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대전과 대구·경북을 시작으로 11일 부산까지 진행된 국민의힘 시·도당 신년인사회는 한동훈으로 시작해서 한동훈으로 끝나는 모습이었다.
보수층,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여론조사의 통계적 수치를 구체적인 현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했다.
각 시·도의 신년인사회 행사장 앞에는 그가 도착하면 사진을 찍으려는 국민의힘 당원,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한동훈이라는 구호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휴대폰 셀카를 찍어주던 한 위원장은 이제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 불가능해지자 단체로 동영상을 찍어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행사장에 입장해도 사람들이 내는 소리는 딱 한가지. 오로지 “한동훈 한동훈”이다. 해당 지역의 시·도당 위원장, 다선 중진의원들은 한동훈 위원장 옆에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경쟁이 벌어진다.
그동안 신년인사회에서는 그래도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는 한마디씩 할 수 있도록, 마이크가 돌아갔다. 올해 신년인사회에서는 이마저 없어졌다. 행사를 주최한 시·도당 위원장들 마저 빨리 한동훈에게 마이크를 넘기라는 ‘성화’에 밀려 허겁지겁 인사말을 끝내야만 했다.
지지자들의 이같은 열광적인 성화에 화답하는 한동훈 위원장의 ‘디테일’ 또한 기성 정치인들은 흉내도 낼 수 없는 ‘톱스타’ 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지자들 열광케 하는 한동훈식 ‘디테일’
예컨대, 8일 원주에서 열린 강원도당 신년회에서 한 위원장은 자신과 강원도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아버지는 강원도 춘천, 어머니는 강원도 홍천 태생이라는 것과 더불어 두 사람이 ‘춘고와 춘여고를 다니셨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이 강릉에 있는 전투비행단에서 3년간 군생활을 했다는 사실도 소개해 큰 박수와 함께 ”한동훈“ 연호가 터져나왔다.
’춘고‘와 ’춘여고‘는 춘천의 명문고인 춘천고와 춘천여고를 줄여서 부르는 춘천 사람들만의 표현이다. 이를 두고 인터넷 댓글에는 ”강원도 사람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한동훈 위원장의 디테일이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10일 1박2일의 일정으로 부산을 방문한 한동훈 위원장은 자신과 부산의 인연을 소개해면서 문재인 정권때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을 때, ”저녁마다 송정의 바닷가를 산책하고, 서면의 기타학원에서 기타를 배웠고, 사직에서 롯데 야구를 봤다“고 말했다. 행사장이 떠나갈 정도의 박수와 ”한동훈“이 터져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날 저녁 자갈치 시장의 횟집 등 부산 도심을 누비면서는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년도인 ’1992‘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부산 시민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염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자 일각에서 거짓말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 위원장이 최근 부산에서 근무했던 2020년은 코로나 사태로 야구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는 것이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한 위원장이 첫 부산 근무 시절이던 2000년대 후반 사직 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 팬 특유의 문화인 쓰레기봉투를 쓰고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4일 청주에서 있었던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한동훈 위원장의 디테일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자신과 충북의 인연을 소개하며 어릴적 청주의 한 성당에서 신부님의 복사(服事)를 했던 것, 자신이 다녔던 청주의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소개하면서 문재인 정권 때 충북 진천에 있는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돼 보냈던 시절이 ”인생의 화양연화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일 대구·경북 신년인사회에서 한 위원장은 대구가 정치적 고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구를 방문하면서 정치입문을 결심했다는 의미로 받아 들여졌다.
■당내 중진회동 임박, 정치력 시험대에
이처럼 한동훈 위원장이 신년 벽두 전국을 돌면서 ’팔도사나이‘ 이벤트를 통해 인기몰이를 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장악력이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철규 전 사무총장의 공천위원 임명 등 논란거리가 없지 않음에도, 김기현 대표때와는 달리 당내 비윤, 비주류는 입을 굳게 다물고 한마디도 안하는 상황이다.
신당창당 행보를 하고있는 이준석 전 대표와 주변에서는 당초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였지만, 한동훈 바람으로 인해 이준석 신당의 기세가 크게 밀리는 모양새다.
서울법대를 나온 수재(秀才)에 ’순한맛 주윤발‘로 묘사되는 준수한 외모,시간을 넘겨가며 셀카에 사인까지 거절하지 않는 매너, 여기에 지역마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메시지 등 ’이미지 정치‘로서 한동훈 위원장은 과거 3김을 넘어서는 모습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진짜 정치실력이다. 다음주부터 한 위원장은 정치실력을 평가받는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한 위원장은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4·5선 중진 의원 오찬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당초 11일로 예정됐던 행사가 지역 일정 등으로 연기된 것이다.
한 위원장과 당내 의원들간의 만남이 주목받는 이유는 중진 물갈이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 친윤계 핵심인 3선의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래 다선 중진의원들의 용퇴 및 물갈이 여론이 고조돼왔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장 취임후 지속적으로 ’헌신‘을 강조해왔는데, 다선 중진의원들의 용퇴 및 물갈이는 한동훈표 정치혁신의 진정성을 증명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다선 중진의원 물갈이가 한사람의 정치인생을 접게 만드는, 가장 어려운 정치로 꼽힌다는 점이다.
최근 신년인사회에서 한동훈 위원장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를썼던 다선 중진의원들 마저 막상 자신이 용퇴 내지 물갈이 대상이 되는 순간, 태도가 바뀌어서 역공으로 나올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 위원장을 향해 온갖 비난을 퍼붓고, 탈당을 감행할 수도 있다.
한 위원장이 이미 지역구와 비례를 막론, 불출마를 선언한 것과 ”4월10일 이후의 제 인생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총선승리에 올인하겠다고 한 것 등이 다선 중진의원 용퇴의 명분, 지렛대가 될 수도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나 매너, 말빨로서의 정치가 아닌 진정한 정치실력을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성도의 세상읽기 > 정치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영호 "대한민국에 있는 종북 좌파들 정신 차려라" (0) | 2024.01.12 |
---|---|
"'피습'으로 이재명 얻은건 딱 하나...위증교사재판 14일 연기뿐" (0) | 2024.01.12 |
“봉하에서 한번, 가덕에서 한번”...이재명 습격한 김 씨 픽업한 두 명은 누구? (1) | 2024.01.08 |
[이슈분석] "文정부 5년, 국가경제기반 파괴에 목적 있었나 의구심...경제학자로서 용서 안되는 범죄" (1) | 2024.01.05 |
與한동훈 "이번 총선, '불합리한 격차' 해소에 집중···정치만이 가능하다" (0) | 2024.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