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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재판' O.J.심슨 사망…전처 살해 혐의, 논란 끝 무죄

성북동 비둘기 2024. 4. 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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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스타에서 영화배우로도 활약

...전처 살인 혐의로 추락
美사회에 인종 문제 등 첨예한 논란 
…민사재판에선 혐의 인정
2007년엔 강도 혐의로 징역

1994년 12월 로스앤젤레스 법원에서 재판받는 O.J. 심슨. [AFP연합]
1993년 뉴욕의 한 카페에 온 O.J. 심슨과 당시 그의 부인이었던 니콜 브라운 심슨. [AP연합]
 

전처 살해 혐의로 기소돼 '세기의 재판'을 받은 후 무죄를 선고받은 미국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이 사망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심슨은 암 투병 끝에 76세 나이로 최근 세상을 떠났다. 프로풋볼 명예의전당 회장 짐 포터도 이날 심슨이 전날 암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심슨의 전립선암 진단은 약 두 달 전에 공개됐으며, 그는 이후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 심슨은 1994년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의 연인 론 골드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오랜 재판 끝에 형사상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사건 자체는 여전히 미제다.

1995년 형사재판 중 사건 현장의 증거로 제출된 장갑을 끼어보이는 O.J. 심슨. [AFP연합]
 

심슨은 1970년대 미식축구 슈퍼스타로 큰 사랑을 받았다. 미국프로풋볼(NFL)에서 11시즌을 뛰면서 1973년 러닝백으로는 최초로 2천야드를 넘게 뛰는 등 여러 기록을 남겼다.

 

이런 공로로 1985년 프로풋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선수 생활이후에는 영화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에 출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전 부인과 연인이 1994년 6월 자택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심슨의 삶이 바뀌었다. 사건 몇일만에 경찰은 그를 살인혐의로 체포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된 심슨은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재판을 받았고 치열한 공방 끝에 1995년 10월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심원 선정부터 평결까지 11개월이 걸렸고, 당시 배심원단은 흑인 9명, 백인 2명, 히스패닉 1명으로 구성됐다.

 

재판 과정에서 사건 현장에 있던 장갑 등 여러 증거가 제출돼 유죄 혐의가 짙었다. 그러나 심슨 측은 인종차별주의에 사로잡힌 경찰이 심슨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 중 검찰은 증거로 제출된 장갑을 법정에서 착용해 보라고 심슨에게 요청했고, 심슨은 장갑을 손에 낀 뒤 "너무 작다"고 말했다. 그의 변호사는 "장갑이 맞지 않으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9년 미식축구 선수 시절의 O.J. 심슨. [AP연합]

 

노년의 O.J. 심슨. [AP 연합]
 

이같은 재판과정은 방송으로 중계됐고, 이 과정에 많은 미국인들은 심슨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으나, 흑인들 상당수는 심슨이 무죄라는 상반된 시각을 보여 미국 내 인종 갈등의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형사 사건과 별개로 진행된 민사 사건에선 심슨의 책임이 인정됐지만 심슨은 계속해서 결백을 주장했다. 재산이 압류됐지만 대부분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후 심슨은 한 호텔에서 강도, 납치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9년간 복역하기도 했으로 2017년 가석방으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김경동 기자 weloveyou@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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