며 "통일관련 정책 역시 '민주적·평화적 통일 지향', '공존공영의 민족공동체 회복 강조', '흡수통일론의 배제' 등 평화통일을 향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18년 9월 19일 한국과 북한의 각 정상들이 평양에서 회동한 남북정상회담과 (이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평양공동선언문의 내용으로 온 국민이 통일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면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남과 북은 다시 군사적 충돌을 맞이하였고 이에 대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렇듯 한반도의 정세는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어느날 갑작스레 통일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지난해 9월 7일 통일교육 연수에서는 통일교육의 의미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 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통일을 이룩하는 데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를 기르도록 하기 위한 교육"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상에서 드러난 학생들의 반응을 보건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관련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가는 의문이란 지적이다.

 

같은 해 10월 23일 실시된 평화통일기 그리기에서는 학생들이 태극기와 북한의 인공기를 섞어 그리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학생들이 인공기 색과 별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교육받았다면 이러한 결과물을 내놓기 어려웠단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공기의 붉은색은 공산주의, 혁명, 주체사상을 상징하고, 별은 공산주의의 건설을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북한의 지향하는 바가 고스란히 담긴 인공기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의 태극기와 섞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냐는 것.

학생들이 평화통일기로 그려낸 결과물들. [사진=광주 모 초등학교 홈페이지]
 

 

다만 통일배지 만들기 활동에서 '6.25전쟁 기억하자'라 쓴 학생들이 소수지만 존재해 모든 학생이 통일지상주의적 가치를 답습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학교 측도 지난해 7월 25일의 평화통일골든벨에서 태극기의 정확한 모양을 맞추는 문제를 내는 등 일부 균형잡힌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교육도 하고 있다.

소수지만 '6.25전쟁 기억하자' '꼭 기억합시다' 등의 글귀를 적은 학생들도 있었다. [사진=광주 모 초등학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가 지나치게 북한에 친화적인 교육을 하고 있단 우려가 광주 지역 학부모로부터 나오는 모양새다. 이 학교를 제보한 A씨는 "저는 광주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아이 아빠"라며 "얼마전 지인에게서 이 학교가 이상한 걸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단 이야기를 듣고 제보한다"고 밝혔다.

 

A씨는 "미국과 캐나다나 유럽 등 수많은 국가들이 민족과 관계없이 분리돼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통일을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답을 정해놓고 (교육을 한다)"며 "북한과의 관계가 전반적으로 위협과 도발인데, 이는 쏙 빼놓고 '같은 민족'이란 부분만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을 만난 정상회담의 성과도 두 가지로 이견이 분명히 있는데, 정상회담은 무조건 옳은 것처럼 아이들에게 세뇌를 시키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왜 초등학교에 평화통일관이 있는 것인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개념도 제대로 잡혔는지 확언할 수 없는 초등학생들에게 평화·통일교육을 계속해서 실시하는 것인지에 대한 학교 측의 설명이 필요하단 지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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