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세상읽기/칼럼

[연상모 칼럼] 한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중국

성북동 비둘기 2024. 4. 9. 22:33
728x90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건강하지 못한 한중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돌려놓으려는 과정에서, 당초 중국은 한국에 강경한 자세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작년 8월부터 한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작년 말부터는 다시 한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문한 한덕수 총리를 만나, 한국을 조만간 방문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중국 정부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하는 데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은 한국과 거리를 다시 두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첫째, 중국 정부는 11월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위해서는 3국이 사전에 좋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조건을 붙이기 시작했다. 둘째, 한국과 일본이 나토(NATO)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12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나토는 한국·일본 같은 국가를 끌어들이고 있고, 이는 잠재적인 신냉전을 촉발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셋째, 시진핑 주석은 12월 말 개최된 중앙외사공작회의에서 ‘투쟁’을 강조했고, ‘대국외교’만을 강조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아우르는 ‘주변국 외교’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넷째, 금년 1월 초 한미일 3국이 제1차 인태 대화를 개최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는 “관련 국가들이 중국을 먹칠하고 대립과 대항을 선동하는 것을 강하게 반대한다”고 언급했다.

 

다섯째,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는 금년 1월 초 “한국은 미국의 악의적인 기술전쟁에 ‘아니오(no)’라고 용기있게 말하고, 중국에 첨단 중간재를 수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섯째, 지난해 하반기에 중국은 한국에 대한 요소수 수출 통제를 시작했다. 중국 외교부 산하 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지난해 11월에, “요소수 수출 통제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친하면서 중국과는 관계를 멀리했기 때문”이라고 금년 초에 주장했다.

 

일곱째, 3월 한국에서 개최된 민주주의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은 한국이 미국의 ‘졸’이 되었다고 맹비난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환구시보는 19일 사설을 통해 한국을 다음과 같이 비난했다. “이 회의를 개최한다고 국제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게 아니란 점을 한국은 깨달아야 한다. 민주주의 정상회담은 이미 뜨거운 감자가 됐고, 한국은 이를 개최하면서 스스로 불에 타버릴지도 모른다.”

 

여덟째, 왕이 외교부장은 3월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가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최근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은 북한이 아닌 한국과 미국에 있다는 인식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반도의 긴장 고조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의해 초래되었다는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아홉째, 북한 노동당 김성남 국제부장이 3월 말 방중하여 왕후닝 중국 정협주석(공산당 서열 4위)와 왕이 외교부장을 면담하고, 양국간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중조(중·북한) 양국의 전통적인 친선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새 시대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방침이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그러면 최근에 중국이 한국과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이 전환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위기를 관리하기로 합의한 후, 중국은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는 “미국 스스로도 중국과 완전히 단절할 생각은 없다. 한국과 일본이 중일한 협력 메커니즘을 발전시킨다면 미국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관계는 악화세를 멈춰 안정을 찾았다”고 수시로 언급하고 있다.

 

둘째,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내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간 한중일 3국 간에 논의되어 왔던, 한중일 정상회담은 중국의 소극적 대응으로 인해 조만간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향후 중국은 한국에 어떻게 나올 것인가? 중국은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떨어뜨려 놓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채찍만 사용할 수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만약 한국에 대해 과도하게 압력을 가하면 한국을 더욱 미국 쪽으로 가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은 경제적으로 반도체 등 첨단기술분야에서 현재 한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중국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과거에 중국이 한국을 약한 고리라고 생각하여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제는 한국이 약한 고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간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대중국 외교의 성과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상호 존중의 한중관계를 만들겠다”는 노력과 한미동맹의 강화를 계속 추진하고, 보편적 국제규범에 근거하여 우리의 입장을 원칙 있고 일관되게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원칙에 기반을 둔 대중국 관계의 관행을 지속 축적해 나감으로써 우리 스스로 존중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연상모 객원칼럼니스트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