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칼럼

[기자수첩] '극우'가 무슨 뜻인지는 알기나 하나?

성북동 비둘기 2024. 5. 1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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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도 포용적이다. '극우'는 우리가 아니라 당신들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군에 의한 조선 소녀 강제 연행’ 사실을 부정하면서 이와 관련한 시민 운동을 전개 중인 시민단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을 ‘극우’로 평가한 기사. [출처=뉴시스]
 

‘극우’(極右)라는 말만큼 우리 언론 현실에서 오용되고 남용되고 있는 표현이 또 있을까?

 

지난 3월 대전광역시의원 출신의 김소연 변호사가 중앙일보 심새롬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 내지는 모욕죄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심 기자가 썼다는 기사를 다시 봤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달님은 영창으로’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김 변호사를 공천에서 배제했다는 내용이었다. 심 기자는 김 변호사의 ‘컷오프’ 사유와 관련해 국민의힘 공관위의 결정을 “극우와 선을 긋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김 변호사는 ‘극우’라는 취지일 테다.

 

펜앤드마이크의 접두어도 ‘극우’다. 미디어오늘 2018년 10월3일자 〈극우보수의 유튜브 진지전〉(정철운 기자) 제하 기사에서 미디어오늘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탄핵 반대로 광장에 등장한 극우 보수 진영이 심의·규제에서 자유로운 유튜브 플랫폼에서 가짜뉴스라는 총구를 통해 ‘혐오’라는 총알을 쏴대고 있다”며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등장한 ‘극우 보수 진영’의 대표주자로 ‘펜앤드마이크’를 거론했다.

 

◇’극우’의 의미를 모르는 한국인

 

우리나라에서 ‘극우’라는 표현은—현재까지는—사법적으로 명예훼손이나 모욕적 표현이 되지 않는다.

 

판례를 살펴보면 우리 사법부는 ‘극우’ 표현에 대해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성향 또는 그 성향을 가진 사람이나 세력”이라는 의미로써 그 자체로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만한 경멸적인 표현으로 볼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극단적으로 국수주의적’인 성향을 띤 사람이나 세력이 ‘극우’라는 것이다. ‘보수’(保守)와 ‘국수’(國粹)를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는 점부터 ‘넌센스’인데, 과연 우리 사법부가 ‘보수주의’의 정치사상과 관련해 그것이 정치 좌표에서 어느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비아(非我)가 존재함으로 인해 자아(自我)가 인식된다는 관점에서 어떤 경향이나 사조(思潮)를 ‘우익’으로 정의할 것인가는 그 상대개념인 ‘좌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보다 분명히 개념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좌익’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좌익’으로 정의하는데, 그렇다면 ‘우익’은 ‘좌익’의 반대 경향을 가진 사람 또는 세력으로 정의될 것이다.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모두 개인보다는 집단과 사회를, 자유보다는 계획과 중앙통제를 중시한다. 또 이들은 세계를 인종(백인-非백인)과 성별(남자-여자), 세대·나이와 계급(부르주아지-프롤레타리아)으로 구별하고 그들이 상호 쟁투(爭鬪)하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우익’은 그 반대다. 집단보다는 개인과 자유를 중시하고, 세계를 인식함에 있어서도 개인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그 안에 무슨 구별과 차별을 두지 않으며 세상을 대립 관계로 보지 않고 오히려 협력하고 상생하는 관계로 인식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극우’의 의미는 이와는 별개의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좌익 진영이 자신들의 반대 성향을 가진 인물이나 세력임을 분명히 할 때 그 대상에게 ‘극우’라는 접두어를 붙이고 있다. 즉, “저 자는 우리 적이다”하고 이마에 낙인을 찍는 행위로써 ‘극우’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자들이 사용하는 ‘극우’라는 표현에 무슨 심오한 정치사상적 성찰이 있을 리 만무하다.

 

뭐든 ‘우리 민족끼리’ 하자는 북한의 선전 매체.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국적과 관계 없이 ‘노동자 계급’이 계급으로써 단결해야 하는데, 공산주의 사회를 표방한다는 북한과 국내 좌익이 ‘민족’ 타령하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에 대한 비판도 없다는 점이 소위 ‘좌익’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자료=연합뉴스]
 
 

◇대한민국 좌익 세력이야말로 진짜 ‘극우’

 

‘극단적’이라는 표현의 개념 정의에는 반드시 ‘폭력성’이 포함돼야 한다. ‘폭력성’이 수반돼 있지 않다면 ‘극단적’이라는 수식어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 사법부가 정의하는 ‘극우’ 개념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극단적으로 국수주의적’인 성향을 띤 사람이나 세력이 ‘극우’라는 게 우리 사법부의 일관된 태도다.

 

한국사회에서 여기에 딱 들어맞는 세력이 실제 존재한다. 바로 ‘주사파’를 위시한 좌익 세력이다. 이들은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며 외세의 개입을 부정하는 데에다가 자신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면 ‘폭력’도 불사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일상 표현에서 ‘좌익’ 또는 ‘좌파’로 불리지만, 대한민국 사법부의 ‘극우’ 정의(定義)에 비춰보면 정확하게 ‘극우’ 범주에 속한다. ‘진짜 극우’인 좌익 세력이 자신들의 반대 세력에 ‘극우’ 딱지를 붙이고 있고 거기에 수준 낮은 언론인들이 기름을 붇고 있는 꼴이다.

 

당신들이 ‘극우’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도 포용적이다. 우리나라와 우호 관계에 있는 여러 나라들과 평화롭게 통상(通商)하며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바로 당신들이 ‘극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한 누구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자유롭게 살게 하자는 사람들이 바로 당신들이 ‘극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당신들은 관심도 없겠지만…….

 

끝으로, 소위 ‘좌익’의 천박하고 한심한 ‘극우 딱지 붙이기’ 완장놀이가 영 끝날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완장놀이를 하고 있는 자들 스스로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수치(羞恥)라는 것을 좀 알기를 바란다.

 

박순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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