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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인물설교(8) 리브가(창24:15-61) / 박영철 목사

성북동 비둘기 2023. 6. 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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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가는 아브라함의 고향 메소보다미아 출신의 처녀로서, 아브라함의 조카 브두엘의 딸이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가운데, 리브가는 아브라함처럼 일가친척이 기반을 닦고 살던 땅을 과감하게 떠나와, 언약의 후손인 이삭과 결혼하였다. 결혼 후 20년동안 임신하지 못하다가 남편 이삭이 하나님께 간구해 쌍둥이 에서와 야곱을 낳았고, 그 야곱을 통해 이스라엘 12족속이 시작되었다.

 

구약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인물이 여럿 있는데, 특히 자신의 몸을 불태울 나무를 지고 모리아 산으로 올라간 이삭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향해 가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한다고 평가되고 있다.

 

한편, 이삭의 신부인 리브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가 될 교회와 성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인물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리브가의 어떤 면모가 이런 평가를 받게 했을까요?

 

우리는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리브가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신부로서의 교회와 성도가 간직해야 할 자격을 확인해 봅시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아브라함은, 어느새 140세가 되었다. 아내 사라가 죽은지도 몇 해가 흘렀다. 독자 이삭의 나이도 어느새 40세가 되었다.

 

나이 많아 늙은 아브라함에게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비록 약속의 땅이기는 했지만, 당시 가나안 땅에는 하나님을 버리고 우상을 섬기는 타락한 문화가 판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브라함은 그 곳의 처녀를 언약의 후손을 이어갈 며느리로 도저히 맞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브라함은, 자신의 모든 소유를 관리하고 있는, 믿을 수 있는 늙은 종을 불러서, 아들 이삭의 신부감을 찾는 책임자로 임명했다.

 

너는 먼저 하나님께 맹세하거라. 내 독자 이삭의 아내는 이 곳 가나안이 아니라 나의 옛 고향에서 데리고 오너라. 하나님이 너의 앞길을 인도하실 것이다.”

 

아브라함의 충직한 종은 주인의 약대 열 필에 귀한 선물을 싣고 긴 여행 끝에 마침내 밧단아람 나홀의 성에 도착했다. 그는 성 밖의 우물가에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성중 사람의 딸들이 물 길러 나오겠사오니 내가 우물 곁에 섰다가 한 소녀에게 이르기를 청컨대 너는 물 항아리를 기울여 나로 마시게 하라 하리니, 그의 대답이 마시라 내가 당신의 약대에게도 마시우리라 하면, 그는 주께서 주의 종 이삭을 위하여 정하신 자라. 이로 인하여 주께서 나의 주인에게 은혜 베푸심을 내가 알겠나이다.”(24:13-14)

 

그러나, 밧단아람 지역의 사정을 이해하면 이 조건이 거의 불가능한 것임을 곧 알 수 있다.

 

물이 귀한 이 지역에서는 물 근원을 찾으려면, 지하로 거의 30m를 파 들어가야 물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동으로 성 밖에 우물 하나를 파 놓고, 성의 처녀들이 그 우물에 나가서 물을 길었다. 우리나라도 예전엔 물을 길어다 마셨다. 물 긷던 경험이 있는 분들은 물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 것이다. 요즘 쉽게 볼 수 있는 PAT병 음료수 한 병의 용량은 1.8L이다. 이것을 열두개 묶은 한박스는 20L가 조금 넘는다. 요즘 미혼 여성들 가운데, 20L 한 박스를 쉽게 들 수 있는 여성은 드물 것이다. 20L20Kg이다. 쌀 한포대 무게이다. 그러므로 예전에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이 그러했듯, 성밖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는 것이 아마 밧단아람의 처녀들에게는 제일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물 항아리를 지고 30m의 계단을 내려가 길어올린 물은,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른다. 이것을 아는 나그네들은 이 물을 좀 달라고 하는 것조차 미안한 일이었으나, 나그네를 선대하는 것이 밧단아람 지역의 관습이어서 그 정도는 거의 의무 사항이었다.

 

그러나 약대에게까지 물을 마시우는 것은 문제가 달랐다. 보통 목이 마른 약대 한 마리가 마시는 물은 약 100L 정도이므로, 아브라함의 종이 이끌고 간 열 마리의 약대에게 물을 마시우려면 1000L의 물을 길어야 했다. 물이나 기름의 수송에 사용하는 드럼통 하나의 용량이 200L이니 열 마리의 약대에게 물을 마시우려면, 물 항아리를 지고 30m의 계단을 내려가 다섯 드럼통의 물을 길어 올려야 하는 것이었다. 그 절반만 마시운다 해도, 그 물의 양이 얼마인가? 어떻게 이 일이 가능하겠는가? 도대체 누가, 어떤 처녀가 이 부탁에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겠는가?

 

아브라함의 종이 기도를 하자마자 한 처녀가 우물가로 나왔다.

 

청컨대 네 물 항아리의 물을 내게 조금 마시우라아브라함의 종이 처녀가 우물에 내려가 항아리에 물을 채워가지고 올라오는 것을 기다려서 그녀에게 부탁하자 처녀는 선선히 대답했다. “주여, 마시소서그녀는 급히 등에 지고 있던 물 항아리를 손에 내려 마시게 하고 또 말했다.“당신의 약대도 위하여 물을 길어 그것들로 배불리 마시게 하리이다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그 처녀는 얼른 물 항아리의 물을 구유에 붓고 다시 우물 아래로 내려갔다. 처녀는 그 깊은 우물을 오르내리면서 열 마리의 약대가 배부르게 마시도록 수없이 물을 길어올렸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의 신부가 될 자격이다. 우리가 주일마다 교회에 출석하고, 또 맡겨진 분야에서 봉사를 한다. 그러고서도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십일조를 내고 감사헌금을 한다. 그런데 이것은 성도의 의무사항이다. 그러나 리브가는 나그네에게 물을 마시우는 관습적인 의무만 다 한 것이 아니라 그 1천배 이상에 해당하는 일을 기꺼이 감당했던 것이다. “그 사람이 그를 묵묵히 주목하며 여호와께서 과연 평탄한 길을 주신 여부를 알고자 하더니무서운 일이었다. 아브라함의 종은 그녀가 물을 길어 올리는 동안, 감사의 말도 칭찬의 말도 없이 묵묵히바라보고만 있었다. 우리는 흔히 작은 봉사를 하고도 넘치는 칭찬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아브라함의 종은 열 마리의 약대가 물을 다 마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비로소 금고리 한 개와 팔찌 한 쌍을 그녀에게 선물로 주면서, 네가 누구의 딸이냐고 물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기가 브두엘의 딸 리브가임을 밝히고 나그네를 아비의 집으로 안내했다. 아브라함의 종이 그녀의 부친을 만나 모든 사연을 말하고 주인을 대신하여 청혼하자, 그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임을 알게 된 리브가의 부친과 가족은 그 청혼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아브라함의 종이 이튿날 일어나 리브가를 데리고 가려 하자, 그녀의 가족들은 딸을 갑자기 보내기가 서운하여, 며칠을 더 머물다 가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 종이 즉시 떠날 것을 고집하므로, 가족들이 리브가를 불러 지금 가겠느냐고 물었다. 긴장감이 흘렀다. 이때 리브가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 끝이다. 비록 친족의 집에서 온 사람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살아온, 그래서 익숙하고 편안한 부모의 집을 떠나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었을까? 순간 리브가의 마음속에 온갖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것은 상식이나 인간적인 계산을 뛰어넘는 결단의 일이었다. 그래서 순종하는 것은 믿음인 것이다. “가겠나이다.” 이것이 리브가의 대답이었다. 아니, 이것은 리브가의 결단이었고, 언약의 백성 반열에 들어오는 믿음의 순종이었다.여러분은 결단의 순간에, ! Yes! 라고 잘 대답하는가? 아니면, 아니요 안돼! No! 라고 더 자주 대답하는 편인가? 리브가의 대답은, 부름을 받았을 때, 교회가, 성도들이 어떤 응답을 해야 할 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렇게 해서 리브가는 가족들의 전송을 받으며 신랑이 있는 곳을 향해 떠났다. 리브가의 가족들은 아쉬움 속에 그녀를 떠나보내며 이렇게 축복했다.“우리 누이여 너는 천만인의 어미가 될지어다. 네 씨로 그 원수의 성문을 얻게 할지어다.”

 

이야기가 여기까지만 진행되고 끝났으면 좋겠는데, 성경은 이렇게 아리땁고 신실했던 리브가의 또 다른 모습을 계속 기록하고 있다. 이삭과 리브가는 결혼을 하고 쌍둥이 아들을 두게 되었다. 큰 아들은 피부가 붉고 털이 많은 에서였고, 작은 아들은 조용한 성격의 얌전한 야곱이었다. 그런데 이삭은 에서를, 리브가는 야곱을 더 사랑했다.

 

리브가의 적극적인 성격은 야곱이 축복을 받을 때 잘 나타난다. 이삭이 나이가 많이 들어 시력도 약해졌다. 어느날 에서를 불러 사냥을 해 별미를 만들어 오면, 죽기 전에 정성을 쏟아 복을 빌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부자간의 약속의 말을 엿듣고 야곱에게 알려준 이는 바로 어머니, 리브가였다.

 

야곱아! 네 형에게 아버지의 축복을 빼앗길 순 없다. 내가 시키는대로 하거라. 염소새끼 두 마리를 끌고 오면 내가 아버지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해 줄 터이니, 그것을 갖고 가 아버지께 드리고 네가 축복을 받거라.”

 

어머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아버지가 눈이 안보이시지만, 저는 형처럼 몸에 털이 없으니 아버지가 금방 눈치채실 것예요. 그러면 저는 복은커녕 저주를 받게 될 것입니다. 저는 못하겠습니다.”

 

야곱아,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질테니 걱정하지 말고 이 어미가 시키는 대로만 해라. 저주를 받아도 내가 받으마.”

 

리브가는 염소요리를 하고, 염소털로 야곱의 손과 목을 감아 이삭을 들여보냈다. 주저하는 야곱의 등을 떠밀어 결국 아버지의 축복을 형 대신 받아내게 했다. 교활하고 비상한 방법으로 축복을 가로챈 것이었다. 리브가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이는 야곱은 장자권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성경에서 야곱은 꾀많고 지혜로운 인물로 묘사되는데, 어머니의 영향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리브가는 자신의 생각과 방법대로 하나님의 예정된 축복의 방향을 자신이 편애하는 야곱에게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리브가의 행동은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 주었다. 결국 형제는 불신과 반목을 갖게 되고, 사랑하는 아들 야곱은 리브가의 곁을 떠나게 되어 다시는 야곱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작은 아들을 지나치게 사랑했던 어머니, 리브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작은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리브가였지만,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괴로움과 고통을 자초했고, 큰아들과 아버지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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