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칼럼

[연상모 칼럼] 주저앉는 중국, 일어서는 일본

성북동 비둘기 2024. 5. 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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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최근 일본의 닛케이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 1990년대에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오랜 침체기를 극복하고, 일본 경제가 상승 사이클에 진입한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금년 초 핵심 소비자물가가 추정치를 넘어섰고, 임금 지수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 추세를 보인 것은 경기 반등의 신호로 풀이되고 있다. 일본은 주택 가격도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부동산 버블이 터진 후 일본의 주택 가격은 최대 60%까지 하락했으나, 도쿄 주택가격이 지난 2년간 상승하고 있다. 

 

반면에 최근 중국 경제는 침체를 겪고 있으며, 향후 상당기간 동안 경제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중국 경제는 심각한 경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 인구 감소, 성장의 양대 축인 수출과 소비의 부진, 외국인 투자의 급격한 감소, 증시의 폭락,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진핑 주석이 마오쩌둥 방식의 사회주의 경제정책과 공격적인 대미국 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중 신냉전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한편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경제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세계 공급망에서 배제하고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대중국 이전을 통제하며, 미국의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일본의 경제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엔화 약세를 허용하여 수출을 돕고 있고, 일본과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및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중국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투자가 급감하고 있고, 이 투자가 일본, 인도와 같은 국가로 이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증시 활황, 부동산시장의 회복은 많은 부분에서 외국 투자가 증가하여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일본과 동맹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다른 강대국이 패권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 보여주었던 패턴의 하나이다. 그간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본, 중국, 러시아에 대해 개입하여 세 국가 간의 ‘세력균형’을 만들어 나갔다. 

 

미국은 1900대 초 동아시아에서 세력 팽창을 시도하고 있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1904년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는 것을 지원했다. 하지만 1905년 이후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최대위협이 되고 1930년대에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함에 따라, 1941년 미일 간에 태평양전쟁이 발생했다. 이때 미국은 중국과 한편이 되어 일본과 대결했다. 

 

2차 대전 이후 미소 간의 냉전이 발생하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주적은 소련이 되었다. 한편, 1950년 한국전쟁에서 미국과 중국 간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여 양국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었다. 동시에 미국은 1951년 미일 안보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그 후 미국과 중국은 소련이라는 공동의 적을 맞아 1972년 관계개선을 실현했다. 동시에 미국은 일본의 부상하는 경제력을 경계하여 1985년 플라자협정을 통해 엔화 절상을 결정함으로써, 일본의 경제를 주저앉혔다.

 

2010년대 초 중국이 미국의 지위에 도전함에 따라, 미국은 2018년 중국을 ‘패권국가이며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미국과 일본이 미일동맹을 강화하면서, 미국·일본 대 중국의 대결구도가 명확히 되었다. 현재 미국이 일본과 협력하여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1930년대에 미국이 중국과 협력하여 일본을 압박하는 것과 유사하다. 

요약하면, 그간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주요한 국가들과 ‘적과 친구의 역할’을 반복하면서, 철저한 ‘세력균형정책’을 실행하여 왔다. 현재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일본과 협력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중국이 이렇게 추락하는 것은 중국이 자초한 것이다. 즉, 경제적으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에 도전함에 따라, 미국이 중국을 강력히 견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을 대체할 생각이 없다”고 수시로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 ‘버티기’를 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미국을 넘어서 1등 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움직이고 있다. 중국이 세계 패권을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는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 일어서고 중국은 주저앉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다.

 

이와 관련, 우리는 미중 간 벌어지는 거대한 전략적 경쟁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향후 우리의 선택지가 명확해진다. 한국은 미국의 편에 서는 것이 유리하다. 우리는 ‘우리의 독립과 자주, 안보, 번영’이라는 국가이익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미국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미국은 한국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고려해 한국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한국은 미국에 전략적으로 필요한 국가가 돼야 한다. 그래야 미국도 한국을 돕는다. 그러려면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앞세우는 나라로 남아 있어야 한다. 또 미국이 일본과 힘을 합쳐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 지금 동아시아의 패권국은 중국이고 21세기 중에 일본이 패권을 장악할 가능성은 없다. 한국의 안보 이해관계는 구조적으로 중국과는 대립하고 일본과는 일치한다. 한국 내에는 우리가 미국과 중국과 모두 협력을 해야 하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한반도에서 ‘어설픈 중립’은 한국을 구할 수 없다.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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