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정치 경제

용산과 충돌 이후 크게 달라진 한동훈 스타일

성북동 비둘기 2024. 2. 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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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들에게 사인, 셀카 등 대중행보 사라져...윤석열 대통령 레임덕, 공천문제 의식?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스타일이 크게 달라졌다.

 

한 위원장은 지난 12월 26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단숨에 여권의 2인자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올라섰다. 이후 법무부장관 때부터 형성된 호감도, 지지도를 바탕으로 전국을 도는 광폭행보를 통해 ‘한동훈 바람’을 일으켰다.

 

신년 벽두, 전국 시·도당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위원장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행사장 밖에는 수백명의 지지자들이 그의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기위해 기다렸고, 신년인사회 행사 또한 한동훈으로 시작해서 한동훈으로 끝나는 모습이었다.

 

지난 12월10일 1박2일의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했을 때, 이런 양상은 절정에 달했다. 한밤 부산 남포동 도심이 한동훈을 따라걷는 수천명의 안파로 뒤덮였다. 한명씩 찍어주던 셀카를 감당하지 못해 단체 동영상을 찍는 방법으로 바꾸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달 21일 한 위원장과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만나면서 한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및 용산 대통령실의 충돌이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흘러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지지철회 및 사퇴요구설은 당시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에 대해 가졌던 불만의 강도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23일 충남 서천 화재현장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조우하고, 29일 오찬회동을 함으로써 봉합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용산과의 충돌 이후 한동훈 위원장의 스타일이 크게 달라졌다. 무엇보다 대중과의 접촉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국나노기술원과 장안구 천천동에서 반도체산업 간담회와 도심구간 철도지하화 공약을 발표행사를 가졌다. 하지만 이날 한 위원장은 그동안 해오던 지지자들에 대한 사인 및 셀카촬영을 거의 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의 수행원들은 사인을 받으려 다가오는 사람들의 양해를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전날인 30일 한동훈 위원장은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있는 천주교 서울대교구를 방문, 정순택 대주교를 면담했다. 최근 한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와 공약발표, 인재영입 행사에 참석하는 것 외에 대중들과 직접 만나는 일정을 만들지 않고 있다.

 

총선용 공약발표는 당사가 아닌 현장을 찾아가서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사진을 찍는 일은 거의 없다. 수행원들은 지지자들이 “한동훈”을 연호하는 것 마저 자제해주도록 요청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위원장과 용산이 충돌한 것은 한 위원장이 영입한 김경률 비대위원이 명품백 문제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를 강도높게 비난하면서 사과를 요구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한 위원장의 달라진 모습을 통해 양측의 충돌이 단순히 김건희 여사 문제 때문만이 아니었음을 짐작케 한다.

당초 한동훈 법무부장관직을 버리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등판할 때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 및 지지그룹에서는 아직 윤 대통령이 임기초반인 점을 들어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차기주자인 한 위원장에 쏠리는 ‘레임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한동훈 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한편, 연거푸 “4월10일 이후의 내 인생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있었다.

 

하지만 새해 벽두 한동훈 바람이 거세게 일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다가 출마를 위해 떠난 예비후보들 마저 홍보물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내리고 한동훈 위원장과 찍은 사진으로 바꾸는 양상이 벌어졌다.

 

이에따라 용산에서 시작된 지난번 당정충돌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넘어선 대통령 측근 그룹의 ‘한동훈 길들이기’로 보는 해석이 부각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조기 레이덕을 차단하기 위해 한 위원장의 차기행보에 일정한 선을 그어주는 한편, 공천작업 본격화를 앞두고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철회 및 사퇴요구설이 니왔을 때, 윤 대통령의 의중을 잘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한동훈 위원장이 개인의 인기만 치솟았을 뿐, 대통령의 국정지지도와 여당의 정당지지도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바 있다. “한동훈 위원장이 대통령의 레임덕만 가속화시킬 뿐”이라는 의미였다.

 

공천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정영환 위원장을 선택한 것에 대해 상당히 당혹스러운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위원장, 윤재옥 원내대표를 초청해 3시간에 가까운 긴 오찬회동을 가졌는데, 추후 공천작업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동훈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 및 용산 대통령실의 갈등은 완전히 수습된 것이 아니라, 추후 본격적인 공천과정에서 다시한번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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