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게

성북동 비둘기 2023. 4. 30.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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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출입문이 열리더니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어른의 손을 이끌고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두 사람의 너절한 행색은 한 눈에도 걸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퀴퀴한 냄새가 완전 코를 찔렀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들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이봐요!! 아직 개시도 못했으니까 다음에 와요.”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앞 못 보는 아빠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주인아저씨는 그때서야 그들이 음식을 먹으러 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어... 아저씨! 순대국 두 그릇 주세요.”

“응 알았다. 근데 얘야 이리 좀 와 볼래?”

계산대에 앉아 있던 주인아저씨는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습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거긴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야.“

 

그렇지 않아도 주눅 든 아이는 주인아저씨의 말에 낯빛이 금방 시무룩해졌습니다.

“아저씨 빨리 먹고 갈게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아이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 원짜리 몇 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보였습니다.

“알았다. 그럼 빨리 먹고 나가야한다.”

 

잠시 후 주인아저씨는 순대국 두 그릇을 갖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계산대에 앉아서 물끄러미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게.”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습니다.

그리고는 국밥 속에 들어 있던 순대며 고기들을 떠서 앞 못 보는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주었습니다.

 

“아빠 이제 됐어... 어서 먹어...

근데 아저씨가 우리 빨리 먹고 가야 한댔으니까...

어서 밥 떠... 내가 김치 올려 줄께...“

 

수저를 들고 있는 아빠의 두 눈 가득히 눈물이 고여 있었습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주인아저씨는 조금 전 자기가 했던 일에 대한 뉘우침으로 인하여

그들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음식점 안의 손님들은 못마땅하였지만 그들이 빨리 먹고 나가 주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음식을 다 먹고 음식점을 나가려는 걸인 부녀를 주인아저씨는 잠시 기다리라더니 얼른 우산을 챙겨 가지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이에게 말하길...

"비도 오는데 아빠한테 우산 씌워 드리렴.

그리고 내일 이라도 비가 그치면 다시 와 주겠니....?

우산도 돌려줄겸 말이야.... 알았지?"

 

주인아저씨는 문까지 열어주며 걸인부녀를 배웅하며 들어서는데...

그 모습을 주~욱 지켜보던 회식 손님들 중

한 아저씨가 빈정거리며 주인 아저씨에께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저씨요! 거지새끼한테 뭘 그리 잘 대해 줍니까?

아저씨, 그 얼라가 먼 친척이라도 되는가보네. ㅋㅋㅋ... ”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요. 방금 아기예수님이 다녀 가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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