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표 증식 억제 전략, 뭐가 있을까
한동훈은 총선 백서 만들어라

같은 사기를 두 번 당하면 그때는 당한 사람 과실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패배를 연달아 당했다면 그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다. 하여 이번 총선 결과를 놓고 가슴아파할 것도 속 터져 할 것도 없다. 개헌선 저지한 게 어디냐. 그걸로 만족하자. 겸허하게 인정하고 묵묵히 다음 일정 준비하면 된다. 3년 뒤 그리고 4년 뒤다. 정신승리 아니다. 보수, 우익의 유구한 낙관주의다. 잘 될 거야, 어떻게든 답을 찾아낼 거야, 이런 정신으로 우익은 시련과 맞서왔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하나님이 보우하시는 나라다. 그래서 지난 대선도 기적적으로 이기지 않았던가. 파란 쪽 사람들은 보우하시는 게 자기들 때문이라 할지 모르겠다. 턱도 없는 소리다. 예수님은 우편에 앉아계신다. 예수님뿐만 아니라 무함마드도 알라의 오른쪽에 서 있다. 그러니까, 세계는 오른쪽이 주관하고 있으며 오른쪽 사람들이 끌고 가는 거다. 생태, 평등, 환경에 매몰된 왼쪽이 리드하는 세상이었으면 인류는 여전히 18세기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결산은 해야 한다. 접전 끝에 진 지역은 다음엔 그 숫자를 어떻게 벌충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20, 30% 득표로 졌으면 할 이유도 필요도 없으니 이 또한 다행 아닌가. 물론 처음의 10%와 추가로 획득해야 하는 10%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99에서 100까지의 거리는 1부터 99까지의 거리보다 멀다는 말이 있다. 생물학의 유명 경구인, 무생물과 박테리아 사이의 거리는 박테리아와 인간 사이의 거리보다 멀다는 말을 약간 비튼 건데 심히 타당한 이야기다. 그 10%를 준비하는데 3년, 4년의 시간이 짧다면, 그걸 못 해낸다면 우리는 다음에 더 험한 꼴을 당해도 매우 싸다. 뭐가 있을까. 일종의 반대표 증식 억제 전략인데 가령 중3부터 고3까지를 타깃으로 한 플랜 등이 거기 해당하겠다. 이들이 구질구질한 보수, 우익의 모습을 보면서 성장해 투표권을 쥐면 3년 뒤, 4년 뒤는 볼 것도 없다.
한동훈 위원장은 중요한 할 일이 남았다. 총선 백서를 만드는 일이다. 지적이고 양심적으로. 지적이라는 얘기는 과학적으로 만들라는 주문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머리’나 ‘대가리’가 아닌 ‘두뇌’를 가진 사람이다. 빤한 마스터베이션 백서 말고 진짜 알차게 만들어진 백서를 만들 책임과 의무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이거 시민단체에서는 못 한다. 가장 정보가 많았고 가장 현장을 잘 지켜본 사람이 해야 한다. 양심적이라는 얘기는 본인의 과오를 시인하라는 권고다. 운동권 청산을 한다더니 오히려 운동권을 끌어들였고(청산은 오히려 반대편에서 했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준 끝에 분탕질 할 여지와 공간을 내줘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 죽하고 밥 사이에서 방황한 끝에 이도저도 아닌 인물들을 후보로 내세운 것도 반성의 한 메뉴다. 본인만 아는, 진짜 실책을 털어놓는다면 최고겠다. 그 양심도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당분간은 일만 해요
아침에 속상하다는 문자를 몇 통 받았다. 그럴 이유 없다. 오늘 하루는 좀 잊고 바람이나 쐬러가라. 직장에다는 갑자기 눈이 안 보인다, 같은 초과학적인 사유를 대고 주말 낀 2박 여행도 괜찮겠다. 앞에서 한 얘기 한 번 더 말씀드린다. ‘시경’에도 100리를 가는 자는 90리 지점을 그 반으로 본다고 했다. 최후의 도정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힘 아껴가며 호흡을 길게 가져가라는 말씀이다. 화난다는 문자에 딱히 대꾸할 말이 없어 노래 한 곡 링크 걸어 보냈다. 펜앤드 독자 분들에게도 추천한다. 가사가 따듯하다. 앞에만 좀 옮기면,
사랑이 떠나가도 가슴에 멍이 들어도
한 순간뿐이더라 밥만 잘 먹더라 죽는 것도 아니더라.
눈물은 묻어둬라 당분간은 일만 하자.
노랫말처럼 당분간은 일만 하자. 당연히 사무私務 아니고 전략적 공무公務겠다. 어차피, 우리가, 결국엔, 이긴다.
남정욱 객원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문화예술인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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