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사회 문화

[생활법률] 타인 대화 내용 몰래 녹음했는데도 무죄...합법·불법의 경계는?

성북동 비둘기 2024. 4. 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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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을 하는 사람이 대화의 당사자이거나

공개된 대화라면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해도 문제 없어
다만 녹취 자료 유포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지난 2일 대구지방법원 형사11부는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은 배심원 7인 만장일치의 무죄 평의 결과가 나왔고,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을 존중해 이같은 판결을 했다(2024고합3).

 

A씨는 모(某) 회사 홍보팀장으로 근무하던 중 평소 사무실에서 잦은 욕설을 하는 상사 B씨 때문에 힘들었다. 이에 A씨는 B씨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하려고 마음을 먹고 B씨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는데, 녹음 파일에는 B씨가 다른 직원에게 신입 직원 채용 문제로 자신이 징계받은 사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본부장 등에게 욕설을 하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살면서 누구나 분쟁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런 분쟁 상황에서 유리한 증거를 많이 수집할수록 사건이 법정으로 갔을 때 승소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증거의 종류로는 문서 형식의 서증(書證)도 있을 것이고, 동영상 증거도 있을 것이지만, 많은 경우 전화 녹취나 대화 녹취 등 사람의 말을 녹음한 증거가 수집되고 실제 법정 공방에서 공격방어의 방법으로 자주 사용된다.

 

그런데 막상 대화를 녹음하려고 보면 마음 한구석이 떨떠름해진다.—‘이거 법적으로 문제 되는 것 아니야?’

 

실제로 대화를 녹음하다가 상대방에게 그 사실을 들켰을 때 상대방이 “몰래 녹음한 것은 불법이니 고소하겠다”라는 말도 자주 듣게 된다. 과연 어디까지가 합법이고 어디에서부터가 불법일까?

 

◇녹음하는 사람이 대화의 당사자라면 합법

전화 통화 또는 일상 생활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와 관련한 규제 사항 등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찾을 수 있다.

 

동법(同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정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16조 제1항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질 수 있다.

 

앞서 본 사례에서 A씨가 기소된 이유는 A씨가 녹음한 대화가 B씨와 제3자 간의 대화 내용이고 A씨는 해당 대화의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검찰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공개되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했기 때문에 죄가 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대화를 녹음하는 이가 해당 대화의 당사자라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때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대화 참여자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

 

◇공개된 대화는 대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녹음 가능

하지만 위 사례에서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비록 A씨가 해당 대화의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정황상 B씨와 제3자 간 대화가 공개된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A씨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사건 당시) 같은 자리 앞에 서 있던 직원의 진술에 따르면 (B씨가) 특정인을 상대로 말했다기보다는 사무실에 있는 누구라도 들으라고 이야기한 것에 가깝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며 “A씨가 해당 대회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녹음 내용을 유포할 경우에는 사안에 따라서 처벌받을 수 있어

자신이 대화 당사자로서 녹음을 한 경우 또는 대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합법적으로 녹음한 경우 어느 쪽에 해당하더라도 녹취 결과물을 유포할 경우에는 처벌받을 수 있다. 녹음된 대화 내용이 녹음된 대화에 참여한 이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일 경우 이를 유포할 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또는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녹취 자료를 사용할 때에는 수사기관 또는 법원 제출용으로 그 용도를 극히 한정해야 하고 녹취 자료의 보관에 항상 유의해야 한다.

 

박순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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