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OECD 국가 대한민국
"통합과 놀이라는 미명에 황폐해진
...초등 저학년 예술교육 실태 고발."


"초등학교 1~2학년에 미술·음악교과가 없는 것을 아시나요."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정부는 30여 년 전 제5차 교육과정(1987~1992) 부터 통합교과를 설치하면서, '과중한 학습 부담(교과서 수 축소)' 및 '과열 과외 문제 해소'라는 취지 아래 초등학교 1~2학년의 음악·미술·체육 교과를 '놀이 중심의 '즐거운 생활' 교과로 통합했다.
그러나 교육계 특히 미술과 음악교육 현장에서는 '즐거운 생활'이 학생들로 하여금 음악·미술을 단순한 놀이수준으로 접하도록 해 음악과 미술교육의 본래 목적인 예술적 사고, 상상력, 표현 매체 및 도구의 기본 기술 습득, 기본 개념, 예술문화이해, 비판적 사고 등과 무관하다는 지적과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예컨대 미술 영역에서는 단순한 그리기, 꾸미기와 만들기 등, 음악 영역에서는 노래 부르기가 주를 이루면서 유치원의 누리과정에서 배운 내용과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최근 교육부가 음악·미술·체육이 통합돼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위한 '즐거운 생활' 교과에서 체육을 분리하는 방안의 검토에 나서며 이에 초등학교 교사를 배출하는 전국 교육대의 교수 및 현직 교사들이 미술과 음악 교과도 분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초등학교 1∼2학년 '즐거운 생활' 교과에서 신체활동 영역을 체육 교과로 분리하는 방안을 현 정부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국가교육위원는 이러한 교과과정 개정을 오는 26일 의결할 예정이다.
'한국 음악교육 미술교육 공동비상대책위원회'는 23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후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초등학교 1~2학년 음악/미술교과 부재 규탄 및 '즐거운 생활' 통합교과에서의 분리촉구 성명서'를 발표한다.
음악 교과 부문에서는 김경태(광주교대), 양소영(서울교대), 이동희(경인교대), 정주연(경인교대), 조경선(서울교대), 최은아(전주교대), 최진경(전주교대), 최진호(중앙대), 추상희(중앙대) 교수 등이, 미술 교과 부분에서는 고홍규(서울교대), 공완욱(춘천교대), 김정효(경인교대), 김향미(숙명여대), 류지영(춘천교대), 손지현(서울교대). 정옥희(전주교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집회에서는 음악교과 대표로 최은아 교수, 미술 교과 대표로 류지영 교수가 각각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성명서를 통해 공동 비대위는 불합리하고 부실하게 '즐거운 생활'에 묶여 있었던, 음악·미술 교과의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할 계획이다.
성명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다.
1. 제4차 교육과정 이래 40년 동안 ‘즐거운 생활’이라는 통합교과의 명분으로 음악·미술 교과를 사실상 가르치지 않는 ‘영 교육과정(null curriculum)’으로 운영해 왔다.
2. OECD 국가 중, 초등학교 1~2학년에 음악·미술 교과가 없는 유일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이를 알고도 방치하는 교육 설계자들의 무책임을 규탄한다.
3. 입문기에 예술적 감수성과 미적 정서를 바르게 익혀서, 창의와 개성을 기반으로 조화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저학년 음악·미술 교과의 기능을 회복시켜라!
또 이날 김정효 경인교대 교수는 '즐거운 생활에서 미술교과 교육의 문제점 규탄 및 분리의 필연성, 정당성' 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현행 초등학교 1~2학년 통학교과인 '즐거운 생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다.
공동비대위 관계자들은 현행 초등 미술 교육의 경우 진정한 예술 체험을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교수들은 "(현행 교육은) 놀이·활동 중심이라는 모호한 말로 색연필과 종이접기 등으로 일관한다"며 "적기를 놓치게 만드는 현재의 교육은 감성이 메마른 현대 사회 문제를 가속화한다"고 했다.
또 지난 13일 임오경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렸던 '통합교과 즐거운 생활에서 음악교과 분리를 위한 세미나'에서는 "음악, 미술, 체육 교과에서 1~2학년은 각 교과의 기본과 기초를 습득하는 특별한 단계인데 그 기회를 박탈하는 반교육적이고 무책임한 처사이며 과오이다"며 "음악, 미술, 체육의 목표 · 내용 · 방법이 각각 판이하므로 그 통합은 당초부터 부당했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안전교육 강화'를 모토로 체육 교과만 '즐거운 생활'에서 분리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대위는 반대하고 있다.
공동비대위는 "신체 건강과 함께 인간의 정서 활동과 정신 건강 역시 중요하다. WHO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이 점을 역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체육 교과만이 건강 전부인 양 체육 교과만을 즐거운 생활에서 분리 독립을 앞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비대위의 대외협력간사도 맡고 있는 김정효 교수는 이날 집회는 '통합과 놀이'라는 미명에 밀려 질 높은 음악·미술교육을 잃어버린 초등 저학년 예술교육의 황폐함을 고발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경택 기자 sportsmunhw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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