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신당설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혁신위 제안에 대한 거절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혁신위의 1호 안건인 ‘대사면’은 중도층 확장 전략
국민의힘 혁신위원회는 27일 여의도 당사에서 인요한 위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어 이 전 대표와 홍 시장 등에 대한 징계 해제 논의를 '1호 안건'으로 정했다고 김경진 혁신위원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당내 통합과 대화합을 위한 대사면’이라는 설명이었다.
대사면은 인 위원장이 추구하는 혁신 방향 중의 하나인 중도층 확장 행보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이 전 대표를 끌어안음으로써 30% 안팎으로 추정되는 부동층의 지지를 견인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혁신위의 건의를 긍정 검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해제 논의 대상은 당원권 1년 6개월 정지를 받은 이 전 대표, 당원권 정지 10개월인 홍 시장, 당원권 정지 1년인 김재원 최고위원 등이다.
당사자들은 냉소적 반응= 이준석, “선거 전략면에서도 바보짓”...홍준표, “너희들끼리 총선 잘해라”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아량이라도 베푸는 듯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것은 사태를 악화시킨다”면서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있었던 무리한 일들을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게 혁신위의 일”이라고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이 전 대표는 28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서도 “결국엔 물을 갈아야 되는 것인데 우리 물에 10% 정도 너희 물 섞어줄 게 이런 건 의미없다. 선거 전략 면에서도 굉장한 바보짓이다”면서 “혁신위 제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 시장도 “사면은 바라지 않는다. 장난도 아니고 그런 짓은 하지 말라”며 “김기현 지도부와 손절한 지 오래다. 총선 출마할 것도 아니고 관여할 생각 또한 추호도 없다”고 밝혔다. 또 “총선 후 바뀐 정치 지형과 새롭게 정치 시작하면 된다. 너희들끼리 총선 잘해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 반응 1= 포용론, 당 화합 위한 지속적인 ‘이준석 끌어안기’ 노력 강조
이런 반응과 관련해 혁신위의 방법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위의 대사면론과 관련, “당 전체의 화합과 통합을 지향하겠다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약간 아쉬운 점은 표현을 ‘사면’이라 한 것이다. 원래 당규에는 ‘직권 취소’로 돼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일방적으로 턱 발표하는 것보다는 사전에 교감을 하는 게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최 의원의 입장은 이 전 대표나 홍 시장 측과 사전 소통을 해야 했고, 표현도 죄를 사해 준다는 뜻인 ‘사면’이 아니라 ‘직권 취소’ 정도로 했어야 했다는 게 최 의원의 판단인 셈이다.
최 의원과 같은 반응은 ‘포용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로 상징되는 당내 비판세력을 끌어안아야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내 반응 2= 원칙론, 이준석 사면은 또 다른 내부총질이자 ‘자해 행위’ 주장
반면에 혁신위가 1호 안건으로 이 전 대표의 사면을 제시한 데 대한 국민의힘 내 비판도 거세다. 이와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사면한다면, (이 전 대표를 징계한) 윤리위원회는 정말 ‘마녀재판식 징계’가 맞았던 것이다”며 “이준석을 사면한다고 한다. 큰일이다”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동안 이준석 쫓아내면 우리 당 지지율 오른다고 하지 않았나”라면서 “지금 지지율도 30%로 바닥인데 이준석 들어오면 나락 가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수 대변인이 지난 19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당에서 나가면 지지율이 3~4% 오를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혁신위의 사면 제안이 어긋난 방향임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원은 특히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이 ‘이준석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선언했는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어찌 다시 건너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결국 지금 이준석 사면하자는 것은 내부총질이고 해당 행위”라면서 “사람 쳤으면 하물며 깡패도 깽 값은 물어준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의 해당행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논리인 셈이다.
김 의원은 ‘원칙론’을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노선에 대해 비난만 퍼부어왔던 이 전 대표를 무조건적으로 포용하는 것은 오히려 ‘자해 행위’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셈이다.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자기 부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에 해당한다.
내년 총선 당선이 절박한 이준석, 왜 혁신위 제안 거절하나?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의 당선이 절박하다. 내년이면 39세로 더 이상 미래만 노래할 ‘청년 정치인’이 아니라 현실을 책임지고 발전시켜야 할 ‘중년의 정치인’이 된다.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 채 갑론을박만 한다면 ‘정치평론가’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 전 대표로서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야 내년 총선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위의 합류 제안을 뿌린 친 의도는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신당 창당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구상하지 않는다면, 이번에 혁신위 제안을 못이기는 체 받아들여서 당원권 정지를 해제시킨 뒤 공천을 노리는 게 수순이기 때문이다.
이준석, 유승민은 ‘반윤 비례 신당’ 추진?...인요한, “이준석 마음 풀어줘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지난 25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신당 창당이) 구체화되어 가는데 올해에는 안 한다. 올해에는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핍박받는 모습이 더 연출돼야 한다”면서 “공천 학살을 당하는 강남 벨트나 영남권에서 (다수 인사들이 당을) 나오면 내년 1월 이후 창당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준석, 유승민, 금태섭 다 가깝다”면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탄압도 받고 공천 학살도 당하면 그 힘을 모야 내년에 중도 보수 신당이 창당되고 '갓파더(대부)'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지호 전 국회의원은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고심 중인 신당은 반윤 비례 신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신 전 의원은 지난 23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이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이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분들이지만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이 고심 중인 신당은 반윤 비례 신당이 될 것이다. 지난 총선 때의 열린민주당 모델을 노리는 거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요한 위원장은 28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징계 해제에 대한 이 전 대표의 반응에 대해 “한 번, 두 번, 세 번 만나서 풀어야 한다. (이 전 대표 등이) 마음이 많이 상했다. 마음을 풀어야 하고 제가 할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준석 신당 창당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업무 밖의 일이다”면서도 “당사자(이 전 대표)도, 우리한테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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