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사회 문화

8월 초 ‘살인 폭염’ 비상...유엔은 ‘지구 열대화’ 선언

성북동 비둘기 2023. 8. 1. 07:38
728x90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지난 달 말 체감온도가 35도를 웃돌면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도 속출했다. 주말에만 전국에서 열사병 등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11명에 이른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30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수도권기상청에서 예보관이 기온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말에만 온열질환으로 11명 사망...지난해 사망자 9명 이미 넘겨

29일 경북에서는 밭일을 하던 노인 4명이 잇따라 사망했고, 같은 날 오후 5시8분쯤 문경시 영순면에서도 80대 여성이 밭일을 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소방 당국 출동 당시 여성의 체온은 40도가 넘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낮 기온이 38도까지 올랐던 경산 자인면에서도 70대 남성이 밭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경남 밀양시와 남해군에서도 농사일을 하던 80대 여성과 50대 남성이 각각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기상청이 장마 종료를 선언한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전국에서 255명의 온열질환자가 나왔고, 29일 하루에만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24일과 25일만 해도 온열질환자가 각각 7명, 14명에 불과했지만 29일에는 하루에만 73명이 발생했다. 올 들어 29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101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총 1564명으로 이중 9명이 사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지난해 사망자 수치를 넘어선 것이다.

예년보다 혹독한 ‘살인적 폭염’ 당분간 이어질 듯...1일은 낮 최고기온 36도 기록할 듯

문제는 이런 살인적 폭염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무더위를 잠깐 식혀줄 소나기가 예보됐지만, 폭염 대세를 꺾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장마 뒤 찾아온 한증막 더위가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기상청은 8월 초까지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30일 예보했다. 이날 180개 기상특보 구역 중 제주 산간을 제외한 177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도까지 오르면서 폭염특보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8월 1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23∼27도, 낮 최고기온은 31∼36도로 예보됐다. 특히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서울 35도, 수원 35도, 춘천 35도, 강릉 35도, 청주 36도, 대전 36도, 대구 36도 등으로 높게 예상됐다.

휴가가 몰린 7월말과 8월초의 일반적인 기상 전망이라고 하기에는 심상치 않다는 것이 기상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살인적인 폭염’은 비단 한국만의 사정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관측되고 있다.

장마 직후 연일 폭염이 이어지면서 26일부터 29일까지 나흘간 25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이제 지구 열대화의 시대 도래” 경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올해 7월이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달로 기록될 것이라는 세계기상기구(WMO)의 전망이 나왔다. 지구가 온난화 시대를 넘어 열대화 시대를 맞았다는 진단이 나오는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7일(현지 시간)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경고했다.

WMO는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의 관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해 7월 1∼23일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은 16.95도로, 이달 첫 3주가 지구가 가장 더웠던 3주로 확인됐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이는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된 2019년 7월 16.63도를 뛰어넘는 수치에 해당한다. WMO는 현재 추세를 고려하면 올 7월은 역대 가장 더운 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WMO는 98% 확률로 향후 5년 내 올 7월보다 더운 날씨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폭염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은 충격적이다.

게다가 5년 내로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확률은 66%에 이른다고 봤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WMO의 발표 직후 “끔찍한 기후변화가 시작됐다.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지역이 ‘잔인한 여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끓는 지구’)는 분명한 인간의 책임”이라며 회원국이 즉각적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기후변화에 대한 회원국들의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2023.7.27. [사진=연합뉴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 역시 “올 7월 세계 인구 수백만 명에게 영향을 미친 극심한 날씨는 안타깝게도 기후변화의 냉혹한 현실”이라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라고 강조했다.

미 폭염에 13개주 에너지 비상경보...바이든 “美서 폭염으로 매년 600여 명 숨져” 우려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세계 곳곳이 이상고온으로 들끓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일부 도시들의 기온이 50도를 넘나드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자 연방정부 차원의 대책을 내놓아 주목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폭염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남서부 지역을 달군 열돔이 동북부까지 확대되며 워싱턴, 필라델피아, 뉴욕 등 동부 주요 도시에서도 기온이 38도 안팎까지 치솟았다. 미 기상청(NWS)에 따르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억7000만 명이 ‘열 주의보’나 ‘폭염 경보’ 영향권에 들어 있다. 전력 수요도 급증해 13개 주에 에너지 비상경보가 내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상고온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엘니뇨 현상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앞으로 몇 달간 고온현상은 심해질 것”이라며 “어느 누구도 기후 변화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푸에르토리코 기온이 화씨 125도(섭씨 51.6도), 텍사스 샌안토니오 기온은 화씨 117도(섭씨 47.2도)라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폭염에 미국인 1억명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매년 미국에서 이상 고온으로 인해 600명이 사망하고, 연간 1000억 달러 피해가 발생한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근로자들이 고온에서 작업하다 쓰러지는 일을 막자는 취지에서 “노동부에 ‘폭염 위험 경보’ 발령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도심과 거주지에 나무 심는 것을 돕기 위해서 10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더위를 식히고 녹지공간 접근성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사회 건물 효율화와 냉방센터 건설에도 수 십억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