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전인 2009년 5월23일 이른 아침,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극적인 선택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유서를 남겼다.
“...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
23일 노 전 대통령의 15주기 추도식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식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등 가족,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등 우리 사회 지도층이 대거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 명의의 추모 화환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보냈고,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김준우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각 정당 대표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공식 추도사는 노 전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멘토로 잘 알려진 송기인 신부가, 시민추도사는 명계남씨가 낭독했다.
송기인 신부는 "오늘 이 자리 우리는 새롭게 올곧게 거듭나려고 한다"며 "역사의 당당한 주체로서, 세상의 주인으로서 자세를 가다듬고 당신이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루겠다고 다짐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곧바로 "오랜 세월 이 땅의 민중이 피땀으로 이루어 낸 민주화의 찬란한 역정은 지금에 이르러 뒷걸음질하면서 홀대당하고 있습니다"라면서 "권력을 가진 자들은 괴물이 되어 무한 탐욕의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댑니다. 독단과 독선, 오만으로 소통이 막히고 정치가 실종됐습니다"라고 반대편에 대한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이어 "대통령께서 꿈꾸던,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존중받는 세상, 누구나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고르게 주어진 세상, 그러한 세상을 무도한 권력과 허망한 정치가 가로막았습니다"라고 말한 뒤 "저잣거리의 무뢰배보다 못한 정치판이 좋은 삶을 무너뜨렸습니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송 신부에 이어 ‘시민추도사’ 형식으로 추도사를 한 배우 명계남씨의 어조는 사뭇 달랐다.
명씨는 추도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민주주의는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사상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결과에 승복하고 패자에게는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그래서 이견과 이해관계를 통합해 나가는 정치 기술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가장 지키지 못하는 님의 말씀임니다. 야단쳐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명씨의 이같은 추도사는 뜻밖이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도식 때 마다, 명씨를 비롯한 친노 인사들의 추도사는 한결같이 그들과 대척점에 있는 반대 정파를 향한 비난과 저주, 복수에 대한 다짐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대통령이 된 직후 추도식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했는데, 당시에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이은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박 전 대통령 뿐 아니라 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타살한 주범”으로 지목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감옥으로 보내는 복수극의 예고였던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한발 더 나아가 ‘이명박 정권의 하수인’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생각하는 검찰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복수에 나섰다. 사법개혁,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명분하에 검찰조직을 사실상 해체하고자 했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을 추진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검수완박은 되레 반대 정당의 검사 출신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역풍을 불렀다.
4·10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과 노 전 대통령의 후계자들은 또다시 윤석열 대통령을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탄핵시키고, 검찰을 다시한번 무력화 시킬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탄생을 비롯, 민주당이 각종 선거에서 연전연승을 하는 등 득세하고 있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과 맞닿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없었다면, 민주당의 오늘도 없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으로 인한 최대 수혜자다. 노 전 대통령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당부했지만 그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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