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정치 경제

임종석 대신 추미애를 전략공천 한다고?...민주당 ‘명문갈등’ 폭발전야

성북동 비둘기 2024. 2. 1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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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의 ‘명문갈등(친명계와 친문계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오후 국회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3.9.3. [사진=연합뉴스]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렸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서울 중-성동갑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전략공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단적인 사례이다. 중-성동갑은 전략공천 지역구이다. 전략공천 지역구는 경선을 할 수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단수공천이 일반적이다.

 

임종석이 노리는 중-성동갑에 추미애 공천하면, ‘친문계’는 퇴출 위기 직면

 

만약에 추 전 장관이 임 전 실장을 밀어내고 중-성동갑에 전략공천을 받게 된다면 친문계로서는 사실상 ‘민주당 퇴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셈이다.

 

추 전 장관은 지난해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을 발탁해 정치스타로 키워낸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권 탄생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논리를 앞장 서서 설파해왔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 발탁했던 추 전 장관은 ‘친노’를 거쳐 ‘친문’으로 변신해 민주당 내 주류세력으로 자리잡아왔고,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면서 ‘친명’ 성향을 분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 입장에서 볼 때, 추 전 장관은 임 전 실장 등을 필두로 한 다른 친문인사와는 성격이 다른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와의 투쟁이라는 민주당의 총선 전략에 부응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13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임종석,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불출마를 촉구한 추 전 장관에 대한 중-성동갑 전략공천설에 대해 "검토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시인했다.

 

박 의원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과 지금 민주당의 많은 분들은 윤석열 정권과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전방위에서의 공격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중에 한 분은 아마 추미애 전 장관이 떠오르는 것 같다"면서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추미애 전 장관의 활용 가치가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판단하는 목소리도 있기 때문에 마지막 선택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진=채널A 캡처]
 

문재인 정부에 책임 돌리는 문재인 정부의 법무장관 추미애, 친명계와 의기투합?

 

추 전 장관은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에서도 친문계 핵심을 겨냥해 작심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김용남 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소개한 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끝도 없이 힘을 주고 방치한 것을 말한다”면서 “석고대죄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두 비서실장(임종석·노영민)이 총선을 나온다하는데 책임감과 정치적 양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석·노영민 전 실장의 4월 총선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이같은 추 전 장관의 태도가 ‘책임전가’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는 지난 2020년 7월 2일 법무장관으로서 당시 윤석열 총장을 상대로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함으로써 ‘추·윤 갈등’ 사태를 촉발시켰다. 이는 윤 총장이 ‘진보정권의 탄압에 맞서는 정의로운 검사’라는 정치적 이미지를 갖게 한 출발점이 된다. 때문에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정권 탄생 1등 공신’이라는 비아냥을 사기도 했다.

 

팩트체크= 윤석열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은 임종석이나 추미애가 아닌 이재명

 

임 전 실장은 지난달 25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제가 2019년 1월에 비서실장에서 퇴임했고 그해 7월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됐다"며 "본격적으로 윤 총장이 정치에 뛰어들고 성장하는 과정에 누가 장관으로 있었는지 시시콜콜 말하진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추 전 장관을 비난했다.

 

지난달 24일 채널A 라디오쇼에서도 "(법무부가) 무리한 징계를 하며 윤 총장이 징계 취소 소송을 내고 법원이 윤석열 손을 들어주며 국민의힘 대권 주자로 부상한 것"이라며 "기억의 편집이 너무 심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윤석열 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은 이재명 대표 본인이다. 대장동 의혹 등과 같은 자신을 둘러싼 온갖 사법리스크와 부인 김혜경씨의 경기도 법카 유용 의혹 등이 대선패배의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추미애 카드의 목적은 ‘도전세력 구심점(임종석) 제거’ 관측...윤영찬이 빌미 제공?

[사진=채널A 캡처]
 

따라서 이재명 대표와 친명계가 임 전 실장을 내치기 위한 카드로 추 전 장관을 기용하려는 것은 4.10 총선이후 미래권력 재편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임 전 실장이 중-성동갑에 출마해 당선될 경우, 총선 이후 강화될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항하는 도전세력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친명계가 이런 우려를 하게 된 빌미는 문재인 정부 당시 대통령실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던 윤영찬 의원이 제공했다는 관측이다. 윤 의원이 ‘원칙과상식(김종민, 이원욱 의원 등)’과 함께 탈당하지 않고 잔류함으로써 친문계가 총선 이후 당권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친명계의 위기의식을 촉발시켰다는 이야기이다.

 

즉 이재명 대표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이라는 유치한 정치논리를 동원해 임 전 실장을 필두로 한 친문세력의 총선 불출마를 압박하는 것은 민주당 내 권력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한 전술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추미애의 총선 등판은 상수...이재명, 임종석 배제 ‘역풍’을 경계하는 듯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발언한 내용. [사진=SBS 캡처]
 

하지만 임 전 실장의 배제 및 추 전 장관 기용이 확정적이지는 않다. 이 대표와 친명계는 ‘역풍’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인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두 번이나 패했으면 정당의 주요한 직위를 가졌던 사람들, 당연히 책임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라면서도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공천 과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다르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대선패배와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이재명 대표가 아닌 문재인 정부에 전가하면서도 친문계 공천 배제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는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추 전 장관을 배석자 없이 만나 ‘총선 역할론’을 설명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험지 출마를 요청했다는 후문도 있다. 추 전 장관은 “역할이 주어지면 총선 승리에 기여하겠다”며 화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서울 용산, 동작을 등 격전지 출마 검토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추 전 장관의 총선 등판은 상수라고 볼 수 있다. 임 전 실장이 출마하려는 중-성동갑으로 내보낼지 아니면 다른 격전지에 발탁할지가 관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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