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칼럼

[김용삼 칼럼] 총선 앞두고 잠 못 이루는 분들을 위하여

성북동 비둘기 2024. 4. 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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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은 좌익 진영이 장악한 의회 권력을 되찾는 체제 전쟁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패망한다.

 

#. 정치 테크닉의 빈곤 현상

 

총선이 가까워오면서 잠 못 이루는 분들이 더러 계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러다가 여당으로 알려진 국민의 힘이 지리멸렬하여 이 나라가 쑥대밭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친명횡재니 비명횡사니 하며 논란을 빚은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내홍 덕분에 야당 몰락의 전조가 보였던 총선 판이었다.

 

무슨 까닭인지 느닷없이 판이 뒤집혀 여당 폭망, 대통령 탄핵 구호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무슨 해괴한 변고라도 일어난 것일까?

 

선거 승리의 과학적 원리는 쉽고 단순하다. 다른 출마자보다 한 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쪽은 단일화, 상대편은 후보 난립 상태를 만들면 된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48.6%를 득표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47.8%,  심상정 후보(정의당) 2.4%를 가져가는 바람에 윤석열 후보가 가까스로 당선됐다. 만약 심상정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단일화했다면 그쪽이 당선됐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소위 여당을 자처하는 국민의 힘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 원리를 작동시키는 것이 그토록 힘든 일일까?

 

이번 총선 진행 과정을 복기해 보면 국민의 힘은 누가 강제한 것이 아니라, 제 발 등에 대고 열심히 총질을 하여 자멸의 길을 자초하고 있는 모습이다. 의대 증원, 도태우·장예찬 후보 공천 번복, 선거 총책 한동훈과 대통령의 갈등도 지지율 하락의 핵폭탄 역할을 했다. 국민의 힘 입장에서 보면 의사 집단은 자기들 표밭이나 다름없는 계층 아닌가.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승부수는커녕, 그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하고 놀랍다.

 

정치 상황을 컨트롤하는 부서는 정무수석실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무 기능은 대체 뭘 어쩌자는 것인지. 정치 테크닉의 참혹한 빈곤이 어떤 결말을 낳을 것인지 궁금하다.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시위. 의대 증원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하필이면 총선 전에 이 문제를 건드려 자기 지지층을 이탈하게 만든 정무 판단이 과연 옳았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승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앞두고 가장 유념해야 할 점은 전투 참여자의 사기와 전의를 북돋우는 일이다. 내일 지구가 두 쪽이 나는 한이 있어도 이번 선거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고한 믿음. 이것이 에너지원이 되어야 승리의 월계관을 쟁취할 수 있게 된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빠릿빠릿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정치집단이라면 빨리 망해 없어지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새 판 짜기라도 시도할 기회를 얻게 되지 않겠는가.

 

어떤 선거를 막론하고 손쉽게 승리를 쟁취하는 사례는 없다. 더구나 한국 사회의 거대한 좌회전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이니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세력이 승리를 기대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선거 공학에서 말하는 보수우파 40%, 좌파 40%, 중도 20%의 분포는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현재 한국 사회의 이념 구도는 잘해야 보수우파 25~30%, 좌파 45~50%, 중도 25~30%의 지형으로 바뀐 지 오래인 것 같다.

 

현저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이념 구도는 1980년대 초부터 수십 년 동안 운동권 세력이 자신들의 청춘과 수많은 사람의 피를 제물로 바친 총체적 희생의 결과물이다. 운동권 세력은 민주화 세상을 이 땅에 실현한다는 명목으로 투쟁하다 국가보안법으로 청춘을 감옥에서 썩히고, 신나를 몸이 끼얹고 분신하는가 하면, 주머니를 열어 아낌없이 좌익 세상을 만드는 데 투자했다.

 

현재와 같은 현저히 기울어진 이념 지형을 정상화하려면 운동권 세력이 노력한 것보다 더 많은 세월과 정열과 자금을 들여 눈물겨운 대국민 캠페인, 자유민주 가치관 교육, 우파 시민사회 육성, 우파 싱크탱크 설립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 한국의 보수우파 여러분은 이러한 노력에 어느 정도나 동참하셨다고 생각하시는가?

운동권 세력은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극단적인 투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투쟁의 결과 대한민국의 이념 지형은 좌익으로 현저히 기울어진 상황이 되었다.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운동권들이 공들인 것보다 더 오랜 세월 피나는 노력이 요구된다.

 

 

#. 다양성·형평성·공정성이라는 괴물의 등장

 

한국인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주의·공산주의 세력에 동조하는 현상이 중인환시리에 벌어지고 있다. 엄밀하게 표현하면 한국인들이 사회주의·공산주의를 흠모한 결과가 아니라, 특정 세력이 파 놓은 프레임에 빠진 결과다.

 

좌파세력은 오래 전부터 살벌한 정치투쟁 구호는 철저히 숨기고 인권, 사회적 약자 보호, 소수자 편들기 등 다양한 위장막을 걸치고 나섰다. 이들은 동구권과 구소련 해체 때와 달리, 사회주의·공산주의 추종세력은 국가·진영으로 구분되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국가 내에서 기생하고 있다.

 

그들은 철저히 위장한 채 일상으로 파고들어 암약하기 때문에 어떤 것이 사회주의·공산주의인지 구분조차 힘들게 되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좌우 이념 논쟁이 아니라, DEI, 즉 다양성(Diversity)·형평성(Equity)·포용성(Inclusion) 문제로 논란을 벌인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얼마나 멋지고 이상적인 단어인가. 그런데 이 주장에 계급투쟁적 요소가 가미되면 대단히 위험한 쪽으로 질주하게 된다.

 

인류 역사는 소수그룹 차별의 역사였다. 오랜 기간 인류는 여성·흑인·황인종 등을 차별 비하해 왔으니, 속죄의 의미에서 이들을 요직에 적극 등용하자는 여론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한편에선 사회·조직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소수자 그룹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뜨겁게 대두되었다.

 

이런 의식이 한 발 더 진보하면 대학입시나 채용, 승진 인사에서 능력이나 업적이 동등하다면 소수자 그룹 사람을 채용하자는 운동으로 이어진다. 좀 더 나가면 과거의 차별에 대한 보상의 의미에서 비록 업적과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소수자 그룹을 등용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으로 기울게 된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입시와 인사 등에서 소수자 차별 철폐가 소수자 우대로 진화함으로써 새로운 사회 균열의 핵폭탄 역할을 하고 있다. DEI 외치는 사람을 경계하라. 그들은 양의 탈을 쓴 늑대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DEI 논란의 와중에 하버드대 총장에 올랐던 클로딘 게이는 논문 표절 논란, 반유대주의 발언으로 6개월 만에 사임했다.

 

#. 아직도 희망은 있다

 

좌파·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가 DEI로 위장막을 두른 채 사회를 휘젓고 있는 한편에선 공산주의자들의 연성화 전략이 판을 치고 있다. 연성화 전략의 근원을 추적해 올라가면 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나 루카치, 프랑크푸르트 학파 등이 나타난다.

 

마르크스·레닌 등은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람시는 자본주의가 쉽게 붕괴되지 않는 이유를 시민사회에서 찾았다. , 진짜 권력은 정부나 특정 권력자, 군부 같은 파워 집단이 보유한 것이 아니라, 학교·교회·언론·예술·지식계급·대중예술인이 하나로 뭉친 시민사회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람시는 진짜 권력을 쥐고 있는 시민사회의 저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았다. 게다가 시민사회 장악은 폭동·반란처럼 폭력을 동원하여 단숨에 뒤엎는 혁명 방식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밀한 헤게모니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람시는 권력은 정부, 경찰, 군부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보유하고 있으니, 시민사회의 진지들을 하나씩 점령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람시는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자들과는 달리 문화를 계급투쟁의 최전선으로 파악했다. 문화를 장악해야 경제 기구를 손쉽게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시민사회가 쥐고 있는 국가의 통제권을 소리 소문 없이 장악하기 위해 저들은 오랜 기간 사회 곳곳에서 진지전·참호전을 수행했다. 그 결과 저들은 누에가 뽕잎 갉아먹듯 사회의 중요한 진지들을 접수하여 주류 세력으로 등장했다.

 

좌익 세력이 DEI를 동원한 난동, 진지전·참호전으로 사회 지도부를 장악했다고는 하나, 한국 사회는 이승만 시절부터 주어진 개인의 자유를 맛 본 시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아직은 일부나마 자유민주제도가 살아 있으니 선거가 나라를 구하는 결정적 무기가 될 수 있다.

 

필승의 신념으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투표 잘하면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열흘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은 좌익 진영이 장악한 의회 권력을 되찾는 체제 전쟁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패망한다.

 

김용삼 대기자 dragon00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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