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구체적으로 소요될 예산규모와 소요 예산 확보 방안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때문에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전형적인 정치선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동훈과 이재명, 경쟁적으로 저출생 대책 발표...구체적 방법론에서는 차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난 18일 모두 당대표가 직접 정책을 발표하며 공약 경쟁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 소멸 우려가 언급되는 문제"라고 했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가 소멸이 먼 미래가 아닌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이날 여야는 저출산 대신 ‘저출생’이라는 용어를 썼다. 저출산은 정부 공식 용어인 반면,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낮은 출산율의 책임을 여성으로 돌린다’며 ‘저출생’을 쓰자는 입장이다. 저출산이 여성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가 복합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2명이라는 잠정 통계가 나온 상태이다. 14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올해 0.68명(전망치)으로, 처음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꼴찌인 합계출산율은 조만간 0.5명선까지도 예상돼, 나라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시급한 상황이다.
양당이 내놓은 대책 중에서 공통적인 부분으로 두 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육아휴직을 무조건 쓸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다. 신청을 하게 되면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점이다. 둘째는 저출산 정책을 담당할 부서를 설치하겠다는 점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부총리급으로 ‘인구부’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민주당도 ‘인구위기 대응부’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방법론에서는 여야 간에 차이가 난다. 더불어민주당은 아파트 및 자산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내세운 반면, 국민의힘은 육아 시간 확보 등 법안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단 일하는 부모에게는 ‘돈’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시간’이 더 절실하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정책이 좀더 부모의 마음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양당이 모처럼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놓은 파격적인 대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총선 이후에도 양당이 최대한 협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정책이 실현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 24평과 33평 아파트를 받게 될 2자녀 출산 부부와 3자녀 출산 부부의 예상 규모도 언급 안해
특히 민주당이 제기한 저출산 대책의 핵심인 현금성 지원을 보면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 민주당은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 원을 대출해주고, 첫 자녀를 낳으면 무이자 전환, 둘째를 낳으면 원금의 50%, 셋째를 낳으면 원금과 이자 100%를 감면해주겠다는 것이다. 소득, 자산 기준도 없이 모든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우리아이 보듬주택’이라는 주택정책도 도입한다. 두 자녀 출산시 24평, 세 자녀를 출산하면 33평 주택을 분양 전환 공공임대로 제공하는 정책이다. 지원대상도 현행 결혼 7년 차에서 10년 차까지로 확대한다.
24평과 33평 아파트를 제공하게 될 두 자녀 출산 부부와 세 자녀 출산 부부가 각각 몇 명 정도로 예상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아파트 한 채 제공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도 설명하지 않는다.
양육 지원금 정책도 선보였다.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자립 자산 1억원 지원이 골자다. 자녀에 대한 자립 펀드 조성을 지원해 출생 시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약 20년간 매달 10만원을 정부가 펀드 계좌에 입금하고, 동일 금액을 부모가 입금해 자녀가 성인이 되면 원금과 운용 수익을 자유롭게 인출해 사용할 수 있게 하자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8세부터 17세까지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씩 아동수당을 카드로 지급하고, 중위소득 150% 이하만 신청할 수 있었던 아이돌봄서비스를 모든 가정에 제공할 방침입니다.
민주당, 저출생 대책 예산으로 연간 28조원 추산...아파트 제공을 위한 예산규모는 설명 못해
이 같은 정책에 민주당은 연간 28조 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28조원 중 2자녀 이상 출산부부에게 제공할 임대아파트 예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자세한 재정 마련 방법에 대해서는 ‘총선 공약 발표’시 상세하게 하겠다는 입장으로, 당장 구체적인 재원 대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정부 부담과 그리고 여기에 집계는 함께 되진 않았지만, 기업이나 고용주 이런 데서도 부분적인 부담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정책에 대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좋은 것을 다 모아서 1년에 28조원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상관이 없다는 식의 정책을 제공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실행 가능한 대안 마련에 초점 ...아빠 유급출산 휴가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확대 등
국민의힘은 좀더 현실적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집권여당 프리미엄을 활용해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한 위원장의 ‘총선 1호’ 공약이다.

한 위원장은 ‘부총리급 인구부’와 ‘저출생 대응 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성가족부 업무를 흡수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출생 정책을 인구부로 통합해 저출생 정책을 총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인구를 늘리기 위해 실질적으로 현실적으로 고민해서 실천할 부서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아이의 성장기에 부모의 육아 시간 확보를 위한 내용을 담았다. 아빠 유급 출산휴가 1개월(현재 10일)을 의무화한다. ‘자녀 돌봄 휴가’를 신설해,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매년 5일을 추가로 준다. 연차 외에 추가 휴가가 되는 셈이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을 주겠다는 게 핵심이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도 월 15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늘린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급여를 250만원(현재 200만원)으로 올린다. 임신 중 육아휴직 사용을 배우자에게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육아휴직 대체인력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경력단절자·은퇴자를 대체인력으로 채용하면 240만원(현재 80만원)으로 지원금을 올린다. 출산 및 육아휴직 등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가족친화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공하기로 했다. 법인세를 감면하고, 해당 기업 청년 근로자에겐 저축과 대출의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등 기업 지원형 공약도 함께 제시했다.
육아기의 유연근무를 기업문화로 고착시키기 위한 정책에 대한 방안도 제기했다.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에 '육아기 유연근무'를 의무 기재토록 했다. 이같은 방침은 대기업 및 일정 규모 이상의 중소·중견기업부터 의무 적용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출산하면 아파트 준다는 공약, 예산없으면 공약(空約)으로 전락
여야가 이처럼 신생아 20만명 붕괴를 목전에 둔 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공유했다는 사실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육아휴직 의무화나 자녀수에 맞춰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정책 등은 기업의 부담, 막대한 예산 등이 함께 제시되지 않으면 공약(空約)에 그칠 우려가 높다.
양당의 저출생 정책에 대해 MZ세대들은 “아이 한명 낳아 키우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데, 1억 준다고 하면 애를 낳겠냐?”, “둘째 낳으면 24평 아파트를 준다지만 둘째 낳기까지 적어도 5년은 걸리는데, 당장의 해결책은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근무 유연화’, ‘수당 확대’ 같은 방법이 출산과 육아를 촉진하는 현실적 방안
오히려 현실적으로 출산과 육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근무 유연화’ 등과 같은 현실적 해법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치원 다니던 딸을 등교시킨 경험이 있는 40대 주부 박모씨는 2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등교할 때 양복과 정장을 차려입은 아빠와 엄마가 번갈아가면서 자녀를 등교시킨 후 출근하는 모습을 매일 봤다”고 밝혔다. 당시 박씨는 실리콘밸리의 특성상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탓’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유치원 등원 버스를 타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고 한다.
출산과 육아는 단순히 아이 1명당 얼마를 지원하는 ‘지원금’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이다. 사회 전반의 제도와 지원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단순한 지원금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아이 1명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온 마을과 국가가 나서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2배에 달하는 프랑스에서도 최근 마크롱 대통령이 5년 만에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특단의 저출생 대책을 내놓았다. 가족 중심적 정책으로 선진국 중에서도 프랑스의 출산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고, 지난해 기준 1.68명에 달한다. 하지만 재작년보다는 7%, 2010년보다는 20% 급감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례적인 행보에 나선 이유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밝힌 핵심은 ‘기존의 육아 휴직을 보완하는 출산 휴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원금도 인상되고, 원할 경우 부모 모두 6개월 동안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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