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도바울의 복음 사역은 사도 바울 혼자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이미 앞 시간에 살펴보았듯이, 브리스가와 아굴라같은 부부를 비롯, 수많은 동역자들이 사도 바울 곁에서 도왔기 때문에, 위대한 복음사역이 가능했다. 오늘 소개할 디모데 역시 사도 바울의 동역자로서, 바울은 디모데를 자신의 영적인 아들로 생각할 정도로, 바울에게 있어 디모데는 가장 친밀하고 가까운 관계였다.
실례로, 바울 서신 가운데 여섯 곳의 서두에서 디모데의 이름이 바울의 이름과 나란히 등장하고 있다.(고린도후서, 빌립보서, 골로새서, 데살로니가전서, 데살로니가후서, 빌레몬서) 그리고 그중 네 곳에는 다른 동역자의 이름 없이 디모데의 이름만 나온다. 그런데 바울이 서신을 기록할 때, 바울 곁에는 여러 다른 동역자들도 있었음을 우리는 그의 서신 말미에 나오는 인사말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유독 디모데의 이름만이 서신에서 다른 동역자와 달리 자주 바울 자신의 이름과 나란히 등장하는 것은, 디모데가 변함없이 바울의 사역의 짐을 나누어지는 평생의 동역자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 디모데라는 이름은 ‘하나님을 경외함’, ‘하나님께 사랑받는 자’, ‘하나님의 영예’라는 다양한 뜻을 갖고 있다. 디모데의 조상에 대해서는 사도행전과 오늘 읽은 본문에 잘 나타나 있다. 디모데는 갈라디아성의 루스드라 출신이었다. 디모데의 어머니는 유대인이었고, 아버지는 헬라인이었다. 그러니까 디모데는 혼혈아였다. 디모데의 유대인 어머니 유니게는 디모데를 믿음으로 양육하였으며, 특히 유니게의 친정 어머니 로이스(즉, 디모데의 외할머니)의 격려가 한몫 거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디모데는 어려서부터 구약성경을 잘 알고 있었다.
디모데가 성경 기록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바울이 1차 전도여행 후 예루살렘 공회를 마치고 2차 전도여행을 떠나, 1차 전도여행지였던 루스드라를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였다. 그때 이미 디모데는 제자라고 불리고 있었다. “디모데라 하는 제자가 있으니 그 모친은 믿는 유대 여자요(행16:1).” 그러니까 약 2, 3년 전 바울이 바나바와 함께 루스드라를 처음 방문했던 그 시기에 모자가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던 것 같다(행14:6-20).
디모데가 바울을 통하여 회심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오늘 본문에 잘 나타나 있는데, 바울은 디모데를 ‘믿음 안에서 참 아들 된 디모데’라고 표현하고 있다.(딤전1:2) 헬라, 로마인들 사이에서는 스승과 제자 관계를 부자 관계로 표현하는 관습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래서 바울도 자신이 전도한 제자를 흔히 자녀에 비유했는데, 디모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 회심 후에 디모데의 영적 성장은 아주 빠른 편이었다. 그는 자기가 사는 성읍의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에게 칭찬을 들었을 뿐 아니라 거기서 상당히(약30km) 떨어져 있던 이고니온의 성도들에게도 칭찬을 들었다. 그래서 바울은 청년 디모데를 잘 살펴본 후, 그의 평생의 동역자로 삼는다.
이때부터 디모데는 사도바울의 동역자로서, 바울의 복음사역에 결정적인 조력자가 되는데, 바울은 그의 선교활동에서 생긴 개척 교회들을 방문하도록 자주 디모데를 파송했다. 예를 들면 데살로니가 파송(살전3:2-3), 고린도 파송(고전4:1), 빌립보 파송(빌2:19-24)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사도행전을 통해 우리가 잘 알 수 있듯이, 초대교회 당시 복음사역은 순간순간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개척한 교회들은 너무나 어리고 취약하였다. 하지만, 젊은 디모데는 담대하게 그곳으로 달려갔으며, 책임감있게 사명을 잘 감당했다. 바울도 그런 디모데를 믿었기에, 주저함없이 여러곳으로 디모데를 파송했다.
● 바울이 고린도에서 보낸 1년 6개월의 기간 대부분과 후에 바울이 에베소에서 사역하게 되는 3년이라는 기간에, 디모데는 줄곧 그의 곁에 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개척한 교회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바울은 디모데를 파송하여, 자신을 대신해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했다.
디모데는 바울의 마지막 예루살렘 방문 때도 그를 수행했으며, 예루살렘에서 바울이 체포된 후에는 잠시 보이지 않다가, 다시 로마에서 합류하게 된다. 로마의 옥중에서 바울이 빌립보서를 써서 디모데를 보내 그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또 그들의 소식을 가져오게 하는데, 빌립보 교회에 써 보낸 편지에 보면, 바울이 얼마나 디모데를 신뢰하고 있는지가 잘 드러난다.
“이는 뜻을 같이 하여 너희 사정을 진실히 생각할 자가 이밖에 내게 없음이라 저희가 다 자기 일을 구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지 아니하되 디모데의 연단을 너희가 아나니 자식이 아비에게 함같이 나와 함께 복음을 위하여 수고하였느니라(빌2:20-22).”
바울의 이 말은, 바울이 디모데 외 다른 동역자들을 크게 신뢰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이다. 그만큼 바울은 디모데를 철저히 믿고 있었다.
그런데, 바울이 디모데에게 맡기려고 했던 일이 어떤 일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같은 상황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로마에서 빌립보까지는 걸어서 꼬박 40일이 걸린다. 그리고 또 돌아오는데도 40일이 걸린다. 다시 말해, 약 3개월 동안을, 온갖 어려움과 위험을 무릅쓰고 쉼 없이 걷고 또 걸어야만 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복음의 사역자들이라고 해도, 이같은 일을 선뜻 맡아 줄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디모데만큼은 흔쾌히 맡아 주리라는 것을 바울은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디모데는 육신이 강건한 사람이 아니었다. 딤전5:23에 보면, 바울이 디모데에게,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비위와 자주 나는 병을 인하여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고 권면하고 있다. 이로보아, 디모데는 위가 약하여 고생하였고 또한 몸이 약하여 자주 병을 앓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랬기에 바울은 디모데가 더욱 믿음직스러웠고 자랑스럽고 고마웠을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기회 있을 때마다 디모데를 ‘내 사랑하는 신실한 아들’, ‘믿음 안에서 참 아들’이라고 자랑스럽게 불렀던 것이다.
빌립보서에 보면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에게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 곧 자기 부인의 마음을 품을 것을 간절히 권면하고 있는데(빌2:5), 여기 디모데야 말로 그런 마음을 실제로 보여 준 살아 있는 실례였다. 디모데전후서에 보면, 바울은 아직 젊은 디모데를 든든한 사역자로 키우기 위해 얼마나 혼신의 힘을 기울여 가르치고 권면하고 있는지 잘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단순한 후계자가 아닌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정성을 쏟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바울은 디모데를 향하여 아버지가 자기와 같은 마음을 품은 아들을 향해서 느낄 수 있는 모든 애정을 느꼈고, 그래서인지 디모데 또한 아들이 아버지에게 드릴 수 있는 모든 섬김과 헌신을 바울에게 다했다.
● 말년에 바울은 디모데에게 중요한 임무를 부과해 에베소 교회에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러고는 순교를 얼마 앞두고 로마감옥에서 디모데에게 급히 전갈을 보낸다. 최대한 빨리 자기에게로 올 것과 오는 길에 마가를 데리고 올 것이며, 또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두고 온 겉옷과 양가죽에 쓴 책을 가져오라는 전갈이었다(딤후4:6-12). 죽음을 예고하는 듯한 예사롭지 않는 서신을 받은 디모데는 아마 겨울을 앞두고 두 달 이상 걸리는 여행을 서둘러 떠났을 것이다. 디모데가 바울이 순교당하기 전 늦지 않게 로마에 도착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바울은 순교를 앞두고 아들과 같은 디모데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딤후4:16-18 읽기; 변명-재판에서 자신이 기소당한 것에 대해 변호하는 것) 본문에서 우리는 바울의 외로움을 짐작할 수가 있다. 바울은 독신이었다. 디모데는 이처럼 사도바울의 최후를 지켜줄 피붙이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히브리서의 끝부분에 보면, 디모데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다. “우리 형제 디모데가 놓인 것을 너희가 알라 그가 속히 오면 내가 저와 함께 가서 너희를 보리라(히13:23).” 이로 볼 때, 디모데가 언젠가 감옥에 갇혔으며, 또 풀려났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디모데가 어떤 상황에서 언제 어디에서 갇혔고, 또 그의 최후에 대해서 확실하게 알려진 것은 없다.
● 디모데의 경견한 신앙은 어려서부터 외조모와 모친의 철저한 신앙교육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어린 시절의 신앙교육이 자녀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잘 보여 주며, 세속 학문을 익히기 위한 학교 교육에 치중하여 신앙 교육을 소홀히 하는 오늘날의 기독교인 가정에 훌륭한 귀감이 된다.
바울은 디모데를 ‘내 사랑하는 신실한 아들’, ‘믿음 안에서 참 아들’이라고 칭할 정도로 그를 믿음으로 양육하였으며, 또 자신의 후임으로 에베소 교회를 돌보도록 하고 격려 편지를 보내는 등 디모데의 목회를 위해 힘써 협력하였다. 이는 복음을 전파하는 데 있어 자신만을 돌아보며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바울이 디모데를 양육한 것처럼 후세대를 힘써 양육하고 애정으로 협력해 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효과적인 것인지를 잘 보여 준다.
디모데가 자신의 내성적 성격과 병약한 육체에도 불구하고 복음 사역을 충실히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성령의 도우심과 동역자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 그리고 기도 때문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하나님께서는 원하시면 인간의 연약함을 들어 오히려 자신의 능력과 영광을 나타내신다는 사실과, 복음 사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서로 기도해주며 관심과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동역자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실례로, 한국교회에 가장 강력하고 선한 영향력을 많이 끼치고 있는 온누리교회의 하용조목사(간암수술 다섯차례, 걸어다니는 종합병원-내가 연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내 속에서 마음껏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나는 것이다!), 윤덕수목사(중풍으로 쓰러진 이후에 1천명 출석의 교회가 1만명 출석의 교회로 성장하게 된다.) 등, 여러 목회자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의 신비로움을 깨닫게 된다. 내가 살아있고, 나에게 아직 인간적인 힘이 남아있을 때는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체험하기 힘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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