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칼럼

[장영수 칼럼] 특검의 정치화에 대한 우려

성북동 비둘기 2024. 5. 25. 15:32
728x90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여야 PG. 2024.05.22(사진=연합뉴스TV)
 

문제상황: 정말 특검을 하자는 것인가? 정치공세일 뿐인가?

최근 1년 동안은 특검 정국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특검 이야기가 많았다. 총선 이전부터 각종 특검법이 발의되고, 또 그에 대해 법률안거부권이 행사되는가 하면, 총선 이후에는 이화영 사건, 조국 사건, 황운하 사건 등에 대한 특검까지 주장되고 있다.

 

채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특검에 대한 논란에서는 특검의 대상으로 부적절하다는 점보다 특검의 방식에 대해 논란이 더 많았다.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이 전례 없는 방식의 특검을 주장하면서 그 위헌성 논란이 야기되었던 것이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야당이 특별검사 후보를 일방적으로 추천하는 것, 특검이 스스로 수사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한 것, 특검이 수사 중간에 수사상황을 공표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문제되었다. 법조계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특검의 대상 자체에 대한 논란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이화영, 조국, 황운하에 대한 특검은 이미 검찰 수사가 종결되고 법원의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검을 하겠다는 것이어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식으로 특검을 하자는 것이 정당한가?

그 배경을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국 이재명 사건의 핵심 인물의 하나인 이화영을 비롯하여 조국, 황운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이 사건들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재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정말로 특검을 통한 재수사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정치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차원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인지는 현재로서 확실하지 않다. 전자라면 민주당에서 특검의 본질과 기능에 대해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고, 후자라면 정치공세의 선을 넘은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민주당이 제22대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훨씬 넘는 승리를 거뒀고, 이를 바탕으로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적극적인 주장들을 펼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무리한 주장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며, 특히 민주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특검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정부⋅여당뿐만 아니라, 국민의 반발까지 야기할 수 있다.

민주당, 규탄대회 열고 총공세…'탄핵' 경고까지. 2024. 5. 21.(사진=연합뉴스TV)
 

특검의 본질과 구조

특검제도, 즉 특별검사제도는 1868년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 파업유도 및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로비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이후 2022년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까지 13차례 특검법이 제정되어 시행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2014년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에도 계속 개별적 특검법이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상설특검 제도와 다른 내용의 개별적 특검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지, 특검제도가 본질과 다르게 정치적 공세를 위해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특검(=특별검사)은 본질적으로 검찰 또는 경찰, 공수처 등의 수사기관이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를 담당하기 위해 임명된다. 미국의 특검 역사에서 유명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같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에 대한 수사를 맡는 것이 일반적이고, 우리나라에서 특검법이 제정된 사안도 대통령 또는 정부의 중요 정책에 관한 것이나, 검찰 고위간부의 비리 의혹 등이 주된 특검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특검의 실효성, 예산의 낭비, 정파적 이용의 문제점, 삼권분립 위반 등의 비판에 따라 1999년 특검법이 폐지되었다. 이후 미국에서는 검찰총장이 연방항소법원의 추천을 거쳐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마련되었고,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개입과 관련하여 각기 특검이 임명된 바 있다.

 

이러한 특검제도는 여러 가지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국의 특검법 폐지에서 나타나듯이 실효성 문제 및 이와 연결된 예산 낭비의 문제는 물론이고, 정파적 이용의 문제 또한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 최근 검찰 수사가 끝나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까지, 그것도 조국 대표의 경우에는 제2심 판결까지 선고된 상황에서 특검을 하겠다는 것은 특검의 본질에 맞지 않는다.

 

특검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대통령 또는 수사기관 수뇌부의 눈치를 보는 상황 등으로 인하여 수사가 지지부진하거나 제대로 수사를 못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수사를 위해 시행되는 것이다. 만일 검찰 등 수사기관의 수사가 적극적으로 행해졌는데, 그 수사가 왜곡된 수사였다는 이유로 특검을 시행하는 것은 특검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이런 경우라면 그에 대한 판단을 법원에서 하고, 왜곡된 부분을 밝혀서 무죄판결을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의 확대를 강행할 경우에는 미국에서 특검 폐지의 이유로 거론되던 문제들이 매우 심각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특검이 –특히 지금과 같이 야당이 과반의석을 가진 경우에는- 매우 빈번하게 시행될 것이며, 그로 인한 실효성 문제 및 예산 낭비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정파적 이용의 문제는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될 우려가 매우 크다. 이렇게 되면, 특검에 대한 위헌 논란이 우리나라에서도 불거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회 본청 본회의장. 2024.05.22(사진=연합뉴스TV)
 

역대 특검의 성과와 그 차이의 원인

 

지난 25년 동안 13개의 특검법이 통과⋅시행되었다. 그중에서 성과를 보인 특검으로 평가되는 것은 많지 않다. 물론 특검이 무능하거나 불성실하기 때문에 성과가 없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애초부터 성과를 보이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특검이 행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역대 특검 중에서 성과를 보인 특검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차정일 특검이 수사해서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김홍업의 비리를 밝혔던 이용호 게이트 사건, 송두환 특검이 수사해서 불법송금 사실을 밝혔던 대북송금 사건, 허익범 특검이 김경수의 여론 조작 개입을 밝혔던 드루킹 사건을 들 수 있다. 그밖의 특검에서는 특별히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훨씬 많은 사건에서 특검의 수사가 성과를 보이지 못한 이유는 세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 애초에 범죄 혐의가 확실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무리하게 특검을 실시하였던 경우도 있다. 둘째, 정부나 수사기관에서 특검의 활동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문제될 수도 있다. 셋째, 특검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특검이 성과 없이 끝난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은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첫째 이유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경우라면, 애초에 특검을 하지 말았어야 하며, 둘째 이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비판의식이 매우 날카로운 상황에서 정부나 수사기관이 특검에 비협조적일 경우에는 그에 대한 비난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셋째 이유라면, 특검의 추천 자체부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윤 대통령의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행사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과거의 특검법과는 달리 야당이 특검의 추천권을 독점하는 문제에 대한 위헌성 여부이다. 이 문제는 조금 더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수사 및 재판의 기준을 정하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하며, 수사권은 정부에, 재판권은 법원에 속한다. 그런데 국회에서 수사 및 재판의 기준을 법률로 정할 뿐만 아니라, 특검을 통해 사실상 수사권을 행사하게 되는 것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 

종래 국회에서 특검법을 제정하되, 복수 추천된 후보 중에서 대통령이 특검을 선임하도록 한 것은 특검이 국회의 일방적 행위가 아닌, 국회와 정부(대통령)의 협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형식상 대통령이 특검을 선임하지만, 그 선임은 형식적인 것이고, 사실상 국회에서 선임하는 것과 다름이 없게 된다면, 결국 국회가 사실상 특검을 임명하여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과 다르지 않게 된다.

 

이런 점에서 과거의 특검법과 달리 사실상 야당이 특검 추천을 독점하게 되는 방식의 특검 추천에는 문제가 있으며, 이를 수정하지 않은 상태로 특검법을 강행 처리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결국 야당의 독점적 특검추천권은 특검법이 정치공세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상설특검법의 적극적 활용을 전제로 상설특검에서 문제되는 부분이 있으면, 이를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편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정기국회 첫날부터 신경전. 2023. 9. 1.(사진=연합뉴스TV)
 

성공적 특검은 그 시작과 끝이 책임과 국민의 공감이어야 한다!

특검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일단 해보고, 성과가 없어도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한 특검은 성공할 수 없다. 즉, 국민의 혈세를 작게는 수십억, 많게는 백억 이상 투입한 특검이 아무런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책임을 느끼면서 특검이 시작되어야 한다. 

 

만일 정부 기관이 잘못된 정책으로 국고에 수백억의 손실을 입혔다면 야당은 이를 묵과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특검의 성공 여부는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내 집 앞마당의 불로 느껴야 한다. 잘 되면, 내 집 앞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한 것이 되지만, 실패하면 내 집에 불이 붙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어떤 일의 시작에 큰 관심을 보이다가, 시간이 몇 달 지나면 관심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았다. 언론도 마찬가지였고, 심지어 정부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이는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은 대한민국에서 새로 발생한 이슈들로 과거의 이슈가 가려지는 상황이 자주 벌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로 인해 특검이 시작될 때는 관심 사안이었던 것도, 중간에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지고 있고, 달라져야 한다. 현대 정보화시대는 과거의 사건들이 퇴색되지 않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들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에 대해 민감하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전처럼 대충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는 것이 앞으로는 더 힘들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특검은 책임 있게 시작해야 하며, 특검의 끝은 국민의 공감이어야 한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특검, 성과 없는 특검에 대해서는 다시금 그 특검을 주도한 정치세력에 대해 국민이 책임을 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검의 정치화는 강력한 공격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자신을 해치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정치권에서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사진편집=조주형 기자)
 

장영수 객원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